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월은 빨리 흘러갔다. 역사를 바꾼 코로나 전쟁이 일어나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답답한 생활은 이어지고. 코로나가 찾아와 지구를 흔들어 버릴 줄 몰랐지. 아무것도 모르고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메트 오페라 봤는데 코로나로 뉴욕도 봉쇄되어 몇 달 동안 맨해튼 나들이를 하지 못하고 집에 갇혀 지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21세기 풍요로운 세상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 화장지도 없어서 시내버스 타고 브롱스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형광등 사러 사방 군데를 돌아다녔고 세탁하기 위해서 동전이 필요해 은행에 갔는데 가는 곳마다 문이 닫혀 가슴이 무너지는 고통을 참고 견디다 어렵게 동전을 구해 세탁을 했다. 7월 말이 되어서 비로소 맨해튼 나들이가 가능했지만 맨해튼에 공중화장실이 드문데 코로나로 닫힌 곳이 많아서 더더욱 찾기 힘들어 대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
참 힘들고 어려운 시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던 한 해. 뉴욕은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공연 천국인데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공연과 축제가 취소되어 회색빛 도시로 변해 슬펐다. 매주 토요일이면 첼시 갤러리에 가서 전시회 보고 줄리아드 학교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보려고 올해는 마음먹고 실천하기로 했는데 꿈이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
맨해튼 나들이가 불가능하니 대신 플러싱에서 산책하는 시간이 많아져 이웃집 정원에 핀 꽃을 알아가게 되었다. 8월이 되자 분위기가 조금 더 좋아졌고 센트럴 파크와 브루클린 덤보에도 다녀왔다. 힘든 한 해였지만 매일 행복을 찾으려고 많은 애를 썼다. 황금빛 단풍을 보러 센트럴 파크에 달려가고 하얀 눈이 펑펑 내려도 센트럴 파크에 달려가고 수련꽃을 보러 멀리 베이사이드에 다녀오고... 코로나로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데 딸이 보스턴 여행 가자고 해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올해를 보내며 아쉬운 점들은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공연과 카네기 홀과 메트 오페라 등 좋아하는 공연을 볼 수 없었고, 매년 여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 역시 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없었고,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재즈와 공연 등을 볼 수 없었고.. 카네기 홀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을 만나 소식을 들으며 기뻤는데 소식이 끊긴 지 정말 오래되어간다.
평생 위기 속을 달리는 내 삶. 위기 한가운데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끝없는 폭풍이 분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내 삶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난 단순한 삶을 사랑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기도하고, 공연 보고(코로나 전), 전시회 보고, 북 카페에서 책을 읽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여행 등을 했다.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매일 기록을 하려고 노력했다. 기억에 365일 가운데 며칠 빠진 것으로 안다. 지난 눈폭풍이 찾아올 즈음 이틀 기록을 하지 않았다. 그밖에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힘든 한 해였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매사에 기뻐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 고독한 뉴요커 싱글맘 일기장을 오픈했다. 40대 중반 낯선 세상에서 생존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우주의 무게만큼 힘들다. 그럼에도 희망과 사랑과 꿈으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갔다. 아프지 않고 지낸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매일 눈뜨면 기도하고 잠들 때까지 자주 기도를 하며 지낸다. 복잡한 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올해가 지나갔지만 그래도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다. 새해는 가슴 무겁게 하는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면 좋겠다. 잃어버린 소중한 일상을 되찾고 공연도 보고 자유롭게 여행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얼마 전 타임 스퀘어 소망의 벽에서 적은 내 소망들이 오늘 밤 자정 무렵 타임 스퀘어 하늘에서 떨어지겠다. 새해도 변함없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내게 주어진 길을 천천히 걸을 것이다. 기도하고 읽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전시회 보고 음악 듣고 등등. 모두에게 축복 가득한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