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충동의 고비를 넘기는 역량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실업률과 취업난에 대한 기사에 신물이 나고 다시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 단 한 번뿐인 대학생활이지만 이미 2학년부터 취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어디 라도 돼라”는 소원을 빌고 합격 소식을 기다린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취업에 성공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리는 취업을 했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취준생의 초심처럼 어디라도 됐다면 그래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합격의 기쁨을 만끽한다. 생애 첫 입사를 경험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오른다. 이 순간을 위해 공부한 십수 년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듯하다. 대학에 입학할 때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는데 다시 더 큰 세계가 열린다. 입사할 때의 포부가 거대한 구름처럼 피어나고 떠오른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3년이 흐르고 5년 차를 맞이하며 사회초년생의 초심은 아침에 피어났던 안개처럼 사라진다. 1, 3, 5…. 퇴사 충동의 숫자라고 직장 선배들이 알려준 시점은 나에게도 다가오고 그 숫자가 나의 마음에 충돌한다. 시간의 흐름에 무감각해지고 어느덧 나는 이 숫자 앞에 서 있다. 지친 마음을 다른 곳으로 잠시 도피시키면 다음 숫자가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대졸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은 4명당 1명 수준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직장인 10명 중 6명은 3년 안에 퇴사한다고 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 잡코리아).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직장인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 마음의 요동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차가 많아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반퇴 시대를 맞아 퇴사한 경우, 즉 준비 없이 연차만 많아진 상태에서의 퇴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지혜롭게 준비하지 않으면 참고 참다가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하고 회사라는 갑옷을 벗게 될 것이다. 결과는 지금 이 순간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엇부터 풀어야 할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한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먼저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학생일 때는 ‘어디라도 돼라’가 아니라 나 자신과 내가 할 일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상세하게 해야 한다. 생애 첫 직업과 첫 직장의 선택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전공 공부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직장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직만이 답일까. ‘여기만 아니면 될 것 같다’는 마음을 지니고 매일같이 푸념하는 직장인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섣부른 이직은 위험하다. 이직을 경험한 직장인에게 물어보면 어딜 가도 마찬가지라고 답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내 마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
4학년까지 다닌 대학 시절은 매우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입사 후 5년은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일하다 눈을 떴는데 나이를 한 뭉텅이로 먹었고 나는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한 나는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흘러가는 물리적인 시간을 막을 수 없었다. 멈추고 싶은 마음에 주말 출근을 하지 않고 카페 앉아 세 시간 동안 세월을 잠시 막아냈다. ‘입사 후 5년, 내가 얻은 것은?’이라는 제목을 펼 쳐놓고 지난 5년을 돌아봤다. 결과물의 중심에는 나의 성장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얻었고 시간을 정리하자 나를 가두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며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매일 이어지는 업무로 인해 녹초가 되어 일하다 보면 직장인으로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건강한 고민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퇴사 충동의 숫자는 계속되는 수열이 될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에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에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단순히 그리고 대충 ‘아무것도 없다’는 자세는 삼가고 진지하게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의 매너리즘과 고통의 표면에 표상하는 단편들을 핑계 삼아 회피할 문제가 아니다. 각자가 해내 온 시간은 소중하다. 경험과 경력이라는 재료로 빚어낸 귀한 보물들을 스스로 발굴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또 빠르게 흐를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며 자율적이지 않은 자기조절과 한 자기통제를 한다면 자기착취로 인한 거짓 자아가 나타나고 자존감 하락과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퇴사 이후에도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듯 퇴사 전에 필요한 질문 역시 자기인식에 대한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만 보지 말고 진지하게 돌아보고 지금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에 덜 불안하고 미래에 자율적일 수 있다. 퇴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매너리즘이나 불안, 불만족의 근원을 모르고 판단한다면 퇴사 후에도 방황할 것이다.
✔ 내가 퇴사 충동을 느끼는 때는 언제였는가? 그 이유는?
✔ 지금까지 직장생활에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 내가 변화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입사 후 ____ 년, 내가 얻은 것은?
자신만의 의미 발견을 통해 주도적인 성장을 지속하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