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초보를 위한 나의 포트폴리오 관찰기 2편
37세 은행원이 돈을 관리하는 방법 part1. 은행편에 이어 계속되는 글입니다.
앞의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먼저 읽고 다음의 글을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현재 증권사에 가지고 있는 자산은 3.2억 원이다. 2.6억 원은 일반 증권 계정으로 운용하고 있고, 56백만 원은 퇴직연금 계정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 증권 계정과 퇴직연금 계정 대부분은 주식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채권이나 파생상품, 다른 종류의 금융상품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DC의 경우 전체 납입액의 30%를 채권이나 예금 등으로 운영하도록 강제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부분은 저축은행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주식의 비중은 미국과 한국의 주식을 50:50으로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리밸런싱이 필요한 경우 기존 자산을 교체 매매하기보다는 추가로 자금을 납입할 때마다 이 비중을 맞추는 방향으로 자금을 납입했다. 가급적 적은 수의 종목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매매비용을 감안하여 가급적 거래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의 자산운용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충분히 분산 투자되어 있다.
증권사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4가지 부분이다.
우선 주식의 비중을 가급적 높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나는 장기적으로 주식이 부동산이나 예금, 채권 같은 자산군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에는 나름의 이론적 배경과 더불어 역사적인 실증사례도 존재한다(자산군별 장기 수익률 비교 및 이론은 부동산과 주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예금과 주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참고). 물론 한국의 아파트의 누적 수익률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사례나 이론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재테크란 일생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다. 앞으로 5~10년 내외의 기간 동안 가장 유망한 자산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러나 투자기간을 30~50년 정도로 길게 생각하면 훨씬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투자 프로세스를 단순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별주식을 매입하지 않았고, 절세 목적 이외에는 매매하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매매회전율은 15% 정도로 유지되었다. 역으로 환산하면 7년에 한 번 사고파는 수준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주식 투자 가이드라인은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 비중을 5:5로 유지한다"였다. 급여 등으로 잉여 자금이 생기면 그때그때 더 투입을 했다. 교체매매는 거의 하지 않았다. 기계적인 절차였다. 지금 주식이 고점인지 아닌지 이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읽거나 경제 공부 같은 것을 하지도 않았다. 주식은 사고 난 다음에는 잊어버렸다. 이렇게 아낀 시간은 업무에 더 집중하거나, 브런치/ 유튜브에 하나라도 더 포스팅하거나, 아이랑 놀아주는 데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애석하게도 낮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는 데 사용한 시간이 무척 많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주식차트나 재무보고서를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삶에 많이 있다고 믿는 쪽이다.
세 번째로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주로 활용했다. 구조가 투명하고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 S&P 500을 벤치마킹하는 ETF(SPDR S&P 500)와 코스피 200을 벤치마킹하는 ETF(Kodex 200)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환 헤지는 하지 않았다. 미국 주식에 투자되는 부분 중 약 1.2억 원이 USD로 이루어져 있어 통화의 형태에서도 어느 정도 분산투자가 되어있다. 단순한 포트폴리오지만 이 정도면 개인투자자에게는 충분한 정도로 분산투자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네섯번째로 무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주식에 대한 익스포져는 총 5억 원 정도다. 순자산 6.6억 원의 약 76% 수준이다. 주식투자를 위해 레버리지(1.3억)와 대출(4천만 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총자산에 비하면 그리 높은 비중은 아니다.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되든 하더라도 주식 외 자산과 잉여현금 흐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이 완벽한 주식투자의 지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지침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투자를 할 때는 누구에게나 지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침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은 없으니까. 그러나 일관적이고 견고한 지침을 찾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투자란 불확실한 행위다. 그 당사자의 생각이나 행동까지 덩달아 불확실해질 경우 투자에 성공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증권사 증권 계정 운영 현황
주식에 대한 비중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3월 무렵이었다. 개별 종목을 매입하지는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로 나는 ETF를 통해서만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ETF란 기계적으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운영하는 데는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과 잦은 매매가 불필요하다. 그만큼의 비용 없이 시장성과를 그대로 복제해서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ETF 이외에도 인덱스 펀드를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겠지만 한국에는 인덱스펀드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고 좋은 상품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그래서 ETF를 통해서 투자를 했다. KODEX 200을 통해 한국 주식에 투자했고, SPDR S&P 500을 통해서 미국 주식에 투자를 했었다(주식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 이후의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들이란 글 참고).
KODEX 200는 0.15% 정도의 수수료로 KOSPI에서 가장 큰 200개의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국에 유사한 ETF가 여럿 있었지만 일부 기관투자자가 KODEX 200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복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상품성 검증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기관 투자자가 어련히 알아서 잘 알아보았을 것이므로 더 자세하게 조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SPDR S&P 500는 0.0945%의 수수료로 S&P 상위 500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ETF의 경우 순자산이 360조 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ETF다. Vanguard S&P 500 ETF나 iShares S&P 500 같은 유사한 ETF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더 자세히 조사하거나 비교해서 분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처음에 주로 활용했고, 앞으로도 주요하게 활용할 두 가지 상품이 앞에서 언급한 두 ETF다. 처음 이 두종목을 매입하고 더 투자하기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금을 해약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가진 예금을 중도해지하는 것이나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해 아내가 반대를 했다. 그래서 절충했던 부분이 가지고 있던 종목을 레버리지 상품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KODEX 200은 KODEX 레버리지로, SPDR S&P 500은 PROETF ULTRA S&P 500으로 종목을 바꾸었다. 그때 매입했던 ETF를 아직 보유하고 있다. 이 두 상품은 시장 수익률의 2배를 복제한다. 주가지수가 1% 오르거나 내렸다면 이 상품들의 수익/손실률은 2%로 2배 레버리지 된 상태로 움직인다. 장기투자를 할 때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세금도 그렇거니와 수수료도 기존의 ETF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레버리지 상품은 매일매일의 실적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보이지 않는 거래비용이 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당시에는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고, 동시에 아내와의 절충안을 지키기 위해서 레버리지 상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수익률이 높게 발생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매도하면서 그 비중을 줄이고 있다.
KODEX 레버리지는 매매차익에 대해 15.4%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이 합산하여 2천만 원을 넘어가면 근로소득과 합산하여 과세되기 때문에 세율이 급작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이에 매년 이자/배당 소득이 2천만 원이 넘어가지 않도록 2~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천천히 분할 매도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PROETF ULTRA S&P 500의 경우 해외 ETF로 분류되며 매매차익에 대하여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다만 매년 250만 원까지는 공제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7~8년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분할 매도할 생각이다.
현재 레버리지 상품은 추가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 KODEX 200을 계속 매입하고 있고 현재는 KODEX 200 잔액(1.2억 원)이 KODEX 레버리지 잔액(67백만 원)을 훨씬 넘어선 상황이다. KODEX 200의 경우 국내 주식형 ETF로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 된다. 국내 상장 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은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미국 주식의 경우 250만 원의 양도소득 공제 이외 특별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퇴직연금(DC), 개인형 IRP, ISA라는 절세 금융상품을 활용해서 투자하고 있다. 앞서 37세 은행원이 돈을 관리하는 방법 part1. 은행 편 을 꼼꼼히 읽어보았다면 절세상품의 익스포져 대부분을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증권사 퇴직연금(DC) 계정 운영 현황
만약 자신이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DC와 DB형 둘 중에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만약 자신이 DC형 퇴직연금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거나 정기예금으로만 100% 자산이 운용되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반드시 이 글을 끝까지 읽기 바란다.
나는 증권사에 퇴직연금 DC 계정을 가지고 있다. DB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지만 만약 DC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퇴직연금 계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퇴직연금 계정 수익률 2~3% 차이가 30~40년 정도 누적되면 퇴직 시점에 몇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장기로 이루어질수록 난이도가 낮아지고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게다가 DC는 주기적으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분할매수가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DC에 들어있는 돈을 잘 활용해야 한다. DB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완전히 방심해서는 안된다. 이직으로 인한 퇴직금 정산 등을 받게 되면 그 자금을 DC나 IRP와 동일한 형태로 스스로 운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내 경우는 단 3개의 종목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13백만 원)과 Tiger 미국 S&P 500 ETF(4천만 원), 그리고 Tiger 미국 나스닥 100 ETF(30 만원)이 전부다.
최초에는 KODEX 200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운용했었다. 증권사 DC계정에서는 해외주식을 바로 매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계정에서 어차피 매매차익이 비과세 되는 국내 ETF를 매입하는 것이 세제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Kodex는 다 팔아버리고 해외펀드의 형태로 운용을 하려고 결심을 했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펀드를 골라낼 수가 없었다. 퇴직연금이나 ISA 같은 상품은 제도적으로 훌륭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많은 하위 상품이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라 이런 제약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때맞춰 미래에셋에서 Tiger 미국 S&P 500 ETF을 설정했다. 나는 그것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였다. 망설여지는 결정이었다. 아무리 ETF라고 해도 과거 수익률 트랙이 거의 없었고, 자산총액도 얼마 되지를 않았다. 대체로 이런 상품은 파생형(나는 파생형 펀드를 좋아하지 않는다)으로 운영을 하게 마련인데 이건 실물 투자형태라고 주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물형 펀드이기 때문에 퇴직연금 계정에서 매입할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상품이 좋은지 아닌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미국 주식을 미국 장외시장에 한국 주식시장에 ETF로 어떻게 상장을 할 수 있었을까? 시간차와 환율 구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나는 ETF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구조의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서 주식시장에 상장했는지 지금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왜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이렇게 혁신적으로 보이는 상품을 만들고 조금 더 친절하게 상품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차라리 조금 미흡해 보이더라도 해외형 주식펀드를 퇴직연금에 넣는 것이 맞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건 잔액이 4,0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KB증권에 환헤지가 안된 해외펀드(퇴직연금 클래스) 상품이 없었기 때문에, 수수료가 0.07%에 불과하다고 ETF 설명서에 쓰여있고 또 Tiger라는 ETF 브랜드 자체에 꽤 신뢰감을 느꼈기 때문에, 무엇보다 더 알아보기 귀찮았기 때문에 투자를 했다.
돌이켜 보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공시된 수익률 자체에도 환율 반영 여부나 다른 상세한 설명이 없고, 마케팅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자산 총액은 계속 늘어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1천억 원을 돌파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므로 그냥 지켜볼 생각이다. 좀 더 수익률 기록이 쌓이고 순자산액도 늘어나고 하면 좀 더 정교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매우 귀찮을 테지만 말이다. 어쩌면 정말 시간이 남아돌면 해당 운용팀에 문의 메일이라도 보내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운이 좋다면 답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나는 재테크란 행위를 하며 완벽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Tiger 미국 S&P 500 ETF란 자산을 퇴직연금에 가장 큰 비중으로 넣어보았다. 대충 말이다. 내 퇴직연금(DC) 내 S&P 500 포션은 지금도 내게 스스로 잘 설명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것을 통해 한국과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의 익스포져 비중을 50:50으로 맞출 수는 있었다. 달러에 대한 환노출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미국에 대한 투자를 DC계좌를 통해 엄청나게 낮은 세율로 해낼 수 있었다. Tiger ETF 상품설명서의 주장이 맞다면 0.07%라는 낮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말이다.
그 다음으로 이야기할 자산은 퇴직연금 계좌 내의 저축은행 예금이다.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 계좌에 저축은행 예금이 있어서 생뚱맞아 보일 것이다. IRP, ISA 그리고 퇴직연금을 통해서 다양한 금융기관의 원리금 보장 상품을 매입할 수 있다. 마치 채권이나 주식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저축은행 예금이지만 예금자 보험이 되기 때문에 무위험 자산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내 경우는 2.1% 이율의 3년 만기 예금을 매입했다. SBI라는 저축은행을 알지도 못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금리가 제일 높은 것으로 골랐다. 퇴직연금의 경우 예금 만기가 되면 자동으로 재예치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퇴직연금을 가입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퇴직연금 자금으로 100% 예금만 운용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1년 만기 제 1 금융권 예금으로만 운용을 한다. 퇴직연금에서는 제 1 금융권을 선호할 필요도 없고, 또 예금으로 100% 운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행위다. 내 경우는 퇴직연금이 30%는 안정형 자산에 반드시 투자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예금에 투자했지만 이런 제약이 없었다면 아마 주식의 비중을 더 높게 유지했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퇴직연금 계좌에는 해외주식처럼 세금에 취약한 아이들을 넣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나는 은행원이고 작년까지 DB형 퇴직연금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근무하는 은행은 DC를 원할 경우 한 번에 한하여 퇴직연금 제도를 바꿀 수 있다. 이 경우 DB에서 DC로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은행은 정년이 보장되며, 호봉제로 인해 매년 연봉이 오르는 직장에 속한다. 이런 경우 DB에서 DC로 퇴직연금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손해다. 바보 혹은 투자의 귀재들만 DB에서 DC로 퇴직연금을 바꾼다.
나는 바보도 아니고 투자의 귀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DC로 바꾼 것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 주변의 사람들이 IRP와 DC계좌를 방치해둔 상태로 재테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암담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여러 차례 퇴직연금에 대한 글을 써보았지만 사실 이렇게 복잡한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글로 설명을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글을 적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내 퇴직연금 제도를 DC로 바꿨다. 손해였지만 내가 잘 운용해서 퇴직연금을 불려 나가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면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나의 메시지가 전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년 퇴직연금 운용현황을 보여줄 생각이다. 어쨌거나 퇴직연금과 관련된 나의 메시지는 4줄로 요약된다.
1. 퇴직연금 계좌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
2. 주식에 대한 비중을 충분히 유지할 것
3. 이때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주식을 넣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것
4. 완벽하게 만들기보다는 지금 당장 하고 조금씩 고쳐나갈 것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는 꽤 많은 비용을 치렀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B형 은행원의 포트폴리오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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