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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an 19. 2022

미래 교육을 밝히는 등댓불

시론 / 최교진_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열렸다고도 하지요.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입니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이 완력에서 자본으로 이동했고 이제는 지식과 정보로 이동한다고 예측했었지요. 그 예측대로 우리 사회는 지식정보사회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지식정보사회라는 것은 지식과 정보에서 사회적 부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스마트기기와 통신기술의 발달이 그 기반입니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상식이 되었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너무나 당연했던 상식과 일상이 전복되고 새로운 기준과 상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위 뉴노멀 시대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부가 지식과 정보에서 창출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증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소수의 지식인, 전문가들만이 지식과 정보, 그리고 그 유통 구조인 매스미디어를 독점하는 구조는 결국 자본 독점의 권력구조와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변화는 권력구조의 변화를 동반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시대의 변화를 논하면서 ‘각성한 시민’의 등장에 주목합니다. ‘각성한 시민’은 ‘기성’에 대해 회의하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대학 교수와 같은 지식인,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 등 우리 사회의 기성 주류들의 주장과 그들이 독점한 미디어 환경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해 회의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 ‘각성한 시민’들은 질문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그 답을 찾는 데 열심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찾아낸 답이 기성 전문가의 주장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기도 합니다. 바로 집단 지성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 집단 지성은 매스미디어를 대신한 새로운 유통 방식을 통해 퍼져나갑니다. 1인 미디어가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달하는 팔로워를 확보하고 수많은 사람이 천문학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지식과 정보를 유통합니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공중파 연예프로그램이라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온라인상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방탄소년단(BTS)’의 신화 창조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본질은 바로 완력과 자본, 지식과 정보가 독점되었던 세상이 가고 ‘참여와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지는 시민 권력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입니다. 


  시민 권력의 시대는 곧 분권과 자치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의사 결정의 참여 주체를 소수의 전문가로부터 다수의 시민으로 돌려놓는 것이 분권과 자치의 근본입니다. 우리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 정부의 고시, 지침, 규정을 일괄적으로 전국의 모든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몰락한 유물입니다. 이제는 마을과 학교에서 교육공동체의 집단적 참여를 통해 결정된 것이 정책이 되고 사업이 되는 시대입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중앙 정부의 일관된 지침의 빈자리를 메꾸는 단위 학교의 창조적 현장 방역 매뉴얼을 경험했습니다. 학교 현장 교육공동체의 지혜를 모아서 최고의 방역 매뉴얼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민주적이 학교가 가장 위기가 강하다는 말은 우리가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교육과 학교가 건져 올린 시대의 화두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시대가 우리 교육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까요?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미래 교육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혹자들은 새로운 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첨단 기술에 주목하여 우리 교육의 변화, 즉 미래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궁여지책으로 시행된 온라인 원격수업이 교수학습의 미래 대안으로 각광을 받습니다.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을 갖추고 모든 아이가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학습하면 그 과정과 결과의 데이터를 모아 개인 맞춤형으로 학습관리(LMS)를 하는 것이 미래 교육의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온라인 수업이 학교 수업의 공간과 시간을 확장할 것이라는 가능성에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 학생들 상호 간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눈빛을 나누며 소통 공감하는 대면 수업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종시교육청이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교육공동체의 합의를 바탕으로 전면등교를 시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의 질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서로 소통하며 학습의 과정을 성찰하고 나름의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도움이 될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상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교육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내밀한 교감과 신뢰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교육의 만남이 곧 미래 교육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 미래 교육이 담아야 할 교육적 함의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학교가 멈추어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학교의 진면모를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멈추자 우리 아이들의 배움이 멈추었고 삶이 흔들렸습니다. 학교는 단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만을 잘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곳이었습니다. 많은 아이에게 학교는 삶의 관계를 풍성하게 엮어내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현재를 희생해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아닌 현재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미래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사회적 함의가 생겨났습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도 중요한 교육적 지향이 되었고 앞서 이야기 한 대로 가장 민주적인 학교가 새로운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민주적인 학교라는 미래 교육의 함의가 영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1989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시작한 민주‧진보 교육 운동 그리고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교육혁신 운동이 지향한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진보 교육혁신 운동은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학교를 민주적인 참여의 공간으로 만들며 우리 아이들의 삶과 배움에 집중한 현실적인 교육 운동이었지만 그 지향이 시대정신과 맞물리면서 미래 교육의 가치와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하여 미래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다시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나눔이라는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사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세상이 달라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교육의 환경과 기반이 달라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온라인 수업과 LMS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이 교육과 만나는 변화에 오히려 적극적일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의 역동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사명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화와 역동이 파도라면 본질과 사명은 그 파도 속에서 정처 없이 표류하지 않도록 우리 교육의 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와도 같습니다. 모든 교사가 마음속에 밝힌 등댓불 하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더욱 환하게 밝혀줄 것입니다.




+2021 겨울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겨울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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