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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an 19. 2022

새넷학습터 마무리 연수

포럼 & 이슈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2021년 11월 26일, 12차 새넷 학습터에서는 ‘학교의 새로운 과제와 교사의 역할’을 주제로 성기선 교수(카톨릭대)를 만났다. 성기선 교수는 현직 교사, 교사 양성기관, 교사 선발기관, 교사 연수기관까지 교사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두루 경험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그런 그 역시 아직도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는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고민해볼 것을 제안하며 강의를 열었다.

 

이날의 강의는 지난 11월에 출간된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2>에서 다룬 주제들이 고루 언급되었다. 성기선 교수 외 교육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2022년 교육 현장에 가장 영향을 미칠 20개의 주제를 선정하여 이슈의 배경과 관련 쟁점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의 새로운 과제와 교사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교육계의 상황과 이슈를 통해 우리 회원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먼저 1910년부터 지금까지의 연도별 초중고대학생 수 변화를 그래프로 살펴보았다. 이 추이만 살펴본다면 성기선 교수의 말대로 소멸 단계의 우주를 떠올릴 만큼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생성하고 소멸하는 우주, 흥망성쇠를 거치는 역사발전의 법칙, 모두가 변화하는 것이 진리라면 학교라는 제도와 체제 역시 변화할 것이고, 지금이 그런 전환의 시기가 아닐까 하는 그의 예측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우리 학교 교육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돌아보았다. 7, 80년대의 학교 교육은 국가 이데올로기 통제와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이었고, 과외 금지, 본고사 폐지 등 다른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심성 교육정책 몇 가지 정도만 꼽을 정도로 교육은 정권의 주요 관심 과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의 주도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에듀토피아 건설’을 기치로 세웠던 5·31 교육개혁의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김대중 정부의 자립형 사립고 시범 운영,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학교 교육에 대한 자율과 경쟁을 내세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공교육을 훼손했다고 평가한다. 


교육청정책으로 추진한 ‘혁신학교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등의 성과가 있지만, 아직 5・31 교육개혁을 뛰어넘는 국가 수준의 교육개혁 과제를 만들지 못했고, 두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반걸음도 떼지 못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한, 공교육의 계층화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정시 비율을 높이기로 한 정책이 결정되는 등 교육개혁의 동력이 모두 떨어졌기에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선언만큼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2년 교육계의 현안은 무엇일까. 학생, 교사, 학부모의 변화, 특히 MZ세대 교사에 대한 이해,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 학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교육격차 해소, 돌봄을 둘러싼 갈등과 인식 차이, 고교학점제, 교육재정 문제, 학급당 학생 수 20명 법제화를 둘러싼 동상이몽, 도농 간 격차, 교사가 빠진 마을교육공동체, 코로나19로 인한 관계의 단절 등 우리가 겪고 있고, 고민하는 많은 문제가 언급되었다.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2022년 전개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제시하기도 했다. 첫째,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에 미친 충격과 후유증을 해소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정서적 장애, 교육격차, 기초학력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수업일수를 늘리거나 방과 후 교육이나 주말과 방학을 활용한 보충교육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2025년 예고된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방면의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체제에 적합한 대입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셋째, 학생 수 급감이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예고된 문제였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했고, 이제 목전에 다가왔다.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기술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양날의 검이라는 비유를 쓸 만큼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AI를 활용한 개별화교육,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등 기존 학교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환점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대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요즘, 과연 이러한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정책으로 제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기선 교수 역시 ‘백년지대계는커녕 오년지소계, 좌클릭, 우클릭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우리 교육은 어떤 변화를 겪어내야 하는가.’ 하는 탄식을 하였다. 몇 가지 기본 사항만 알더라도 내놓을 수 없는 ‘수능 100% 전형’이라는 입시 정책을 쉽게 내놓는 대선후보만 보아도 우리 교육계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예상된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했다. 동시에 어깨가 무거웠다. ‘학교의 새로운 과제’는 우리가 도출해야 하고, 그 과제 해결 주체 또한 우리 교사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 때문이었다. 


* 참고 : 강의 원고




 2021년 마지막 13차 새넷 학습터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실천하는 2022 학교교육과정>을 주제로 성열관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교사의 고민을 담은 주제때문이었는지 오랜만에 70명이 넘는 여러 선생님이 참여했다. 


 ‘왜 학교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기가 어려울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했는데, 학교교육과정을 고민한 교사라면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일 그런 질문이었다. 성열관 교수가 찾은 답은 첫째, 공유 인지, 스키마의 부족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좋은 교육인지에 대한 철학과 윤리적 수준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윤리적 수준’은 학교라는 공동체 자체가 윤리적 수준이 높아야 학생들이 윤리적 실천을 한다는 콜버그의 주장에 그 배경이 있었다. 공교육의 원리에 입각한 규범을 공유하고 있다면 함께 학교교육과정을 만드는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2월이면 많은 학교에서 비전 공유의 시간을 운영한다. ‘학교란’, ‘학생이란’, ‘우리 학교가 더 좋은 학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교교육의 목표를 염두에 둘 때, 우리 학교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등의 질문을 나누며 인식의 토대를 형성한다. 공유한 내용을 교실에서 실천하여 학생이 학습 성과를 보일 때 교사의 신념과 태도가 변화한다는 그의 말을 염두에 둔다면, 강의 중심의 연수가 아니라 교사의 교실 실천을 위한 실제적인 내용이어야겠고, 어쩌면 이 부분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둘째, 효과적인 매개의 부족을 들었다. 교사들이 협력하고 주체성을 신장하는데 효과적인 매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학교장과 리더교사들의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했다. ‘매개’는 주체, 대상, 규범, 공동체, 분업과 함께 활동이론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교육과정 통합, 수업 공유, 교사별 평가 등 교사들의 협력과 주체성을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며 막상 교육과정을 만들자고 모이지만 행사, 연간 강조점, 지역사회 협력 사항 정도만 만들 뿐 자율성의 범위가 매우 좁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학교 자율시간이 교사 자율성을 확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므로 꼭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교사들의 전문성을 들었다. 교육과정 문해력, 평가 전문성의 부족과 소극성이 그것이다. 특히 2022교육과정 시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어 5년간 절대평가를 수행해야 하는 중등교사에게 평가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했다. 또 교사들의 공무원 정체성, 민원에 대한 염려나 대화 불가능한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교사들의 현실 또한 학교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기 어려운 요인 중의 하나였다. 강의 중간, 우리나라 교사들의 우수함을 칭찬하며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는 능력보다 자세가 더 필요할 거라는 이야기에 이 자세 또한 전문성의 요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중요한 질문 한 가지는 ‘모든 아이의 꿈을 실현하는 교육과정은 가능한가?’였다. 선언적 구호로 치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규범과 상식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가운데에서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언제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이라는 저서도 미래를 꿈꾸던 초등학생이 수업 중 잠들게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6년 동안 고민하던 가운데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니, 그의 문제 해결 과정에 좀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이 질문을 중간고사 문제로 받은 대학원생들의 답을 통해 이 딜레마를 해결할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다원적 평등 사회에서는 성공의 기준이 독립적이므로 학생 각자의 재능과 잠재력을 살린다면 모순이 아니다.’, ‘현재 소극적 복지국가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은 제공하겠으나 삶의 안녕과 품위 있는 삶을 살기에는 부족하므로 교육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두 개의 예시 모두 ‘모든 아이의 꿈을 실현하는 교육과정’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학교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담은 모형을 제시했다. ‘새로운 학교 교육 프레임워크’였다. 비전, 성과, 증거, 교육활동, 공동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새롭게 다가온 것은 증거로 제시한 ‘학습의 기쁨’, ‘모두가 주인공’, ‘삶의 의미’였다. 조어 자체도 예쁘고 친근했다. 학교의 책무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이 세 가지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서 만족하고,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기뻐하는가, 학교에서 참여의 주체로 인정받는가, 학교에서 ‘이걸 배워서 이런 사람이 될 거야, 이런 국가가 좋은 국가야, 삶은 이래서 살 만한 거야.’라는 규범적인 관점을 만들어가는가. 인지적, 사회적, 실존적인 이 세 가지 증거를 보여준다면 ‘모든 아이의 꿈을 실현하는’ 것은 아닐지 ‘학습의 기쁨’, ‘모두가 주인공’, ‘삶의 의미’를 천천히 되뇌어보게 되었다. 



 한 시간의 강의 이후, 편안한 분위기에서 ‘너사말 밴드’에 대한 이야기와 한 소절 노래도 들을 수 있었던 질의응답 시간은 ‘새넷학습터’ 밴드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과 고유의 기능과 내용 요소를 다루는 교육과정과 프로젝트를 다루는 교육과정을 구분해서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학습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초등교사가 7~9개 교과를 담당하면서 높은 수준의 교과 기능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등교육의 전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어떻게 실천할지? 등 여러 질문을 중심으로 한 시간 동안 활발한 소통이 이어졌다. 


여러 교사와 집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축구 골대 뒤 나무 한 그루’에서 교사의 실존과 숙명을 발견한 노랫말에서 그가 어떤 이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중요한 미덕은 학교 현장의 고민과 이론을 엮어내는 실천적 연구에 있었다. 학교의 현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우리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 틀림없는 그의 질문과 분석이 유익했다. 새 학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다시 짚어보아야 할 관점과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많은 학교의 2월이 알차게 꾸려지길 기대한다. 





+2021 겨울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겨울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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