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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an 19. 2022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를 발간하며

전국 NET / 새로운학교경기네트워크 연구위원회


새로운학교 총서 03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


한국 교육이 문제라고 한다. 모두가 입을 모은다. 교육 문제에서는 모두가 당사자이다. 우리는 모두 교육에 대해 뭔가 ‘맺힌 것’이 있다. 학교가 잘못되었고, 대입 제도가 문제이며, 공교육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도저한 경쟁교육에 아이들이 시들어 가고, 주입식 교육으로 미래 사회에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모두가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저마다 의견을 보탠다.


우리 교육은 여러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의 삶과 괴리된 배움, 관리와 통제 중심의 학교 체제, 학벌 획득을 위한 경유지로서의 학교에 대한 인식 등이 학교가 교육적 본질을 구현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나 그 얽히고설킨 문제의 근원이 모두 학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의 질곡과 욕망과 모순들이 압축적으로 분출되는 곳이 바로 학교, 그리고 교육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곁에 서려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 노력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고, 우리 사회는 조금씩 진전하며 여기까지 나아온 것일 터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수한 교육적 난제들이 우리 앞에 과제로 남겨져 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나 외부로부터의 컨설팅 등이 교육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우리는 무수한 경험들로 잘 알고 있다. 사회적 인식이나 경제적 구조 등이 학교 교육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에 학교만의 힘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교육적 난제를 풀 수 있는 당사자 중의 당사자는 교사들일 수밖에 없다. 문제를 풀 해법을 우리 스스로 모색하며 우리의 교실, 학교를 변화시키려는 것, 그것이 최근의 혁신학교 운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념적 기둥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가야 할까? 문제는 무엇이고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학교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미래 교육, 미래 학교, 미래 사회란 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최신의 교육 담론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 지경이다. 미래 교육 담론에는 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미디어 등의 첨단 과학기술과 관련된 용어들이 포함되며, 그와 관련한 급격한 시대 사회적 변화에 학교가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안하곤 한다.

그런데 과연 미래는 맞이하는 것이며, 운명처럼 닥치고야 마는 것일까?

우리의 소임은 그 미래에 허겁지겁 적응하는 것일 뿐인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며 변화의 여지가 있는 ‘우리가 만들어 갈 시간’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예견은 예견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어떤 삶과 교육을, 어떤 사회를 맞이하기를 원하는가.

우리는 그 답을 학교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속에서 찾아 나가자고 제안하고자 한다. 학교가 전문적 학습공동체로서 작동하게 되면 그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생겨날 것이다.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질문들을 데려올 것이다.


우리의 현재는 어떠한가?
우리는 현재 살아가는 삶과 세계, 그리고 학교에 충분히 만족하는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며 그 미래는 어떻게 성취될 수 있는가?
학교의 역할은 무엇이며 학교는 그것을 잘 해내고 있는가?
앞으로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 것이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좋은 배움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어떻게 성취될 수 있는가?
교사와 학생은 학교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교사와 학생의 역할은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질문이 있는 곳에 답이 생긴다. 좋은 질문을 던지면, 좋은 답이 생겨난다.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우리 자신의 ‘진짜’ 궁금하고 ‘정말로’ 절실한 질문을 생성하는 공간이 된다면, 이곳에서는 우리가 맞이하고 싶은 미래, 우리가 얻고 싶은 답을 얻어낼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교사도 역시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라야 하며 학교가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조직화 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특히 학교 전체의 변화와 성장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잘 가꾸어 갈 것인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화두가 되어 왔다. 그런데 막상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기는 참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발성’의 문제이다. 바쁜 업무의 와중에 어떻게 학교의 교사들이 ‘스스로’ ‘즐겁게’ 모여 공동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방향성’의 문제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거리이다. 함께 모여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가. 학습공동체 형성에서 자발성과 방향성은 깊은 상호 관련성을 지닌다. 방향성이 없는 학습공동체에 대해 교사들은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것이다’라는 인식을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자발성이 없는 상태에서 방향성에 대한 공감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선의나 열정만으로는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이끌어 가려던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거나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한발 물러서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교육의 주체가 되어 학교를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만들어 가고 싶다.’라는 마음을 지닌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천적 지향 및 방도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왜 굳이 함께 모여 학습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글을 집필한 이들은 모두 학교 혁신 활동가이자 연구자로서 현장과의 긴밀한 연결 경험 및 실천 경험이 있다. 집필진은 교사들의 자발적 연대체인 ‘새로운학교네트워크’에서 학교 전체의 변화와 이를 추동하는 교사의 주체화를 모색해 왔다. 특히 우리는 학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 주목하고 이를 만들어 가는 방안을 함께 탐구해 왔다. 이 책은 그 공동 모색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왜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필요하며 전문적 학습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먼저 제시하였다. 특히 교사가 학교 변화를 주도하는 존재로서 교육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교사 주도성(teacher agency)을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핵심임을 제안하였다.


2부에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왜 필요한지도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핵심어를 중심으로 실질적 구축 방안을 제안하였다. 2부에서 제안한 존엄과 환대, 비전의 공유, 학습 조직화, 학습과 실천의 연계, 개방과 공유, 성찰과 상상이라는 여섯 가지 핵심어는 이 책의 집필진이 학교 현장의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 쌓아 온 실천적 경험 속에서 응축하여 길어 올린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중핵적 요소이다. 각각의 장에서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어떤 내용과 단계를 거쳐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사례를 통해 서술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전략과 워크숍 방안, 주요 질문과 답변 등을 함께 제시하여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3부에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생생한 운영 사례를 학교별로 보이고, 각 학교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만들어 간 교육과정 및 수업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학교 안과 밖의 연결과 확장을 통해 학교와 사회의 공동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은 다 똑같다고 한다. 욕망의 덩어리이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 한다. 그래서 교육도 사회도 바뀌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렇기만 할까? 나와 당신이 여기 모여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가고 싶은 교육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이야기들은 생명력을 얻고 현실이 되기도 할 것이다. 부족하고 용렬한 인간의 하나인 우리를 말의 힘으로 다잡아 세우며 마음을 가다듬게 하고 어려운 길을 가게도 할 것이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고, 상상의 힘이며, 모여 앉은 자리의 힘이다.


학교란, 교사란, 그런 일들을 하는 곳이 아닌가? 미래를 상상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며,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달고 갈 날개를 최선을 다해 키워 주는 곳. 그리고 그런 일들을 도모하는 곳,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이상적인 사회의 구현 가능성을 탐색하는 곳이 학교가 아니라면, 그 어떤 곳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학교의 미래를 학습공동체로부터 찾고자 한다.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좋은 교사로서의 꿈’을 꺼내 들어 보자. 그리고 그 꿈을 공유하고 가다듬으며 그것을 현실로 구체화할 방도를 찾아보자.


가장 이상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음을 역사 속 사례들이 종종 증명해 주기도 한다. 오늘 우리의 꿈이 내일 우리 교육의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당신, 오늘도 99%의 부정적 전망 속에서도 1%의 가능성을 꿈꾸는 당신에게 이 책을 전하고자 한다.




+2021 겨울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겨울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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