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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an 19. 2022

‘내가 가르친 것들이 정말 도움이 될까?'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박성광_천안청당초등학교 교사

1. 시작하며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 가르친 것들은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합니다. 이 고민이 현재의 학교 교육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밑거름이 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그러나 국가 수준에서 짜인 체계적인 교육과정 아래 진행되는 지금의 학교 수업은 현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삶에서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해 내는 능력은 학생들이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든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에서 더 나아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스스로 찾고 명확하게 정의해내는 능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측면에 있어 더없이 중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야말로 남들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즉, 이 프로젝트 수업은 예측 불가능한 실제 삶의 문제를 찾아 그것을 협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게 하는데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짜여진 대로 흘러가는 실제 학교 교육과는 그 결을 달리하며, 기존의 프로젝트 수업과도 학생 주도성과 삶의 연결 측면에서 차이가 큽니다. 
 


2. 문제 해결 지향 교육


저는 2021학년도에 학습연구년제라서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시간에 책도 많이 읽고 연수도 듣지만, 수업이란 게 글이나 콘텐츠로 채워지지가 않죠. 그리고 제가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최수프’(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 는 말과 글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계속 학생들과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찰하며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방과후 자율 동아리를 조직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었던 터라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도 불구하고 모인 학생은 4명(5학년 2명, 6학년 2명)이었습니다. 나중에 5학년 학생이 한 명 더 가입하여 총 5명이 됐습니다.


팀 프로젝트 활동이므로 우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끼리만이 아니고, 교사인 저도 함께입니다. 저를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면 지도할 수가 없겠죠. 담임 교사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짧게 만나기 때문에 빨리 친해져야 했죠. 여러 팀빌딩 활동을 하면서 어색함을 풀고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여유 있게 둘러보며 어떤 문제가 있을지 탐색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문제를 탐색하는 시간, 날 불편하게 하는 생활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해 봤습니다. “앵그리 톡”이라고 불리는 활동입니다. 수동적인 삶의 태도에 적응한 학생들은 문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사인 저는 마음껏 불만을 쏟아내 보라며 자극했지요. 특정 장소, 물건, 공간, 시간, 약속, 질서 등 학생들을 화나게 할 만한 범주를 제시했습니다. 예도 들어 줬고요. 다양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표출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은 정말 고도의 작업이자 기술입니다. 어떤 수업이든 이걸 잘해야 하는데 많은 경험이 쌓여도 어렵습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이 찾은 문제에 대해 가치를 판단하는 경험을 갖습니다. 기준에 따라 문제를 분류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외부에 가치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보기에 '아닌 것' 같아도 학생들의 시각에서는 '맞을 수' 있습니다. 적절히 질문하며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그러나 판단은 '학생'들의 몫. 자꾸 끼어들고 간섭하면 학생들의 주도성을 빼앗으니 주의합니다. 


그리고 해결할 문제 선정하기입니다. ‘가치 있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구체성’이 있느냐입니다. 이는 직-간접적 경험이 나와 관련되어 있을 때 도드라집니다. 서로 질문하고 답해보면서 ‘구체성’이 있는지 너무 ‘모호한’ 문제는 아닌지 고려합니다. 구체적이지 않으면 ‘문제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문제의 객관적인 상황(육하원칙)이 잘 구술되는 것을 찾습니다. 


둘째, ‘해결 욕구’입니다. 이는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중요한 요소인데, ‘자기 주도성과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문제를 고르는 게 효과적입니다. 물론 구체성이 있을수록 ‘자기 주도성’도 생깁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의 가치’와 상충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므로 주의하고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문제를 선정했으면 명료하게 정의를 내려봅니다. 단순 현상과 객관적 문제를 정확히 구별하고 ‘명제화’하는 단계인데요. 교사와 학생, 모두가 연습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주 반복하고 훈련해봐야 합니다.


학생들은 “화장실 악취” 문제를 선정하고 아래와 같이 정의했습니다. 

“화장실 악취 때문에 기분이 불쾌하고, 더 나아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나오는 게 문제다.”

지난 1차 문제 정의에 이어 인터뷰 질문을 정리하고 실제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상은 일단 ‘학생’으로만 한정했는데요. 아직 학생들이 어른들을 만나 면담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범 보이기!


 학생들이 작성한 질문을 바탕으로 인터뷰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학생들은 나를 보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 세상의 인터뷰라고 해줬습니다. 인터뷰를 부탁하는 거 자체도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이고, 이것이 진짜 역량이며, 우리가 국어 시간에 ‘면담’을 배우는 이유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제 시범을 보여줬으니 진짜 도전을 해보기로 합니다. 복도를 서성이던 6학년 남학생 두 명을 발견했습니다. 섭외를 힘들어해 섭외까지는 해주었습니다. 어색하게 질문을 시작하더라고요. 답변하는 친구들의 눈도 못 마주치면서 대답을 듣습니다. 대담 학생의 경험과 생각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단답식으로 넘어갑니다. 그래도 점점 나아질 거란 기대로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학생들을 면담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악취’가 너무 싫은 학생들은 숨을 참을 뿐만 아니라 차라리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을 택한다.

2. 이 학생들은 ‘악취’가 크게 문제가 아닌 거 같다고 답변을 했는데, 그 이유는 다른 학교도 전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답변을 들은 학생들은 그러니까 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왜 많은 학교는 화장실 악취를 없애지 못하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자신감이 생긴 학생들은 더 많은 학생과 담임 선생님 등을 인터뷰하면서 참고할 사항을 찾았습니다.


현상 : 화장실 악취

문제 : 불쾌한 기분+숨을 참거나 입으로 숨을 쉬면서 불편하게 볼일을 봐야 하는 것


학생들은 ‘원인맵’ 활동을 하면서 현상(화장실 악취)의 원인을 다각도로 파악해봤습니다. 먼저 대화를 하면서 학생들의 배경지식 수준에서 최대한 꺼내 봤습니다. 듣고 보고 느낀 것에서 '화장실 악취'의 원인을 생각하고 맵핑을 합니다. 곧 한계가 보입니다. 그래서 크롬북을 이용해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됐고, 원인으로 추가를 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요석'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라며 신기해했습니다. 일반적인 청소로는 처리가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쌓인다는 것까지 알아냈지요.


질문을 던졌습니다.


T : 우리 학교 화장실을 요석 제거 청소를 한 적이 있을까?

S : 모르죠.

T : 누구한테 질문해보면 알 수 있을까?

S : 행정실? 아니면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일까요?


활동을 마무리하며 학생들은 행정실로 달려갔습니다. 소심한 아이들은 행정실 앞에서 누가 먼저 들어갈 것인지, 누가 말을 꺼낼 것인지 5분간 실랑이를 하더니 결국 6학년 한 학생이 들어갑니다.


 그들이 알아낸 사실은 두 가지

1.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의 활동 시간

2. 행정실 분들은 ‘요석 제거’와 관련된 어떤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것.


화장실 악취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생각한 중점 인터뷰 대상은 ‘청소 도우미 여사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엔 여사님께서 오후 14시까지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그래서 ‘여사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당당하게 다가가 할 말을 하는 것을 바라는 건 큰 욕심이었습니다. 쭈뼛쭈뼛, 망설망설. 머뭇머뭇. 평소 말을 걸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분이었습니다. 바쁘게 청소까지 하고 계십니다.

‘섭외는 내가 해줄 걸 그랬나?’

답답한 마음에 다가서려는 찰나, 그나마 가장 대범한 6학년 남학생이 먼저 인사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웬걸? 인터뷰가 너무 빨리 끝났습니다. 제대로 묻기는 했는지 걱정입니다.

T: 왜 이렇게 빨리 끝났어? 다 여쭤봤어?

S: 아! 네, 네.

T: 어떤 말씀 하셨는데?

S: 화장실 청소하시기 어려우시대요. 깨끗하게 사용 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요.

T: 그렇구나. 우리 주제는 화장실 악취와 관련해서는?

S: …….

T: 안 여쭤봤어?

S: 청소하느라 바쁘시대요. 점심시간 같은 때 오라고 하셔서요.

T: 아! 그렇긴 하지. 바빠 보이시더라. 근데 점심시간이 언제라셔?

S: 몰라요.

T: 헉, 그럼 언제 찾아가?


그렇게 학생들은 다시 쪼르르 ‘여사님’께 가서 점심시간이 11:50부터인 것을 알아냈습니다. 인터뷰 결과, 화장실을 늘 깨끗하게 청소하지만, 냄새가 나더라. 요석이라는 것을 제거하신 적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활동으로 설문을 계획했습니다. 방법은 ‘구글’을 활용한 온라인 설문. 먼저 내용 구성을 시작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설문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는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확인시켰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설문 내용을 만들게 했습니다. 먼저 설문 문항을 개별로 브레인라이팅 한 후, 대화를 하면서 적절히 조절했습니다. 총 7개의 문항이 만들어졌고, 학생들의 노력을 총 동원하여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로 했습니다. 

구글 설문을 만들어 뿌렸으나 전교생 1000여 명 중 250명이 참여했습니다. 더군다나 설문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다른 학교 학생도 있었습니다. 사실 ‘청당초’ 참여율이 낮아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홍보물을 만들어 붙이겠다는 의견을 내자 저는 QR코드를 출력해 줬고, 학생들은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설문 참여율을 높였습니다.

여러 검증 활동을 거쳐 학생들이 내린 화장실 악취의 주요 원인은 ‘요석’이란 존재였습니다. 다시 말해 화장실 악취의 근본은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는 ‘요석’이라는 것. 그래서 현장 검증을 나갔습니다. 좌변기와 소변기에 얼마만큼의 요석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여 증거를 모으기로 했습니다. 저마다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학교 화장실 요석 상태를 사진 찍기로 했습니다. 모든 학교 화장실, 좌변기-소변기 갯수 파악 및 사진 찍기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좌변기에 생각보다 요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남녀 화장실 모두 그랬습니다. 

‘화장실 악취’의 원인이 ‘요석’이 아니란 말인가?

남자 소변기를 확인해보기로 했는데 소변기 뚜껑이 열리지를 않았습니다. 한 손으로 코를 막고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뚜껑을 빼보려 하지만 되질 않습니다. 손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른 도구를 준비해 시작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 남자 소변기 뚜껑! 

눈 뜨고 볼 수 없는……ㅠㅠ 그리고 밀려오는 악취. 뚜껑을 여는 족족 하나같이 ‘요석 잔치’가 열렸습니다. 어느 화장실이든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생들은 확실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문제 원인을 확실히 정의했습니다.

문제와 근원을 확실히 정의했으니 이젠 해결 단계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마인드맵을 이용해 다양한 해결 아이디어를 정리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비슷한 문제는 없는지 혹여나 해결된 사례는 없는지 국제적인 검색을 해보는 활동입니다.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됩니다. 한국 사례에만 갇혀있지 말자는 의미이지요. 그러므로 ‘구글’에서 ‘영어’를 이용한 검색을 해야합니다. 어떤 키워드를 선정하여 검색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해당 키워드를 어떻게 영어로 바꾸느냐에 따라 역시 결과는 달라집니다.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학생들은 “악취”의 의미를 가진 ‘stink’와 ‘odor’라는 단어를 배웠습니다. 검색한 결과는 다시 번역기를 돌려 어떤 내용이 있는지 읽어봤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참 많았고, 그것을 해결한 사례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 악취 때문에 기분이 불쾌해지고 더 나아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나오는 문제다. 핵심 원인은 13년 동안 방치된 요석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요석 제거를 해결책으로 판단하고, F.B.R 프로젝트를 시행하고자 한다.”


F.B.R은 Fresh BathRoom을 일컫는 말입니다. 상쾌한 화장실을 꿈꾸는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다음으로 본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문제에 교장 선생님, 교사, 행정실, 학생들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이로움, 해로움을 줄지 예상해 봤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문제가 우리만의 것이 아닌 전국 공통의 문제이며, 교육부와 언론사도 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활동은 문제를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더불어 이해관계에 있는 대상들이 보여줄 반응을 예상하고 대처할 준비를 하게 해줍니다.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해 보았더니 아이디어들의 허점이 보입니다. 그리고 해야 할 작은 해결 활동들이 더 떠오릅니다. 최종적으로 문제 해결 맵을 충실하게 보완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궁극적으로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거 자료가 중요했지요. 학생들은 각종 예산과 관련된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천안-아산 지역의 요석 제거 관련 업체 정보를 모아 연락을 해서 견적을 받았습니다. 


문제 해결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 해결 방법은 반드시 ‘최종 관리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13년 동안 방치된 요석으로 생겨난 화장실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장 선생님의 허락과 결단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동안의 프로젝트 과정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1. 설득력 있는 작업을 위해 어떤 자료와 근거들이 필요할지 마인드맵

2. 효과적인 협력을 위해 큰 주제별로 역할 분담.

3. 구글 프레젠테이션으로 실시간 협업 작업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마친 학생들은 교장실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자료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행정실과 협의해보겠다고 하셨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1주일 뒤 지도 교사인 저에게 교장 선생님의 연락이 왔습니다. 업무 메일을 통해 요석 제거를 위한 업체 계약을 진행 중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학생들이 동분서주 알아본 그 업체였습니다. 더불어 요석 제거 후 깔끔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학생들이 제안한 약품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미 약품 구입은 완료했고요. 


그렇게 2021년 10월 현재 2021 사최수프 동아리의 첫 번째 미션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학생들은 본인들이 찾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냈다는 뿌듯함과 기쁨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 경험은 마치 마술처럼 학생들을 다른 프로젝트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를 찾아 정의 내리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가 악화됐고, 만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리곤 결국 방학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3. 마치며


위의 사례와 같은 프로젝트 수업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안에서 진행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찾을지 어떻게 해결 방법을 내놓을지 그리고 실제 해결 단계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삶에서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똑같이 하므로 설계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만, 교사의 끊임없는 열정과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운도 따라주어야 합니다. ‘사최수프’를 실행한 첫해에 학년 교육과정 내에서 수업을 진행해봤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는 프로젝트 수업의 지속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사최수프’와 같은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자율 동아리’ 활동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야말로 교육과정으로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본래 취지와 목적에 적합한 문제 해결 지향 교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사최수프’는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 수업이 절대 아닙니다. 학생들이 진짜 세상의 문제를 찾아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동기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종합적인 미래 역량을 신장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므로 배움이 교실과 교과서에 한정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무한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지요. 그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고요. 


교사는 학생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줘야 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거나 격려해줘야 하기도 합니다. 안내자, 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을 강조하는 요즘이지만 학생들의 그릇된 판단과 더딘 진행 상황을 보면 마냥 참을 수 없는 게 또 교사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때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믿음과 기다림이었습니다. 엇나가기도 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일. 더 나아가 자신의 판단을 반성한 후 다시 도전해보는 일. 이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 학생들을 성장하게 합니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학생들에 대한 믿음으로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수업 사례는 (사)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구안한 ‘사상 최대 수업 프로젝트(이하 사최수프)’라는 수업 과정이 실천된 내용입니다. 사최수프는 2015년경 설계되어 꾸준히 실천되면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프로젝트 수업 방법입니다. OECD교육역량국이나 Google에서도 인정한 교육 혁신 프로그램이죠. 전 해당 내용을 초등학생들의 수준과 흥미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면서 수업하고 있습니다. 그중 2021학년도에 방과후 자율 동아리를 운영하며 학생들과 겪은 사례이며,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며 다듬어진 공동의 수업실천이론입니다. 






+2021 겨울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1 새넷 겨울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7.이 책 한 권!


+과월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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