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2023), 아이폰 13 미니 9월이라고 해도 날씨는 한참 더웠다. 이사를 목전에 둔 어느 주말, 한참 동안이나 집을 치우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쳐 쪽마루에 누웠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아무리 나무로 짜인 쪽마루라고 해도, 처마가 그늘을 드리워준다고 해도, 바람길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솔솔 불어든다 해도, 편할 리가 있나. 등이 배기고 날이 더워 30분 정도 지나 잠에서 깼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어찌나 좋던지.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청했던 잠. 눈을 뜨면 내 지붕이 보이고, 내 하늘이 보이는 공간에서의 낮잠.
대청(2023), 아이폰 13 미니 그러고 나서는 청소도 덜 된 대청에 들어가 누웠는데, 묘한 기분이 드는 걸 어찌할 수가 없었다. 지붕을 열었더니만 온통 썩어있던 서까래, 무더위 속의 공사, 민원 때문에 현장이 멈춰있던 시간들, 변변한 가림막도 하나 없이 풍한서습 속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나무들.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도 용케 마음이 꺾이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게 기적이지.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결국 이렇게 지나간다.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 공간연구소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실시설계 시작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
2022.04.22. 실시설계 종료
2022.04.23. 공사 시작
2022.05.21. 철거 공사 전 긴급회의
2022.05.22. 지붕 철거
2022.05.30. 철거 시작
2022.06.08. 철거 종료
2022.06.27. 한국국토정보공사 측량
2022.07.06. 치목(治木) 시작
2022.07.16. 정화조 교체
2022.07.19. 목공사 시작
2022.08.07. 단독 주택 1년 차
2022.08.08. 두 번째 장마
2022.09.02. 상량(上樑)
2023.03.18. 목공사 종료
2023.03.27. 지붕공사 종료
2023.05.16. 실내 목공 중
2023.06.05. 마지막 중도금
2023.06.16. 마루 공사
2023.06.20. 창호 공사
2023.08.31. 마무리 공사
2003.09.06. 설계 2주년
2023.09.15. 첫 파종
2023.09.16.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