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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Apr 05. 2020

주말엔 소설이 땡기더라

feat.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주로 자기 계발 도서와 새로운 지식을 깨닫게 되는 책을 위주로 읽었었는데 요즘은 감성적 충만함을 위해서 소설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우연히 읽고 이도우 작가님의 장편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게 되었다. 본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추구하는 책이나 영상물도 다른 것을 느낀다. 예를 들어 마음속에 화가 많을 때, 혹은 뭔가 답답할 때, 뭔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엉킨 것 같은 때에는 아무래도 좀 더 하드하거나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책이나 영상물을 보게되는 것 같다. 뭔가 착한 소설같은 이도우 작가님의 잔잔한 소설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은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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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스를 공부한 이후에는 상담을 의뢰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책 속의 주인공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이라서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역시 OO성향이라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구나'라는 식으로 공감과 공부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주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살림과 인강 듣기, 글 3개를 쓰고, 팀원들 글을 읽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밤 12시가 지나서야 펼친 소설이었지만 편하게 잘 읽혀서 더 읽고 싶었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딱 100페이지만 읽고 잤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고작해야 2019년부터 서평을 썼지만 그래도 뭔가 작가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있지 않은가. 원고지에 멋지게 쓴다던가, 노트북 앞에서 멋있게 타다다닥 한다던가 말이다. 책을 읽는 게 왜 좋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간접체험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내가 방송국 작가인 것처럼 대리체험을 키득거리면서 했다. PD와 작가가 티키타카를 하는 장면, 마치 송해 선생님이 떠오르는 황해조 선생님이 등장하는데 나의 방이 라디오 스튜디오 인듯한 착각을 하며 소설속에 푹 빠졌다.


진솔 :  "아뇨, 뭐. 피디가 싫다는데 됐어요. 할 수 없죠." 

건     :  "스무디 사주면 틀어주지." 건이 씩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진솔  :  "... 스무디가 뭔데요."


진솔 : "놀리는 거예요, 아까 내가 대답하는 걸 못 들은 거계요?"

건   :  "듣기야 들었지. 혹시 나한텐 다르게 대답하나 싶어서."



그런 그녀를 건이 따스하게 지켜보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바보네. 라면하고 화해해요, 이제."


소설을 직접 읽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말이야? 하겠지만 뭔가 아직 동료일 뿐인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나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 장면을 뽑은 것이다. 3자를 통해서 보는 건PD와 직접 부딪혀 본 건PD는 같지 않았다. 괜히 트집이나 잡고, 괴롭힐까 봐 걱정에 걱정을 했던 작가 진솔은 갸우뚱하면서 건PD와의 에피소드를 쌓아가고 있다. 인간관계가 좁고, 조금은 수동적이고,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안 하는 작가 진솔을 놀리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삶으로도 인도해 줄 것 같은 건PD...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는지 궁금하다. 479페이지의 소설책을 고작 100페이지 읽고 쓴 서평이므로 뭔가 대단한 감상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꼭 끝까지 다 봐야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니 않은가? 초반부를 보고 나의 느낌이 어떤지 어떤 것을 깨알 았는지 쓰는 것이 왜 안 되는 거지?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는 강박증세가 많다.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책과 놀자. 꼭 시험에 나오는 소설만 읽고, 시를 외우고 하지 말고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할 수많은 책을 옆에 두고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가 언제든 읽고 싶을 때 읽고, 어떤 책이든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알레르기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훌륭한 HANDAL에서 한달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책을 읽지 않던 내가 책 쇼핑을 과감 없이 하고, 계속해서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놓는 나의 모습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이렇게 책과 글의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너무 어렵게, 너무 심오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기꺼이 인생의 벗으로 책을 삼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인생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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