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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Apr 07. 2020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feat.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계획해 놓고 책을 읽지 않는다. 읽히는 날은 많이 읽기도 하고, 어쩐지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에는 그냥 보고 싶은 책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갤럭시 버즈를 귀에 꽂고 마음에 드는 OST를 크게 들으며 소설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들과 함께 거닐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은 대낮이고, 밖인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가 펑펑 울어버렸다. 미쳤다 이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좋았지만 어쩐지 나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더 끌린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4912652



어제 읽다가 졸려서 그만 읽었던 부분부터 다시 읽었는데 어쩜 그렇게 절묘하게 끊었는지 스스로가 놀랬다.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면서 '어머어머! 웬일이니!'를 연발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이렇게 흡입력이 있어야 제맛이지!! 손에 잡히면 졸리기 전까지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궁금하고, 감정이입이 막 되고... 그래도 이건은 너무 했다. 왜 갑자기 애리에게 그런 고백을 해서 여러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지. 물론 그 사건으로 어떻게 보면 모두는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겠지만 정말 이건의 한마디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다 (스포 없이 글을 쓰려니 이거 답답하구먼)


"너, 차라리 나한테 와라."
진솔의 심장에서...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
.
.
내 앞에서, 당신이 어떻게 이래요!

(2번 3번 읽어도 이건이 잘못했다 ㅠㅠ)


공진솔 작가는 내향형이긴 하지만 꽤나 솔직하고 당돌한 캐릭터이다. 공진솔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면 이 커플은 안 이뤄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건은 장난기가 많아 보이나 생각보다 진중한 사람이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인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선우 같은 스타일보다는 이건이 확실히 취향저격이다. 그래도 선우와 애리의 이야기도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선우와 애리의 각자 입장도 마찬가지로 이해가 됐기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아주 부럽게 세계일주를 떠났으니 배가 아플 정도이다.



공진솔의 입장에서 애가 타기도 하고, 진전이 좀 있을만하면 끼어드는 애리와 희연때문에 짜증과 원망이 솟구쳤다. 속상한 마음에 감정이 몰입되어서 눈물이 났고, 멋쟁이 이필관 할아버님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서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어제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꾸역꾸역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대로 행동을 했지만 아침에 일어난 뜻밖의 일로 나는 음악소리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아무 일이 없는 날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아무렇지 않지만, 이렇게 감정선이 무너진 날에도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꾸역꾸역 해내는 이유는 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냥 주저앉아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꾸역꾸역 해내고, 버티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수시로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그냥 소설책을 핑계로 눈물을 흘리면 그만이지뭐. 


미웠다. 그가... 얄밉다. 정말 밉다. 아, 그런데..아니다, 밉지 않았다. 안아주고 싶었다. 그의 뒤에서 그냥 아무것도 따지거나 재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꼭 안아주고 싶었다. 진솔은 도망치듯 서둘러 그곳을 나와버렸다.


마포, 종로, 혜화동, 신촌, 인사동, 광화문 등 그림이 그려지는 서울의 풍경들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남양주에, 홍유릉까지 나오다니 웃길 뿐이다. 건이 진솔에게 마음을 잘 들여다보라고 준 돋보기를 가지고 불을 지피는 장면과 눈이 많이 와서 고립되었다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장면은 웃음이 풉- 하고 나온다. 아무리 봐도 공진 솔이 51프로고 건이 49프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말로는 건이가 자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계속해서 말하지만, 아마 진솔은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해피엔딩이라서 흡족 하지만 말이다.



엇갈리는 청춘들의 사랑, 과거의 상처로 인해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 마음과는 다른 소리하기,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모르는 모습 등 일상적인 우리들의 모습이 다채롭게 나오는 이 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어서 좋았다. 또한 진솔은 작가이고, 건 PD는 시인이기도 해서 둘이 같이 글을 쓰는 장면도 정말 부러웠다. 그런데 사내연애는 할 때는 좋지만 진짜 어색한 사이가 되면 끔찍할 것 같고, 정말 어색함이 말도 못 하는 부분들이 나올 때마다 나까지 고구마를 먹은 느낌이었다. 조금 더 솔직히 표현하는 방법을 각자 배워야 할 것 같다. 추측 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도 연습하고, 상대방의 마음도 캣 치하는 연습도 좀 하자!!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이렇게 생각하라우.

-이필관 할아버님의 말씀이 뼈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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