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6
몇 해 전, 한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1년에 한 두 번 카톡으로 아이 사진을 보내주곤 했던 그 친구였다. 프로필 속 아이가 아닌 친구의 얼굴은 참 오랜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길에 선 채로 이런 저런 소식을 물었다. 이른 결혼에 큰 애는 벌써 유치원에 들어갔다고, 둘째는 엄마 껌딱지라 화장실 갈 때도 들쳐업고 간다고 했다. 둘째가 쉴새없이 칭얼대며 친구 치맛자락을 당기는 바람에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아이를 '끙' 소리와 함께 번쩍 들어올린 친구는 한 마디만 남긴 채 가던 길을 갔다.
친구 모녀의 뒷모습을 마냥 아쉬운 표정으로 배웅할 땐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왜 그 친구의 서글서글한 눈 밑에 짙은 다크써클이 내려와 있었는지, 곧잘 꾸몄던 그 친구의 티셔츠에 보풀이 잔뜩 일어나 있었는지, 아이를 보는 눈에 행복과 피곤이 같이 보였는지- 엄마가 된 후 거울에서 바로 그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엄마는 위대하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이 땅에 있게 한 존재가 엄마다. 맞다. 하지만 엄마도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 듣고 먹고 보고 즐기고 누리고 싶은 수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엄마로서의 행복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난 그 영역 역시 너무나도 지키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이와 엄마의 행복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미소에 내가 행복한 것처럼 내가 행복할 수록 아이가 더 많이 웃을 테니까. 그렇게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둘다리스트>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when 2015년 7월 - 10월, 약 100일
what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둘다 리스트> 10개에 도전
how 아래의 10개에 도전한 후, 각 항목별 성공 여부(?)를 기록
#01.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아지트> 만들기
#02.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여행> 떠나기
#03.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커플룩> 입기
#04.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친구> 사귀기
#05.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06.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책> 읽기
#07.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춤>추기
#08.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마당> 꾸미기
#09.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집안일> 하기
#10.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기록> 남기기
why 언젠가 아이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 대신 "내가 니 덕에 얼마나 재밌게 살았는데."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누가 보고 "이런 글 일기장에나 적지." 핀잔을 주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볼지 모르는 이 공간에 내 마음의 민낯을 까는(!) 까닭은 하나. '지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적어놓고 다만 몇 사람이라도 읽고 나면 그게 무서워서라도 열심히 살겠지 싶어 써놓고 보는 거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된 후 난 참 용감해졌다.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