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4
곤조있는 육아를 위한 첫번째 고민은 아래의 표에서 출발했다. 엄마와 아이의 행복과 불행 박스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떤 박스를 선택할까? (아빠도 마찬가지다.)
이 표를 그리다 보니 한 가지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 신나게 유럽여행 간 엄마는 마냥 행복하진 않을 거다. 매 순간 눈에 밟힌다.
-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우울해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가 마냥 행복하진 않을 거다.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니까.
즉, 둘은 공동운명체다. 길게 봤을 때 - 불행한 아이 앞에 행복한 엄마는 없다. 흐느끼고 찌푸린 엄마의 아이가 해맑게 자랄 순 없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2개만 남는다. 둘 다 울 것인지 둘 다 웃을 건지. 막장 드라마 찍을 게 아니니 당연히 둘 다 행복한 쪽을 선택한다.
다음은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차례다.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내 머릿 속 일반적인 육아는 <아이 중심의 행복>에 근거하고 있다. '애가 좋아하니까'로 시작하는 모든 것.
나의 욕망을 좀 더 쎄게 부여하고 싶었다. "몸은 힘들고 외롭지만 아이가 크는 걸 보니 고단함이 사라져."같은 <아이 중심의 행복>만이 정답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엄마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나 중심의 행복>도 같이 고려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공정거래'다.
말로 떠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상에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와 나 모두의 '최대 행복'을 누린다는 게 가능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아이와 나의 행복이 겹치는 순간을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보기로 했다.
1. 아이도 나도 행복한 게 무얼까. 10개를 정리해봤다.
2. 여기에 <둘다리스트>란 이름을 붙여본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의미하는 <버킷리스트>처럼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둘다리스트>란 이름을 붙였다.
3. 100일동안 <둘다리스트 10>을 실행에 옮겨 본다.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3개월 쯤 생겼다. 7월부터 10월까지 약 100일을 <둘다리스트> 실행 기간으로 정했다.
4. 그 결과를 브런치에 기록한다. 몇 개나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