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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Sep 08. 2015

딸. 엄마랑 사진찍자, 100장 찍자.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12

1981년 2월 설악산 흔들바위.



그땐 몰랐지.

이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단 걸.


엄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셨다. 스물 몇 살 엄마 아빠가 설악산 흔들바위 앞에서 웃고 계셨다. 두 분의 우연한 첫 만남, 무려 35년 전의 사진이다.


"이때 어떻게 알았겠어. 니 아빠랑 만나서 니네 낳고 살게 될 줄."


이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엄마 아빠는 한참이나 이야기꽃을 피우신다. 이 필름 사진 한 장이 말해준다. 그 순간이 얼마나 운명적이었는지, 그 때 두 분이 얼마나 싱그러웠는지. 찍어두지 않았다면 까맣게 잊혀졌을 순간이다.



젊을 땐 젊음을 모르고

행복할 땐 행복을 모른다지


젊을 땐 젊음을 모르고, 행복할 때 우린 그 행복을 등잔 밑에 둔 채 순간을 흘려보낸다. 육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반복되는 일상에 마음이 지치고 24시간 전담마크에 몸은 탈이 난다. 하지만 분명 빛나는 시간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처음'의 연속이니까. 너무 평범하고 고요하며 익숙한 이 행복을 꼭꼭 눌러 적어놓고 싶다. 언제고 딸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꺼내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싶다.



찍어놓지 않았으면 기억하지 못할

우리들의 따뜻한 시간


젊디 젊은 아빠의 발등을 밟고 춤을 추던 다섯 살 내 사진

엄마가 사 준 조다쉬 가방을 매고 신났던 입학식 가족 사진

SES 바다의 더듬이 머리를 하고 찍은 운동회 단체 사진


그 순간 순간을 떠올리고 있자니 내가 기억하는 건 '그 순간'이 아닌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찍어놓지 않았으면 기억하지 못했을 그 수많은 순간에 새삼 감사하다.



딸. 우리 사진 많이 찍자.


태어나 처음 오리고기를 먹어본 오늘 저녁 밥상도, 

처음 꼭대기에서 내려와 본 미끄럼틀도, 

아이유 언니 노래 들으며 신나게 벌인 춤판도, 

태어나 처음 앉아본 책상도 모두 찍어두자. 


그리고 사는 내내 우리가 얼마나 따뜻하게 빛나는 시간을 함께 했는 기억하자.



100장 찍자, 1000장 찍자, 많이 찍자.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1. “미안해 그리고 미안해” feat. 엉망 엄마

#2. 그래, 엄마에겐 ‘곤조’가 있어야 한다.

#3. 엄마는 희생해야만 하는걸까?

#4. 육아에도 기획이 필요하다.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

#6.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육아 <둘다 리스트 10가지>

#7. 육아에 훈수를 금합니다.

#8. 육아우울증 극복을 위한 Tip 5가지

#9. 워킹맘의 육아휴직 손익계산서

#10. 딸. '잘' 살 필요없어.

#11. 딸. 엄마를 필요로 해줘서 고마워.

#12. 딸. 엄마랑 사진찍자, 100장 찍자.

#13. 딸. 엄마랑 커플룩입어볼까?

#14. 딸. 엄마가 우리 딸 맘을 몰랐네.

#15. 딸. 아빠는 도와주는 게 아냐.

#16. 딸. 맘충이라고 들어봤니.

#17. 딸.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이라면 말야.

#18. 딸. 문제는 전업맘일까?

#19.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아지트> 만들기

#20. 딸.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건 아냐.

#21.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친구> 사귀기

#22.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커플룩> 입기

#23. 딸. 엄마가 바라는 추석은 말야.

#24. 딸. 외동이면 외로울까? 

#25.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춤>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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