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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22. 2023

진격을 위한 비허가형 기업

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비허가형 기업 만들어가기>편에서 회사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다루면서 HBR 기사 '비허가형 기업'이라는 표현이 어울려서 반가운 마음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비허가형 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기에 기사를 읽고 제가 메모하고 생각한 부분을 공유합니다.


벤투 사단이 보여준 힘

지난 월드컵을 보신 분들이라면 '중꺽마'와 함께 반신반의했던 국가대표 외국인 감독 벤투가 보여준 리더십에 놀란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축덕'임을 밝힌 바 있는데요.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감독에게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과 디테일하게 전략을 짜는 힘을 모두 요구합니다. 그래서 보통 혼자 일하지 않고 '사단'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전략을 실제 수행하는 것은 실무자

하지만, 축구 경기를 실제로 구현하는 이들은 선수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훈련 속에서 상황에 맞춰 영리하고 민첩하게 대형을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여 성공 확률을 높여갑니다. 그리고, 선수들 중에서 경기장의 지휘자가 나타나고 똘똘 뭉쳐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팀이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관찰하면서 축구 선수와 실무자를 대입시켜 조직과 협업에서도 명확하게 배울 수 있다는 부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축구 용어를 쓰지 않고 그걸 전달하고 함께 해낼 수 있는지 궁리하는 식으로 직업 일상을 보냅니다.


그렇기에 다음 문장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집니다.

신기술을 이용하면 관리자는 팀에 독립성과 책임성을 모두 부여할 수 있는 분산된 방식으로 의사결정과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전략, 예산 책정, 프로젝트 거버넌스, 인센티브가 서로 정렬돼 있는지 확인하고 포트폴리오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조직이 법적 환경과 규제 환경에 부합하는 방식을 구체화하는 전략적 레이어가 있을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관리하는 운영 레이어가 있을 것이다.


지표에 공을 들여라

창업 전에 16년 정도 IT컨설턴트 커리어를 쌓은 저에게는 역사적 문제로 보이는 일입니다.

IT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업에 확고한 규율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매일 무분별하게 생성되는 데이터에 압도당하는 '디지털 스프롤digital spral'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중략> 세일즈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규모 조직 한 곳에 900개 이상의 응용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데 그중 단 27%만이 연동될 수 있도록 통합돼 있다.

미래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한 세일스포스의 마케팅 캠페인도 공감을 하지만 더불어 기술부채가 쌓이는 사회적 여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3년 정도의 스타트업[1] 경험과 <린 분석>에서 배운 인사이트로 지표가 일종의 언어 역할을 해 준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설명하는 언어가 바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언어를 기준으로 다시 말해 지표를 기준으로 회사의 다양한 활동이 하나의 잘 정리된 규율(discipline) 형태로 유지할 수 있다면 IT 기술의 효과 혹은 운영 비용 절감은 극적인 수준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순서 파괴 혹은 디커플링

기사는 아마존의 사례를 다룬 책 <순서 파괴> 내용을 인용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통계팀이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매팀이 단순히 더 많은 페이지를 제시하기 위해(제거 가능한 투입 지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게 된 아마존은 성과 지표를 조정했다.

읽자마자 저는 <디커플링>에서 배운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조직의 모든 기능을 소비자 가치 입장에서 재배열하기 위해 끊어내라는 표현이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입니다.

상품 리스팅(노출 순서 결정) 관련 내용을 순서 파괴의 예로 설명합니다.

결국 재고가 있고 이틀 내 발송이 가능한 제품의 상세 페이지 클릭 수 비율을 추적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재고 있는 빠른 배송fast track in stock'이라고 부르게 됐다.

공교롭게 어제저녁에 지인과 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쿠팡이 싸지 않는데 사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지인은 반품 영향이 크다고 말합니다. 주로 신선식품에 해당하는 예인 듯도 했지만, 여하는 그는 다른 곳은 고객 불만을 제기하면 자기들이 결정하지 못해서 업체로 연결해 주는 과정이 있는데 쿠팡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표가 통제감을 주는 과정 = 새로운 제조 회계

저는 판매자가 사입을 하고 물류 역량도 갖고 있어 생긴 역량이라고 이해했는데, '재고 있는 빠른 배송'과 매우 유사한 상황입니다. 동시에 이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그램 변경에 대해서도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개발자들 표현으로 CRUD만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간단한 일에 엄청난 수정을 해야 할 수 있죠. 둘 다 순서 파괴 혹은 디커플링의 예시로 다룰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지표로 통제감을 갖는 상태에 대한 설명입니다.

제대로 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지표를 사용해 팀이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일단 확실한 조치가 마련되고 나면 비즈니스 그룹은 아마존이 '통제 단계control phase'라고 부르는 단계에 들어간다.

그런 단계에 가본 일이 없어 짐작은 못하겠지만, <새로운 제조업 이론이 나를 이끌다>편에서 언급한 '새로운 제조 회계'의 일부를 구현했다고 봐도 될 듯한 상황입니다. 관점이 '회계'가 아닐 뿐이지, 조직이 구축한 역량은 드러커가 지적한 경영적 관점과 일치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선에 정보를 제공하라

BIM(빌딩 정보 모델링)이라는 분야가 생소해서 추상적으로만 와닿는 내용입니다.

BIM은 수많은 팀 구성원이 협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객체의 디지털 표현을 생성해서 조정 회의의 필요성을 줄여준다. 더 중요하게는 사양의 일부가 변경돼 전체 디자인에 주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재작업을 줄여준다. 이 시스템은 상호의존성을 파악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포착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어 이들이 최종 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준다.

그래서인지 도리어 조직의 정렬 수단의 한 가지 예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앞서 '회계'란 표현을 쓴 탓인지 '회계'가 보통 양방향으로 쓰이지 않음에 마음에 끌립니다. 회계 내역이 일성에 정보로 제공되는 방법이 어쩌면 프로젝트(과업 중심)에서 제품(소비자 가치 중심)으로 이끄는 수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맥락에 대해 소통하라

소제목을 읽자 <조심스럽게 ChatGPT 탐색하다가...>편을 주제로 지인과 채팅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아래 메시지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대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받자 제 머릿속에서 '아~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 입장이었군.'하고 단박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소통을 하려고 협업을 하려면 맥락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는 당연한 듯한 사실을 또 배우는 상황입니다. 기사에서는 맥락 공유를 위한 세일즈포스의 V2MOM이란 프레임워크를 공유합니다.


다기능 팀워크로 전환하라

읽기만 해도 흥분되는 내용입니다.

필요한 모든 역량을 포함하고 있고 규정 준수, 법무, HR의 지원과 같이 팀 외부의 도움을 받기 위한 명확한 프로세스를 갖춘 팀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라. 고객 문제가 더 이상 여러 업무 그룹으로 쪼개지지 않고, 모든 사람이 최상의 솔루션을 식별하고 개발하고 구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해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죠. 저자는 이런 쾌적한 업무 환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각 팀은 요금소를 힘겹게 통과할 필요 없이 가드레일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중략> 비허가형 기업은 떠넘기기handoffs를 최대한 제거한다. <중략> 모든 부서는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술과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서 사람들과 일일이 조율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오토매틱의 공동 설립자 맷 뮬렌웨그의 설명을 인용합니다.

전통적인 오피스 환경이 기술 기반의 '열반nervana'에 접어드는 5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열반의 단계는 회사의 기술 기반 직장문화가 대면 업무 환경으로 조성할 수 있는 그 어떤 직장문화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이라는 이론적인 최종 상태를 말한다.

1단계가 전통적 오피스라면 코로나로 모두 Zoom을 쓰던 단계가 (강제) 2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2단계를 대변 오피스의 디지털 사본이라 표현합니다. 그리고 3단계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를 배포하기 시작하는 기업은 2단계 너무로 이동한다. 채팅, 메시징 앱, 다양한 시각적 소통 메커니즘, 다양한 협업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도구가 3단계에서 널리 쓰인다.

4단계 조직은 비동기async라고 부릅니다.

이메일과 인스턴스 메시지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태스크보드task board로 옮겨진다. 그리고 임시로 회의를 소집하는 대신에 팀원들이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회의 가능 시간대를 따로 정해 둔다.

우리 회사는 올해부터 4단계에 진입한 듯합니다. :)


혁신을 주도하다

이런 도전과제를 극복하는 방법의 좋은 예로 피델리티 퍼스널 인베스트먼츠의 사장이었던 캐슬린 머피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머피는 2009년 그룹에 합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금융 서비스 제공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습니다. 셋째, 이곳의 사람들 때문입니다. 저에게 팀은 너무 중요합니다. 저는 늘 이 회사의 가치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문장에서 그의 절제된 표현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머피는 피델리티가 제품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고객 경험을 놓치고 있다고 느꼈다.

이후 피델리티가 추진한 급진적 변화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쳤다고 합니다.

1. 문제를 찾아라

우리 회사에서 차용해서 쓰고 있는 <린 분석>의 '문제-솔루션 템플릿'이 도움을 줄 듯합니다.

이 부서에서 일하는 약 100명의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 동안 10가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누군가가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순차적으로 완료하고 나서야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2. 시범 실시 계획을 세워라

'문제를 정확히 공격하고'라는 문장이 너무나도 마음을 끕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각 팀이 집중해야 할 고객 목표가 단 하나였으며 프로젝트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이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중략> 우리는 문제를 정확히 공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보조를 맞춰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3. 다른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리더를 찾아라

리더십 전문가 리즈 와이즈먼의 멀티플라이어-디미니셔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머피는(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따르는 이들의 기여를 방해하는 디미니셔와 달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의 기량을 증폭시키는 멀티플라이어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리더십 책임을 부여했다.


4. 소통, 소통, 소통하라

지난 경험 탓에 혁신의 가장 큰 허들에 대한 설명으로 들립니다.

어중간한 조치와 양다리 걸치기로는 근본적인 디지털 혁신을 이끌지 못합니다. 플랜 B는 없어요. 플랜 A가 작동하게 만들어야죠. <중략> 모든 거래에서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고객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들이 인생을 살면서 피델리티를 선택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죠. 저는 수수료 없는 뮤추얼 펀드를 우리 고객 기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투자에 입문할 수 있는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사를 이렇게 말합니다.

비허가형 기업에서는 느리고 복잡한 분석을 빠르고 저렴한 실험으로 대체해 기회가 나타나는 즉시 조직이 이를 포착할 수 있게 해 준다.


주석

[1] 코로나 이후에 회사의 역량을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시켜 운영했던 3년 간의 시기를 말합니다.


지난 HBR 활용기사

1. 사분면 혹은 매트릭스 활용하기

2.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3. 스포츠 경기장에서 비즈니스로

4.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

5. 가치와 믿음 그리고 가치정렬 프로세스

6. 기업의 열망을 구성원들에게 배양하기

7. 단절의 시대, 끊임없이 진화하라

8.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 세우기

9. 포뮬러원 감독에게 배우는 5가지 리더십 교훈

10. 좋은 후원자가 되는 법 활용

11. 옳고 그름보다는 상충관계로 보기

12. 전략과 원칙의 의미와 활용

13. 목적은 믿음의 차이를 극복하는 개념

14. 현명한 업무 설계를 돕기

15. 비허가형 기업 만들어가기

16. 작명에 대한 기록에서 보물을 발견하다

17. 위대한 리더의 차별점과 4가지 종류의 창의성 기르기

18. 가격 책정 패러다임을 확장하라

19.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 CEO에게 배우기

20.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21. 자동화는 생산성보다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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