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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Aug 30. 2021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로 시작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일회용 비닐, 플라스틱 등의 사용을 줄여서 쓰레기(waste)를 0(zero)으로 만들자는 구호이다. 물론 제로는 중장기적인 목표치일 수 있다. 다만 몇 글자 안 되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제로’가 갖는 뉘앙스는 남다르다. 누군가에겐 ‘제로’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제로 상태로 못 만들었을 때 되레 제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누군가에겐 ‘제로’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제로 상태로 못 만들었을 때 되레 제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때 우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표현이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다.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zero)만이 선(善)이고, 쓰레기를 ‘덜(less)’ 만들어내는 것은 악(惡)이 아닐 터이다. 후자도 충분히 가치 있는 행위이다. 


비교급 표현 하나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이 캠페인에 동참하게끔 할 수도 있다. 환경 운동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목표치에 대한 정서적 부담을 완화하고, 제로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서 실천하는 것. 그 출발점에 레스 웨이스트가 있다. 100 아니면 0이 아닌, 그 사이에서 계속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여 나가는 행보. ‘덜’의 미학이다.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zero)만이 선(善)이고, 쓰레기를 ‘덜(less)’ 만들어내는 것은 악(惡)이 아닐 터이다.


지난해 영국의 3위권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ASDA)는 환경단체에서나 만들 법한 이름의 신규 점포를 오픈했다. 이름은 Sustainability Trial Store! 말 그대로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매장이다. 초록색으로 물든 매장 외관과 퍽 어울리는 명칭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서 ‘가격’이 아닌 ‘지속가능성’이라는 문구를 점포의 입구에 큼지막하게 내세웠다는 것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2020년 영국의 3위권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ASDA)가 오픈한 Sustainability Trial Store! 말 그대로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매장이다.


이곳에는 많은 제품들이 리필 가능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세제나 샤워 젤은 물론 시리얼이나 파스타까지. 식품류의 포장도 최소화했다. 가령 바나나에 비닐 포장이 안 돼 있는 상태로 말이다. 우리가 보통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불필요한 포장지를 하나하나 벗겨내는 일이다. 성가시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분별없이 쓰레기를 찍어내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이다.      


(좌) 파스타, 세재 등 많은 제품들이 리필 가능한 형태로 판매된다. (우) 바나나에 비닐 포장이 안 되어 있는 등 식품류의 포장을 최소화했다.

이 매장에서 필자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은 어구는 ‘Same great value, just less plastic’이다. 뛰어난 가치는 그대로이되, 플라스틱은 덜 사용하는 것! 이 매장의 철학적 지향점을 함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줄여보자는 것, 바로 레스 웨이스트다.     


필자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은 어구는 ‘Same great value, just less plastic’이다. 뛰어난 가치는 그대로이되, 플라스틱은 덜 사용하는 것!


“왜 당신은 용기를 가져오지 않나요?”라는 문구를 부착한 곳도 있다. 바로 영국 최대 소매업체인 테스코다. 테스코 매장에는 이와 같은 문구들이 곳곳에 게시되어 있다. 용기를 가져오면, 식료품을 그 용기에 담아주겠다는 취지다. 최근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용기내 챌린지’도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용기를 가져오라고 ‘권유’하는 것이지 ‘강권’하지 않는다.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면 자연히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용기(container)를 내밀 수 있는 용기(courage)가 필요한 시점이다.      

(좌) 테스코에 부착된 문구. 용기를 가져오면, 식료품을 그 용기에 담아주겠다는 취지다. (우) 용기내 챌린지를 홍보하는 에코브리티 류준열 배우.

더불어 테스코는 ‘4Rs’라는 전사 차원의 친환경 정책도 수립했다. Remove(제거),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의 앞글자를 딴 형태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류의 친환경 강령을 만드는 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홈페이지나 각종 인쇄물에 친환경 메시지를 당당히 밝히는 것이다. 선언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하니, 의식적으로라도 친환경 공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테스코는 ‘4Rs’라는 전사 차원의 친환경 정책도 수립했다. Remove(제거),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의 앞글자를 딴 형태이다.


국내에서도 롯데마트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한 김을 출시했고, 매일유업은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한 멸균 우유 ‘빨대뺐소’를 선보였다. 류준열, 박진희 등 이른바 에코브리티(Eco+Celebrity)들 또한 대중들의 친환경 캠페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제로’로 가는 험로에도 우리가 희망을 놓치지 않는 것은 이처럼 ‘레스’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빨대어택’에 응답하다.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한 멸균우유.


* 명대신문에 기고한 글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897



<석혜탁의 유통 상식사전> 목차

■ 유통 상식사전 #1. VR스토어

VR스토어 오픈, 쇼핑의 미래는 VR백화점? - 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https://brunch.co.kr/@hyetak/13


■ 유통 상식사전 #2. 레트로 마케팅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https://brunch.co.kr/@hyetak/21


■유통 상식사전 #3. 전자가격표시기(ESL)

-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표시 변화, ESL의 성공 열쇠는?

https://brunch.co.kr/@hyetak/22


■ 유통 상식사전 #4. 그린(green) 마케팅

- 그린 마케팅의 핵심은 지속성

https://brunch.co.kr/@hyetak/26


■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https://brunch.co.kr/@hyetak/28


■ 유통 상식사전 #6. 만화카페

- 만화카페, 새로운 ‘문화 쉼터’의 부상

https://brunch.co.kr/@hyetak/29


■ 유통 상식사전 #7. 극장 속 도서관

- CJ CGV의 씨네 라이브러리가 보여준 2가지 차별점

https://brunch.co.kr/@hyetak/30


■ 유통 상식사전 #8. 맨플루언서 마케팅

-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묘책은?

https://brunch.co.kr/@hyetak/31


■ 유통 상식사전 #9. 탈모시장

-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고민하는 탈모, 유통업계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34


■ 유통 상식사전 #10. 복층 편의점

- 2층 공간 활용의 상상력

https://brunch.co.kr/@hyetak/35


■ 유통 상식사전 #11.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

- 시스루 마케팅,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고객의 신뢰

https://brunch.co.kr/@hyetak/37


■ 유통 상식사전 #12. 젠더 감수성

- 유통업체들이 꼭 지녀야 할 ‘젠더 감수성’

https://brunch.co.kr/@hyetak/38


■ 유통 상식사전 #13. 액티브 시니어

-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살아남는다

https://brunch.co.kr/@hyetak/40


■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https://brunch.co.kr/@hyetak/41


■ 유통 상식사전 #15. 홈트

- ‘홈트’의 인기 이유, 그리고 유통업계의 대응

https://brunch.co.kr/@hyetak/48


■ 유통 상식사전 #16. 무인 매장

- 무인 매장, 유통혁명의 총아?

https://brunch.co.kr/@hyetak/51


■ 유통 상식사전 #17. 무슬림 마케팅

- 16억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구애

https://brunch.co.kr/@hyetak/52


■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 - 편의점

-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 그리고 얼리어답터

https://brunch.co.kr/@hyetak/55


■ 유통 상식사전 #19. 비엥 비에이르

- 비엥 비에이르(Bien-Vieillir), 멋진 어르신들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57


■ 유통 상식사전 #20. 이란 시장

- 이란에서 성공신화를 쓰는 한국 기업들

https://brunch.co.kr/@hyetak/59


■ 유통 상식사전 #21. 유통 빅3 본사 이전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유통 빅3의 본사 이전

https://brunch.co.kr/@hyetak/61


■ 유통 상식사전 #22. 왝더독(Wag the dog) 현상

- ‘게이미피케이션’과 ‘하비테인먼트’로 읽는 왝더독 소비심리

https://brunch.co.kr/@hyetak/62


■ 유통 상식사전 #23. 업태별 협회

- 각기 다른 유통업태를 대변하는 각종 협회

https://brunch.co.kr/@hyetak/63


■ 유통 상식사전 #24.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홈쇼핑

- 기존 오프라인 강자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https://brunch.co.kr/@hyetak/70


■ 유통 상식사전 #25. 그레이네상스

-‘Grey(백발)’와 ‘Renaissance(부흥, 전성기)’의 합성어

https://brunch.co.kr/@hyetak/71


■ 유통 상식사전 #26. 퇴튜던트(퇴근+스튜던트)

- ‘퇴튜던트’, 퇴근 후 그들은 학생이 된다

https://brunch.co.kr/@hyetak/72


■ 유통 상식사전 #27. 이마트 1호점

- 개점 4반세기 ‘이마트 창동점’ 초심을 잊지 않다

https://brunch.co.kr/@hyetak/73


■ 유통 상식사전 #28. 몰캉스

- ‘서프리카’에서 쇼핑과 피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몰캉스’

https://brunch.co.kr/@hyetak/77


■ 유통 상식사전 #29. 독립운동가 기념 도시락

- ‘편도족’들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GS25

https://brunch.co.kr/@hyetak/78


■ 유통 상식사전 #30. 매장(賣場)과 매장(買場)

- ‘매장(買場)’이 많아지길 바라며

https://brunch.co.kr/@hyetak/79


■ 유통 상식사전 #31.‘VIB족’과 키즈카페

- ‘VIB족’을 잡기 위한 키즈카페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84


■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 서주 아이스크림의 재탄생

https://brunch.co.kr/@hyetak/86


■ 유통 상식사전 #33. 제약사의 브랜드 매장과 푸스펙족

- 제약 전문회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토어 ‘뉴 오리진’

https://brunch.co.kr/@hyetak/93


■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 리테일 플랫폼으로 우뚝 선 자동차

https://brunch.co.kr/@hyetak/95


■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 현대백화점 ‘와인웍스’, 리테일 공간에 취향을 입히다
 https://brunch.co.kr/@hyetak/152


■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https://brunch.co.kr/@hyetak/171


■유통 상식사전 #37. 모디슈머

- 모디슈머 DNA 그리고 짜파구리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173


■유통 상식사전 #38. 리사이클링-공병공간

- 버려진 공병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다

https://brunch.co.kr/@hyetak/192


■유통 상식사전 #39. 코로나 0년, 리테일 생존법

- 드라이브스루와 가상 출국여행의 흥행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https://brunch.co.kr/@hyetak/194


■유통 상식사전 #40. 윤석열과 민초

-민초단과 반민초단의 익살스러운 상호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

https://brunch.co.kr/@hyetak/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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