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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Sep 13. 2021

유통 상식사전 #42. 메타버스 속 프로타고니스트

-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유통 상식사전 #42. 메타버스 속 프로타고니스트

-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The metaverse is coming. 젠슨 황(Jensen Huang)의 메시지. 그는 앞으로의 20년이 공상과학 소설 같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의 발언이다. 그는 앞으로의 20년이 공상과학 소설 같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일찍이 30여 년 전 어떤 ‘공상과학 소설’에서 지금의 세상을 절묘하게 내다본 바 있다.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스노 크래시(Snow Crash)>다. 인터넷의 다음 버전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메타버스’도 이 소설에서 최초로 언급됐다.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스노 크래시(Snow Crash)>.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이 책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하게 됐다. ‘공상’이 기술 진보의 원천이 된 것이다.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하게 됐다. ‘공상’이 기술 진보의 원천이 된 것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메타‘뻐스’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metaverse이지 metebus가 아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 3차원의 가상세계, 가상현실의 확장 등 여러 층위의 해석이 가능하다. 라이프 로깅,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등으로 보다 세분화해서 살펴볼 수도 있다.

메타버스의 4가지 타입. 라이프 로깅,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등. (석혜탁 이미지 제작)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가상세계 ‘오아시스(OASIS)’처럼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탈물질화된 세계(dematerialized world)이다.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현실에서는 피자를 배달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해커이자 검객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수작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 웨이드 와츠. 1996년생의 배우 타이 쉐리던이 주인공 웨이드 와츠 역을 맡았다.


그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안타고니스트에 맞선 프로타고니스트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의 ‘부캐’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N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의 루시는 곧 쇼호스트로 데뷔할 예정이다. 그녀의 본캐는 디자인연구원, 부캐는 패션모델이다. 사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이다. 업계 최초의 시도다. 피부의 솜털까지 보인다. 이른바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의 결과물이다. 


이쯤 되니 혼란스럽다. ‘가상’ 모델에게 본캐는 무슨 말이고, 부캐는 또 어떤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롯데에서 만들었다고 하나, 루시는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에 놀러 갔다 오고 롯데GRS의 엔제리너스가 아닌 블루보틀 커피를 마신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다. 전통적인 유통업 마케팅의 문법과는 차이가 있다.
루시는 롯데백화점의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에 놀러 갔다 온다. 
롯데GRS의 엔제리너스가 아닌 블루보틀 커피를 마신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다. 전통적인 유통업 마케팅의 문법과는 차이가 있다.


숱한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국의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x X)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화려한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접속자 수 기준 3,600만 명의 관객을 매혹시켰다. 대성공이었다. 16세 미만 미국 청소년의 과반이 가입한 로블록스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4,200만 명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장을 했고, 40조원이 넘는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로블록스에 접속한 유저 한 명 한 명은 기업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공략을 해야 하는 핵심 고객이 될 것이다.


릴 나스 엑스(Lil Nax X)의 가상 콘서트(로블록스)에 3,600만 명이 열광했다. 16세 미만 미국 청소년의 과반이 가입한 로블록스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는 구찌 매장이 있는가 하면, 주요 대선후보의 캠프가 꾸려져 있다. 편의점도 문을 열었다. ‘CU제페토한강점’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메타버스 공식 제휴 편의점이다. 개발 기간만 4개월이 소요됐다. 실제 시공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제페토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좌) Gucci Villa(ZEPETO)   (우) CU제페토한강점
(좌) 이낙연 후보 (중) 원희룡 후보 (우) 바이든 후보(2020년 '동물의 숲'). 메타버스에서 이들과 만나게 되면, 친근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 흥미로운 플랫폼 사용자의 팔 할이 10대다. 어릴 때부터 제페토에 접속하는 것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브랜드에 친숙함과 애정을 갖게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조 5천억 달러(PwC 조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로 1,770조원이 넘는 수치다. 메타버스가 대세가 된 시대에 쇼핑, 엔터테인먼트, 여가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AR글라스나 태블릿 등의 매개체를 통해 우리는 어떤 부캐의 모습으로 여러 아바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까?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도 주견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할 터이다. 기업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소비행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아니,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 명대신문에 기고한 글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897



<석혜탁의 유통 상식사전> 목차

■ 유통 상식사전 #1. VR스토어

VR스토어 오픈, 쇼핑의 미래는 VR백화점? - 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https://brunch.co.kr/@hyetak/13


■ 유통 상식사전 #2. 레트로 마케팅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https://brunch.co.kr/@hyetak/21


■유통 상식사전 #3. 전자가격표시기(ESL)

-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표시 변화, ESL의 성공 열쇠는?

https://brunch.co.kr/@hyetak/22


■ 유통 상식사전 #4. 그린(green) 마케팅

- 그린 마케팅의 핵심은 지속성

https://brunch.co.kr/@hyetak/26


■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https://brunch.co.kr/@hyetak/28


■ 유통 상식사전 #6. 만화카페

- 만화카페, 새로운 ‘문화 쉼터’의 부상

https://brunch.co.kr/@hyetak/29


■ 유통 상식사전 #7. 극장 속 도서관

- CJ CGV의 씨네 라이브러리가 보여준 2가지 차별점

https://brunch.co.kr/@hyetak/30


■ 유통 상식사전 #8. 맨플루언서 마케팅

-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묘책은?

https://brunch.co.kr/@hyetak/31


■ 유통 상식사전 #9. 탈모시장

-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고민하는 탈모, 유통업계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34


■ 유통 상식사전 #10. 복층 편의점

- 2층 공간 활용의 상상력

https://brunch.co.kr/@hyetak/35


■ 유통 상식사전 #11.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

- 시스루 마케팅,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고객의 신뢰

https://brunch.co.kr/@hyetak/37


■ 유통 상식사전 #12. 젠더 감수성

- 유통업체들이 꼭 지녀야 할 ‘젠더 감수성’

https://brunch.co.kr/@hyetak/38


■ 유통 상식사전 #13. 액티브 시니어

-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살아남는다

https://brunch.co.kr/@hyetak/40


■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https://brunch.co.kr/@hyetak/41


■ 유통 상식사전 #15. 홈트

- ‘홈트’의 인기 이유, 그리고 유통업계의 대응

https://brunch.co.kr/@hyetak/48


■ 유통 상식사전 #16. 무인 매장

- 무인 매장, 유통혁명의 총아?

https://brunch.co.kr/@hyetak/51


■ 유통 상식사전 #17. 무슬림 마케팅

- 16억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구애

https://brunch.co.kr/@hyetak/52


■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 - 편의점

-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 그리고 얼리어답터

https://brunch.co.kr/@hyetak/55


■ 유통 상식사전 #19. 비엥 비에이르

- 비엥 비에이르(Bien-Vieillir), 멋진 어르신들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57


■ 유통 상식사전 #20. 이란 시장

- 이란에서 성공신화를 쓰는 한국 기업들

https://brunch.co.kr/@hyetak/59


■ 유통 상식사전 #21. 유통 빅3 본사 이전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유통 빅3의 본사 이전

https://brunch.co.kr/@hyetak/61


■ 유통 상식사전 #22. 왝더독(Wag the dog) 현상

- ‘게이미피케이션’과 ‘하비테인먼트’로 읽는 왝더독 소비심리

https://brunch.co.kr/@hyetak/62


■ 유통 상식사전 #23. 업태별 협회

- 각기 다른 유통업태를 대변하는 각종 협회

https://brunch.co.kr/@hyetak/63


■ 유통 상식사전 #24.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홈쇼핑

- 기존 오프라인 강자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https://brunch.co.kr/@hyetak/70


■ 유통 상식사전 #25. 그레이네상스

-‘Grey(백발)’와 ‘Renaissance(부흥, 전성기)’의 합성어

https://brunch.co.kr/@hyetak/71


■ 유통 상식사전 #26. 퇴튜던트(퇴근+스튜던트)

- ‘퇴튜던트’, 퇴근 후 그들은 학생이 된다

https://brunch.co.kr/@hyetak/72


■ 유통 상식사전 #27. 이마트 1호점

- 개점 4반세기 ‘이마트 창동점’ 초심을 잊지 않다

https://brunch.co.kr/@hyetak/73


■ 유통 상식사전 #28. 몰캉스

- ‘서프리카’에서 쇼핑과 피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몰캉스’

https://brunch.co.kr/@hyetak/77


■ 유통 상식사전 #29. 독립운동가 기념 도시락

- ‘편도족’들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GS25

https://brunch.co.kr/@hyetak/78


■ 유통 상식사전 #30. 매장(賣場)과 매장(買場)

- ‘매장(買場)’이 많아지길 바라며

https://brunch.co.kr/@hyetak/79


■ 유통 상식사전 #31.‘VIB족’과 키즈카페

- ‘VIB족’을 잡기 위한 키즈카페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84


■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 서주 아이스크림의 재탄생

https://brunch.co.kr/@hyetak/86


■ 유통 상식사전 #33. 제약사의 브랜드 매장과 푸스펙족

- 제약 전문회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토어 ‘뉴 오리진’

https://brunch.co.kr/@hyetak/93


■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 리테일 플랫폼으로 우뚝 선 자동차

https://brunch.co.kr/@hyetak/95


■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 현대백화점 ‘와인웍스’, 리테일 공간에 취향을 입히다
 https://brunch.co.kr/@hyetak/152


■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https://brunch.co.kr/@hyetak/171


■유통 상식사전 #37. 모디슈머

- 모디슈머 DNA 그리고 짜파구리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173


■유통 상식사전 #38. 리사이클링-공병공간

- 버려진 공병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다

https://brunch.co.kr/@hyetak/192


■유통 상식사전 #39. 코로나 0년, 리테일 생존법

- 드라이브스루와 가상 출국여행의 흥행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https://brunch.co.kr/@hyetak/194


■유통 상식사전 #40. 윤석열과 민초

-민초단과 반민초단의 익살스러운 상호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

https://brunch.co.kr/@hyetak/200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https://brunch.co.kr/@hyetak/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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