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회적인 구매가 아닌 멤버십 유지를 가능케 하려면?
‘구매’가 아닌 ‘구독(subscription)’이 대세가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 세계 기업 넷 중 셋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2025년 국내 구독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 글로벌 구독 시장 규모는 3000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저명한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소유의 종말(원제 : The Age of Access)>에서 소유권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앞으로 경제 패러다임의 핵심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닌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멤버십, 렌털, 정기배송 등의 형태를 띠는 ‘구독경제’는 ‘접속의 시대(Age of Access)’를 견인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카테고리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동력은 구독의 ‘이유’다. 일회적인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구독을 가능케 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상실하면? 멤버십 해지로 이어진다.
가수 윤종신의 월간 음악 프로젝트인 ‘월간 윤종신’을 떠올리게 하는 ‘월간가슴’은 인더웨어가 선보이는 속옷 정기 구독 서비스다. 네이밍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월간가슴’은 편안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매달 새로운 속옷을 선물 받는 느낌을 선사하고자 한다.
사실 여러 형태를 과감하게 구매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 바로 속옷이다. 이 서비스는 자기한테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과 스타일의 속옷을 입어보고 싶은 니즈를 꿰뚫었다.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일반인 모델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아름다움과 건강함 두 가지 모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행보다.
꾸까(kukka, 핀란드어로 꽃을 의미)는 “꽃에는 룰(rule)이 없다”는 명랑한 문구로 꽃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그간의 인식 자체를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꽃을 주는 날, 대상, 이유, 의미가 굉장히 한정적이다. 꾸까는 이에 반기를 든다. 생일이 아니어도 꽃을 선물할 수 있으며, 연인이 아닌 친구 사이에도 주고받았을 때 좋은 것이 꽃이며, 나를 위해 선물할 수도 있는 것이 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꾸까는 경조사용 꽃이 아닌 ‘일상의 꽃’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국내 화훼업계의 브랜드 경쟁력이 낮은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꽃 산업 자체의 성장을 이끄는 데에도 역할을 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고객 체험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93초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면도기 시장을 뒤흔들었던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DSC)도 구독의 이유를 명확히 제시했다. DSC의 창업자인 마이클 더빈이 직접 출연한 이 영상의 조회수는 2천7백만(2021년 9월 기준)을 상회한다. DSC는 시중에 판매되는 면도기가 너무 비싸고 불필요한 기능이 많다는 점을 부각했다.
20달러를 내면 그 중 19달러는 질레트의 광고 모델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간다며, 1달러를 내고 품질이 좋은 DSC 면도기를 이용하라고 권유했다.
DSC는 이내 300만명의 회원 수를 확보하게 됐고,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하락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질레트는 창사 이래 최초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했다. DSC는 결국 질레트의 모기업 프록터앤갬블(P&G)의 라이벌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매각된다. (마이클 더빈은 벼락부자가 된다.)
이 외에도 일회용 콘택트렌즈 구독 서비스 허블(Hubble), ‘넷없왓있’(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에는 있는)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왓챠, 맞춤형 화장품을 배송해주는 큐롤로지(Curology), 여성용 면도기 구독 커머스 빌리(Billie) 등 국내외 여러 업체들이 구독의 이유를 제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구독이 일상화된 시대다. 당신의 구독,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명대신문에 기고한 글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897
■ 유통 상식사전 #1. VR스토어
VR스토어 오픈, 쇼핑의 미래는 VR백화점? - 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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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2. 레트로 마케팅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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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점 4반세기 ‘이마트 창동점’ 초심을 잊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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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28. 몰캉스
- ‘서프리카’에서 쇼핑과 피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몰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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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29. 독립운동가 기념 도시락
- ‘편도족’들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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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0. 매장(賣場)과 매장(買場)
- ‘매장(買場)’이 많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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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1.‘VIB족’과 키즈카페
- ‘VIB족’을 잡기 위한 키즈카페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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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 서주 아이스크림의 재탄생
https://brunch.co.kr/@hyetak/86
■ 유통 상식사전 #33. 제약사의 브랜드 매장과 푸스펙족
- 제약 전문회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토어 ‘뉴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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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 리테일 플랫폼으로 우뚝 선 자동차
https://brunch.co.kr/@hyetak/95
■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 현대백화점 ‘와인웍스’, 리테일 공간에 취향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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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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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37. 모디슈머
- 모디슈머 DNA 그리고 짜파구리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173
■유통 상식사전 #38. 리사이클링-공병공간
- 버려진 공병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다
https://brunch.co.kr/@hyetak/192
■유통 상식사전 #39. 코로나 0년, 리테일 생존법
- 드라이브스루와 가상 출국여행의 흥행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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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40. 윤석열과 민초
-민초단과 반민초단의 익살스러운 상호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
https://brunch.co.kr/@hyetak/200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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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42. 메타버스 속 프로타고니스트
-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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