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내려놓고 혁신을 꾀하다
요즘 SNS에 사진이 많이 보이는 아울렛이 있다. 지난 9월에 경기도 의왕시에 문을 연 ‘타임빌라스’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채널의 신규 출점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픈과 동시에 마음껏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곳이다. 타임빌라스는 롯데쇼핑이 약 2년 반 만에 선보이는 신규 아울렛이다. 롯데의 스물두 번째 아울렛이면서, 프리미엄아울렛으로는 여섯 번째다. 타임빌라스는 이전 20여개의 아울렛과는 분명 차별화된다. 의왕시까지 차를 타고 가서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는 이유다.
타임빌라스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생존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색 MD나 친환경적인 내부 디자인 등 기존에 나와있는 대개의 분석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하려 한다.
필자는 ‘롯데’라는 무거운 타이틀에 매몰되지 않았던 것이 타임빌라스의 성공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롯데그룹은 국내 유통의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세븐일레븐), 복합쇼핑몰(롯데월드몰/롯데몰), 면세점, 호텔, 가전양판점(하이마트), 홈쇼핑, 이커머스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 음료, 주류, 외식(롯데GRS) 등 먹거리는 물론 패션 분야에서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롯데가 타임빌라스 개점을 준비하면서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살짝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영업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이 사라지지는 않을 터이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으로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아울렛을 선보였다.
롯데가 그동안 익혀왔던 오프라인 유통 공식에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기라성 같은 유통 전문가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유통 공룡’ 롯데는 종로구 익선동을 MZ세대의 명소로 바꿔놓은 스타트업 ‘글로우서울’에 공간 컨설팅을 의뢰했다. 글로우서울의 제안에 따르면, 기존 설계에 비해 영업면적은 반으로 줄고 건축비는 갑절이 되었다. 롯데쇼핑 내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이유 없는 반발은 아니었을 것이다.
효율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 따지다가 점포에 사람이 안 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롯데와 글로우서울이 손잡고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최근 화제를 몰고 있는 글라스 빌(Glass Ville)이다. 통유리 건축물로 구성된 이색 공간으로, 여타 아울렛에서는 구경조차 못해본 비주얼을 갖고 있다.
글라스 빌에 위치한 통유리 건물들은 형태와 높이가 다 다르다. 제각기 고유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0개 건물의 외양이 다 똑같았으면, 보는 재미가 분명 반감되었을 것이다. 바라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이 유리 건축물은 그 자체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하다.
MD 측면에서도 빽빽하게 브랜드 매장을 욱여넣는 것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를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의왕시는 전체 면적의 8할 이상이 녹지인 생태 휴양도시이다. 이런 특성에 부응한다는 차원도 고려됐다. 흔히 아울렛이나 복합쇼핑몰에 휴식을 취하러 간다고 말하곤 하지만, 타임빌라스처럼 돗자리를 들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고객들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편안히 누워 400미터가 넘는 바라산 자락을 눈에 담는다.
아울러 웰컴 광장에 위치한 스타벅스가 인상적이다. 롯데의 오프라인 채널에 경쟁사인 신세계의 스타벅스가 들어오다니! 게다가 이렇게 좋은 자리에 스타벅스의 입점이 이뤄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또 ‘롯데’보다 ‘타임빌라스’에 강조점을 두었다. 아울렛 곳곳에는 롯데라는 글자를 내세우기보다는 타임빌라스라는 브랜드로 승부를 보려는 노력이 감지됐다. 타임빌라스의 폰트로만 구성된 표지물이 많았다. 그동안 롯데는 ‘롯데’라는 단어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롯데몰과 스타필드, 롯데온과 SSG닷컴. 후자는 모두 신세계 계열인데 다양한 네이밍을 활용한 반면, 롯데는 ‘롯데’와 늘 함께 했다. 그나마 용기를 냈다 해도 엘(L)자를 붙였다. 가령 엘포인트처럼.
이외에도 개폐형 천장을 통해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한 것, 펫팸족과 아이 동반 가족 고객을 세심히 배려한 공간 구성, 식물원의 느낌을 줄 정도로 아울렛 내부 곳곳을 푸르르게 디자인한 점 등 타임빌라스가 가진 장점을 무수히 많다. 롯데뿐 아니라 전통의 유통 강자들도 그동안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고객들에게 희유한 체험의 기회를 선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움에 목마르다.
타임빌라스에 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촬영한 이미지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위의 칼럼에 다 담지 못한 내용은 아래 사진과 메모로 갈음한다.
당연히 위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스타트업 글로우서울의 컨설팅을 받아들였다. 글로울서울은 도시재생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
글로우서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기존 설계에 비해 영업면적은 반으로 줄고 건축비는 갑절이 된다. 롯데쇼핑 내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다. 아울렛에 대한 이해도야 롯데 구성원들이 더 높지 않겠는가.
하지만 기존 롯데아울렛은 물론 현대, 신세계와도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어야 했던 롯데쇼핑은 글로우서울의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었다.
글라스 빌에 위치한 통유리 건물들은 형태, 높이가 다 다르다. 그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0개 건물이 다 똑같았으면, 보는 재미가 반감됐을 것이다.
바운스에서는 범퍼카, 클라이밍 등을 즐길 수 있다. 안전을 위해 미끄럼 방지 양말을 의무적으로 신어야 한다.
이용료는 시간당 2만~2만5천원(아이 신장에 따라 차이 발생).
* 명대신문에 기고한 글을 수정했다.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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