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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Nov 01. 2021

유통 상식사전 #45. 4050세대 타깃 플랫폼

- 4050세대의 니즈, MZ세대가 꿰뚫다

유통 상식사전 #45. 4050세대 타깃 플랫폼

- 4050세대의 니즈, MZ세대가 꿰뚫다


“어린애들 옷에 지쳤다면?”이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던진 패션 플랫폼이 있다. ‘옷 잘 입는 40~50대의 옷장’을 표방하는 4050 패션 앱 ‘퀸잇’이다. ‘여왕(Queen)’과 각광 혹은 선호를 뜻하는 잇(It)이 합쳐진 네이밍이다. 


“어린애들 옷에 지쳤다면?”이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내세운 4050 패션앱 '퀸잇'


이 앱의 주된 타깃 고객은 4050인데, 흥미롭게도 이 앱을 출시한 회사의 공동대표 두 명은 1989년생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동기인 둘은 각각 굴지의 대기업과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비교적 안정된 길을 박차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근무 경험도 갖고 있으며, 몇 차례의 창업 시도가 실패로 귀착되기도 했다.


'퀸잇'의 주된 타깃 고객은 4050인데, 흥미롭게도 이 앱을 출시한 회사의 공동대표 두 명은 1989년생이다.


MZ세대라고 MZ세대의 트렌드만 좇는다는 법은 없다. 더구나 엄혹한 창업의 세계에서 핵심 고객군의 설정 과정에 창립자 개인의 세대론적 특성이 개입될 여지는 크지 않다. 


퀸잇은 MZ세대인 창립자 연령대의 니즈가 아닌, 그의 어머니가 겪었던 불편에서 단서를 찾아 만들어진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퀸잇의 운영사 ‘라포랩스’의 공동대표는 어머니가 코로나19로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사는 것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려고 했던 지점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간취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젊은 층에 특화되어 설계되어 있었고,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는 태부족하였다. 


퀸잇은 기존의 패션 앱과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도록 4050세대를 배려한 조치를 취했다. 글씨 크기를 키우는가 하면,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아이템을 보여주는 다른 앱과 달리 주된 상품만 노출되도록 했다. 회원가입 절차도 신속하게 만들었다. 불필요한 정보 입력을 최소화하여 몇 초 만에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050세대를 위한 배려. 글씨 크기를 키우는가 하면,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아이템을 보여주는 다른 앱과 달리 주된 상품만 노출되도록 했다.


유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장년층의 소비성향을 고려해 100% 정품 보장 정책을 실시했으며,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 40대 이상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화 상담도 평일 늦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2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못한 4050세대에게 유달리 친절하지 않은 기존 쇼핑몰들의 상담 행태에 대한 반격이다. 장년층 패션쇼에 브랜드 의류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 또한 업의 본질적 의미와 조응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화 상담도 평일 늦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거래액이 매달 300% 이상씩 성장했고, 소프트뱅크, 카카오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165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누적 다운로드 170만건을 돌파한 퀸잇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쇼핑 카테고리에서 최상위권 애플리케이션으로 오르는 개가를 올렸다.


‘커뮤니티’ 기능도 탑재한 프리사이즈 패션 앱으로 중년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푸미’ 또한 MZ세대의 작품이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푸미의 창업자는 목걸이 형태의 돋보기가 각광받는 것을 보고, 중장년층 패션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포착했다. 푸미에는 서로의 패션을 공유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MZ에게 익숙한 온라인상 커뮤니티를 4050세대의 특성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푸미에는 서로의 패션을 공유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악플이 아닌 선플이 가득하다. 


2020년 6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4050세대의 인구 비중은 3분의 1에 육박한다. 주민등록인구 평균 연령이 무려 43.4세로 2008년과 비교하면 6세 이상 늘었다. 


4050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탈률이 낮아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고, 객단가가 높은 특성을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고객층이다. 


 MZ세대의 감각, 창의성, 추진력 등으로 더 넓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과 기회의 공간이 열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퀸잇과 푸미의 사례는 특기할 만하다. 내 또래 세대에 갇히지 않은, 보다 확정된 시선이 긴요하다. 

푸미가 진행한 중년모델 콘테스트 '나는 모델이다' 홍보 영상 갈무리. '모델'이 되는 자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 명대신문에 기고한 글을 수정했다.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897



<석혜탁의 유통 상식사전> 목차

■ 유통 상식사전 #1. VR스토어

VR스토어 오픈, 쇼핑의 미래는 VR백화점? - 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https://brunch.co.kr/@hyetak/13


■ 유통 상식사전 #2. 레트로 마케팅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https://brunch.co.kr/@hyetak/21


■유통 상식사전 #3. 전자가격표시기(ESL)

-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표시 변화, ESL의 성공 열쇠는?

https://brunch.co.kr/@hyetak/22


■ 유통 상식사전 #4. 그린(green) 마케팅

- 그린 마케팅의 핵심은 지속성

https://brunch.co.kr/@hyetak/26


■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https://brunch.co.kr/@hyetak/28


■ 유통 상식사전 #6. 만화카페

- 만화카페, 새로운 ‘문화 쉼터’의 부상

https://brunch.co.kr/@hyetak/29


■ 유통 상식사전 #7. 극장 속 도서관

- CJ CGV의 씨네 라이브러리가 보여준 2가지 차별점

https://brunch.co.kr/@hyetak/30


■ 유통 상식사전 #8. 맨플루언서 마케팅

-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묘책은?

https://brunch.co.kr/@hyetak/31


■ 유통 상식사전 #9. 탈모시장

-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고민하는 탈모, 유통업계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34


■ 유통 상식사전 #10. 복층 편의점

- 2층 공간 활용의 상상력

https://brunch.co.kr/@hyetak/35


■ 유통 상식사전 #11.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

- 시스루 마케팅,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고객의 신뢰

https://brunch.co.kr/@hyetak/37


■ 유통 상식사전 #12. 젠더 감수성

- 유통업체들이 꼭 지녀야 할 ‘젠더 감수성’

https://brunch.co.kr/@hyetak/38


■ 유통 상식사전 #13. 액티브 시니어

-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살아남는다

https://brunch.co.kr/@hyetak/40


■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https://brunch.co.kr/@hyetak/41


■ 유통 상식사전 #15. 홈트

- ‘홈트’의 인기 이유, 그리고 유통업계의 대응

https://brunch.co.kr/@hyetak/48


■ 유통 상식사전 #16. 무인 매장

- 무인 매장, 유통혁명의 총아?

https://brunch.co.kr/@hyetak/51


■ 유통 상식사전 #17. 무슬림 마케팅

- 16억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구애

https://brunch.co.kr/@hyetak/52


■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 - 편의점

-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 그리고 얼리어답터

https://brunch.co.kr/@hyetak/55


■ 유통 상식사전 #19. 비엥 비에이르

- 비엥 비에이르(Bien-Vieillir), 멋진 어르신들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57


■ 유통 상식사전 #20. 이란 시장

- 이란에서 성공신화를 쓰는 한국 기업들

https://brunch.co.kr/@hyetak/59


■ 유통 상식사전 #21. 유통 빅3 본사 이전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유통 빅3의 본사 이전

https://brunch.co.kr/@hyetak/61


■ 유통 상식사전 #22. 왝더독(Wag the dog) 현상

- ‘게이미피케이션’과 ‘하비테인먼트’로 읽는 왝더독 소비심리

https://brunch.co.kr/@hyetak/62


■ 유통 상식사전 #23. 업태별 협회

- 각기 다른 유통업태를 대변하는 각종 협회

https://brunch.co.kr/@hyetak/63


■ 유통 상식사전 #24.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홈쇼핑

- 기존 오프라인 강자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https://brunch.co.kr/@hyetak/70


■ 유통 상식사전 #25. 그레이네상스

-‘Grey(백발)’와 ‘Renaissance(부흥, 전성기)’의 합성어

https://brunch.co.kr/@hyetak/71


■ 유통 상식사전 #26. 퇴튜던트(퇴근+스튜던트)

- ‘퇴튜던트’, 퇴근 후 그들은 학생이 된다

https://brunch.co.kr/@hyetak/72


■ 유통 상식사전 #27. 이마트 1호점

- 개점 4반세기 ‘이마트 창동점’ 초심을 잊지 않다

https://brunch.co.kr/@hyetak/73


■ 유통 상식사전 #28. 몰캉스

- ‘서프리카’에서 쇼핑과 피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몰캉스’

https://brunch.co.kr/@hyetak/77


■ 유통 상식사전 #29. 독립운동가 기념 도시락

- ‘편도족’들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GS25

https://brunch.co.kr/@hyetak/78


■ 유통 상식사전 #30. 매장(賣場)과 매장(買場)

- ‘매장(買場)’이 많아지길 바라며

https://brunch.co.kr/@hyetak/79


■ 유통 상식사전 #31.‘VIB족’과 키즈카페

- ‘VIB족’을 잡기 위한 키즈카페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84


■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 서주 아이스크림의 재탄생

https://brunch.co.kr/@hyetak/86


■ 유통 상식사전 #33. 제약사의 브랜드 매장과 푸스펙족

- 제약 전문회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토어 ‘뉴 오리진’

https://brunch.co.kr/@hyetak/93


■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 리테일 플랫폼으로 우뚝 선 자동차

https://brunch.co.kr/@hyetak/95


■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 현대백화점 ‘와인웍스’, 리테일 공간에 취향을 입히다
 https://brunch.co.kr/@hyetak/152


■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https://brunch.co.kr/@hyetak/171


■유통 상식사전 #37. 모디슈머

- 모디슈머 DNA 그리고 짜파구리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173


■유통 상식사전 #38. 리사이클링-공병공간

- 버려진 공병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다

https://brunch.co.kr/@hyetak/192


■유통 상식사전 #39. 코로나 0년, 리테일 생존법

- 드라이브스루와 가상 출국여행의 흥행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https://brunch.co.kr/@hyetak/194


■유통 상식사전 #40. 윤석열과 민초

-민초단과 반민초단의 익살스러운 상호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

https://brunch.co.kr/@hyetak/200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https://brunch.co.kr/@hyetak/201


■유통 상식사전 #42. 메타버스 속 프로타고니스트

-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https://brunch.co.kr/@hyetak/202


■유통 상식사전 #43. 구독의 이유와 카테고리의 탄생

- 일회적인 구매가 아닌 멤버십 유지를 가능케 하려면?

https://brunch.co.kr/@hyetak/204


■유통 상식사전 #44. 타임빌라스 성공 요인 정리해보기

- '롯데'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내려놓고 혁신을 꾀하다
 https://brunch.co.kr/@hyetak/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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