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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Nov 15. 2021

유통 상식사전 #46 돈쭐, 바이콧 행렬의 표심

- 미닝아웃과 화폐투표의 경제학


유통 상식사전 #46 돈쭐, 바이콧(Buycott) 행렬의 표심

- 미닝아웃과 화폐투표의 경제학


착한 매장이나 브랜드를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의미의 ‘돈쭐’은 ‘착한 소비’의 온라인판 확대 버전이다. SNS에는 돈쭐을 내줘야 할 가게 리스트가 돌아다닌다. 보이콧이 아닌 바이콧(Buycott : 구매 장려)이다. 

특히 공정성과 정의라는 화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MZ세대는 이런 류의 ‘단체 행동’을 즐긴다. 더 나아가서 돈쭐 세리머니에 동참을 호소한다. 


집단의 힘을 모아 선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바이콧의 미학! 이는 일종의 ‘화폐 투표’적 성격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몇 달 전 롯데백화점 전주점 지하 식품관에서는 ‘함씨네토종콩식품 돈쭐행사’라는 이색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함씨네토종콩식품은 토종 콩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콩 박사’ 함정희 대표가 이끌고 있는 식품 업체다. ‘박사’는 레토릭이 아니다. 고졸 학력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던 그녀는 올해 2월 ‘한국인의 건강 관점에서 콩의 영양, 기원 및 유전자원에 관한 연구’로 보건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3년생이니 칠순 가까이 되는 나이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이어의 눈에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 유튜브 영상 한 편. 돈쭐 행사가 백화점 식품관에서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함 대표는 투철한 신념 아래 20년 동안 국내산 콩만 고집하며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 수입 콩보다 국산 콩의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하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단가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국산 콩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함 대표의 사연이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유튜브 채널에 소개됐다. 세바시 측에서도 이례적으로 “이런 분은 우리가 돈쭐 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 영상을 감명 깊게 본 롯데백화점 식품 바이어의 제안으로 결국 백화점 한복판에서 돈쭐 이벤트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프로모션을 넘어 함씨네토종콩식품의 판로 개척과 온라인샵 입점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바시 측에서도 “이런 분은 우리가 돈쭐 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 영상을 감명 깊게 본 롯데백화점 식품 바이어의 제안으로 돈쭐 이벤트가 진행됐다.


어떤 기업이든 갑자기 돈쭐의 대상이 되어 폭발적으로 매출이 상승하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자발적인 의지로 추동되는 돈쭐의 특성상 작위적인 마케팅으로 그런 꿈을 꾸는 것은 난망한 일이 될 공산이 크다. 되레 위와 같은 방식으로 착한 브랜드로 평가받는 곳과 협업하는 방향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유튜브 영상 한 편도 참신한 판촉 기획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돈쭐에는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의 심리가 배태되어 있다. “눈치 보면 혼난다”며 결식 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 홍대 소재 ‘진짜파스타’는 익명의 네티즌부터 영부인까지 폭넓은 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한복 광고를 게재한 후 중국과 일본 네티즌과 국제소송을 벌이게 된 ‘라카이코리아’에는 소송비 후원 물결이 일었다. 

영부인이 파스타집에 편지를 보낸 배경은? 편지 내용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유동인구가 연 150만 명에 달하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한복을 광고한 라카이코리아. Traditional Korean Clothes, HANBOK!
돈쭐에는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의 심리가 배태되어 있다.


돈쭐은 비단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국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 ‘훙싱얼커’는 ‘천 년 만의 폭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허난성에 무려 5천만 위안(88억원 상당)의 물품과 현금을 지원했다. 훙싱얼커보다 규모가 훨씬 큰 기업을 압도하는 후원 규모였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돈쭐로 화답했다. 상품 가격의 2배를 지불하겠다는 소비자가 등장했고, 회사 서버가 다운됐으며, 재고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훙싱얼커 신발을 신은 사진을 SNS에 올려 이 행렬에 힘을 실어주었다. 징둥닷컴에서 훙싱얼커의 매출은 한때 전년 대비 5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훙싱얼커 신발을 신은 사진을 SNS에 올려 바이콧 행렬에 힘을 실어주었다.


가치소비에 무게중심을 두는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데 익숙하다. 이런 성향이 소비행위에 발현된 것이 돈쭐이다. 집단의 힘을 모아 선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바이콧의 미학! 이는 일종의 ‘화폐 투표’적 성격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선거의 핵심은 민심의 변화와 그에 따른 유권자의 최종선택이다. 표심의 향방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 명대신문에 기고한 글을 수정했다.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98897



<석혜탁의 유통 상식사전> 목차

■ 유통 상식사전 #1. VR스토어

VR스토어 오픈, 쇼핑의 미래는 VR백화점? - 현대백화점, 마이어백화점 등 VR(가상현실)에 관심을 쏟는 유통산업계

https://brunch.co.kr/@hyetak/13


■ 유통 상식사전 #2. 레트로 마케팅

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https://brunch.co.kr/@hyetak/21


■유통 상식사전 #3. 전자가격표시기(ESL)

-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표시 변화, ESL의 성공 열쇠는?

https://brunch.co.kr/@hyetak/22


■ 유통 상식사전 #4. 그린(green) 마케팅

- 그린 마케팅의 핵심은 지속성

https://brunch.co.kr/@hyetak/26


■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https://brunch.co.kr/@hyetak/28


■ 유통 상식사전 #6. 만화카페

- 만화카페, 새로운 ‘문화 쉼터’의 부상

https://brunch.co.kr/@hyetak/29


■ 유통 상식사전 #7. 극장 속 도서관

- CJ CGV의 씨네 라이브러리가 보여준 2가지 차별점

https://brunch.co.kr/@hyetak/30


■ 유통 상식사전 #8. 맨플루언서 마케팅

- 남심(男心)을 잡기 위한 묘책은?

https://brunch.co.kr/@hyetak/31


■ 유통 상식사전 #9. 탈모시장

-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고민하는 탈모, 유통업계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34


■ 유통 상식사전 #10. 복층 편의점

- 2층 공간 활용의 상상력

https://brunch.co.kr/@hyetak/35


■ 유통 상식사전 #11.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

- 시스루 마케팅,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고객의 신뢰

https://brunch.co.kr/@hyetak/37


■ 유통 상식사전 #12. 젠더 감수성

- 유통업체들이 꼭 지녀야 할 ‘젠더 감수성’

https://brunch.co.kr/@hyetak/38


■ 유통 상식사전 #13. 액티브 시니어

-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살아남는다

https://brunch.co.kr/@hyetak/40


■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https://brunch.co.kr/@hyetak/41


■ 유통 상식사전 #15. 홈트

- ‘홈트’의 인기 이유, 그리고 유통업계의 대응

https://brunch.co.kr/@hyetak/48


■ 유통 상식사전 #16. 무인 매장

- 무인 매장, 유통혁명의 총아?

https://brunch.co.kr/@hyetak/51


■ 유통 상식사전 #17. 무슬림 마케팅

- 16억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구애

https://brunch.co.kr/@hyetak/52


■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 - 편의점

-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 그리고 얼리어답터

https://brunch.co.kr/@hyetak/55


■ 유통 상식사전 #19. 비엥 비에이르

- 비엥 비에이르(Bien-Vieillir), 멋진 어르신들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57


■ 유통 상식사전 #20. 이란 시장

- 이란에서 성공신화를 쓰는 한국 기업들

https://brunch.co.kr/@hyetak/59


■ 유통 상식사전 #21. 유통 빅3 본사 이전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유통 빅3의 본사 이전

https://brunch.co.kr/@hyetak/61


■ 유통 상식사전 #22. 왝더독(Wag the dog) 현상

- ‘게이미피케이션’과 ‘하비테인먼트’로 읽는 왝더독 소비심리

https://brunch.co.kr/@hyetak/62


■ 유통 상식사전 #23. 업태별 협회

- 각기 다른 유통업태를 대변하는 각종 협회

https://brunch.co.kr/@hyetak/63


■ 유통 상식사전 #24.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홈쇼핑

- 기존 오프라인 강자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https://brunch.co.kr/@hyetak/70


■ 유통 상식사전 #25. 그레이네상스

-‘Grey(백발)’와 ‘Renaissance(부흥, 전성기)’의 합성어

https://brunch.co.kr/@hyetak/71


■ 유통 상식사전 #26. 퇴튜던트(퇴근+스튜던트)

- ‘퇴튜던트’, 퇴근 후 그들은 학생이 된다

https://brunch.co.kr/@hyetak/72


■ 유통 상식사전 #27. 이마트 1호점

- 개점 4반세기 ‘이마트 창동점’ 초심을 잊지 않다

https://brunch.co.kr/@hyetak/73


■ 유통 상식사전 #28. 몰캉스

- ‘서프리카’에서 쇼핑과 피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몰캉스’

https://brunch.co.kr/@hyetak/77


■ 유통 상식사전 #29. 독립운동가 기념 도시락

- ‘편도족’들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GS25

https://brunch.co.kr/@hyetak/78


■ 유통 상식사전 #30. 매장(賣場)과 매장(買場)

- ‘매장(買場)’이 많아지길 바라며

https://brunch.co.kr/@hyetak/79


■ 유통 상식사전 #31.‘VIB족’과 키즈카페

- ‘VIB족’을 잡기 위한 키즈카페의 과제는?

https://brunch.co.kr/@hyetak/84


■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 서주 아이스크림의 재탄생

https://brunch.co.kr/@hyetak/86


■ 유통 상식사전 #33. 제약사의 브랜드 매장과 푸스펙족

- 제약 전문회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토어 ‘뉴 오리진’

https://brunch.co.kr/@hyetak/93


■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 리테일 플랫폼으로 우뚝 선 자동차

https://brunch.co.kr/@hyetak/95


■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 현대백화점 ‘와인웍스’, 리테일 공간에 취향을 입히다
 https://brunch.co.kr/@hyetak/152


■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 ‘엄근진’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90년대생들의 망탈리테

https://brunch.co.kr/@hyetak/171


■유통 상식사전 #37. 모디슈머

- 모디슈머 DNA 그리고 짜파구리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173


■유통 상식사전 #38. 리사이클링-공병공간

- 버려진 공병이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다

https://brunch.co.kr/@hyetak/192


■유통 상식사전 #39. 코로나 0년, 리테일 생존법

- 드라이브스루와 가상 출국여행의 흥행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https://brunch.co.kr/@hyetak/194


■유통 상식사전 #40. 윤석열과 민초

-민초단과 반민초단의 익살스러운 상호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

https://brunch.co.kr/@hyetak/200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https://brunch.co.kr/@hyetak/201


■유통 상식사전 #42. 메타버스 속 프로타고니스트

-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https://brunch.co.kr/@hyetak/202


■유통 상식사전 #43. 구독의 이유와 카테고리의 탄생

- 일회적인 구매가 아닌 멤버십 유지를 가능케 하려면?

https://brunch.co.kr/@hyetak/204


■유통 상식사전 #44. 타임빌라스 성공 요인 정리해보기

- '롯데'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내려놓고 혁신을 꾀하다
 https://brunch.co.kr/@hyetak/205


■유통 상식사전 #45. 4050세대 타깃 플랫폼

- 4050세대의 니즈, MZ세대가 꿰뚫다

https://brunch.co.kr/@hyetak/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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