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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Aug 24. 2018

영민할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10살 때 깨달은 이야기

할머니는 담배로 9년의 삶을 잃게 되는 거예요

10살 무렵 제프 베조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 여행 중이었다. 할머니는 줄곧 담배를 피웠다. 그 냄새가 어린 베조스는 너무도 싫었다. 한 모금의 담배가 2분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할머니가 담배를 얼마나 피우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한 모금에 2분의 생명을 앗아간다니, 할머니는 담배로 9년의 삶을 잃게 되는 거예요.” 그는 수학적 영리함을 뽐내고 싶었지만 결과는 그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할머니는 울음을 터트렸고 베조스는 어쩔 줄 몰라하며 뒷좌석에 앉아만 있었다. 할아버지는 길모퉁이에 차를 세운다. 그가 존경하던 할아버지는 베조스에게 조용히 말한다. “제프, 언젠가는 삶에서 영민함보다는 친절함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Jeff, one day you'll understand it's harder to be kind than clever)  


Amazon founder Jeff Bezos delivers speech at Princeton University(영문자막)

https://www.youtube.com/watch?v=uvzkujQFlxQ&feature=youtu.be(02:00)


세계 1위 부자 제프 베조스 강연(한글자막)

https://www.youtube.com/watch?v=ZOw6SDcpxFU(1:39)


영민함이 문제 해결의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영민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내 주변에는 정말로 출중한 머리를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비교하자면, 나는 스스로를 영민한 재능이 있다기보다 끝없는 노력이 더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성적이고 싶었고 더 철저히 계산하고 싶었다. 그래야 출중한 친구들과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얻어진 합리적인 계산과 논리가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냉철한 이성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믿어온 명석한 논리와 냉철한 이성은 최선이 아님을 이제야 막 깨닫는다. 10살의 베조스가 느꼈던 것을 나는 이제야 겨우 느낀다. 


오늘 매장에 한 할머니께서 오셨다. 얼마 전 매장에서 쓰리꾼(소매치기)가 자신의 지갑을 훔쳐갔다고 하셨던 그 할머니다. CCTV 확인 결과 매장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지갑을 들고 나가신걸 확인해드렸지만 그래도 한참을 찾으셨던 분이다. 웬일인가 했더니 그날 구매하셨던 쌈장을 반품하고 싶으시단다. 개봉도 하셨고 심지어 드신 흔적 마저 있다. 제품에 문제가 있냐고 물으니 맛이 이상하다고 하신다. 직접 맛을 봤지만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환불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하여 환불이 불가하다고 말씀드리니 되려 역정을 내신다. "내가 여기서 쓰리꾼한테 도둑질도 당하고 했는데 환불해줘야 돼!" 그래, 결국 쌈장이 문제가 아니고 지갑을 잃어버려 화가 나는 마음에 쌈장이고 뭐고 일단 다 반품하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생각해서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할머니의 고성은 반복됐고 결국은 불필요하게 한바탕 소동이 시작됐다. 물론 이런 환불요청은 이성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돌아보니 다르게도 생각이 됐다. 내가 조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친절하게 배려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응대하며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 달래 드렸으면 어땟을까. 내가 조금은 손해 볼 지언정 할머니의 마음을 얻을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젠 멍청하게 친절해져보기

사람 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저 따뜻한 마음가짐, 친절한 양보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이성과 계산이 개입되는 순간 꼬이고 만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수 백번 수 천 번 내 논리가 탄탄하더라도 차가운 말로는 상대에게 상처만 입히고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 설사 내가 이성적으로 100% 맞다 하더라도 그 논리로 누군가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면 과연 내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물론 친절하기만도 어려운데 내 손해마저 감수하는 친절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지라도 친절한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해 나가는 방법일 수도 있다.


오늘 일을 계기로 당분간은 멍청하게 친절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더라도, 계산상 수지타산이 안 맞더라도, 예전의 기준에서는 멍청해 보일지라도. 한동안은 내가 쫓던 냉정한 이성이 아니라 따뜻한 감성으로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어린 제프처럼 할머니가 눈물 흘리게 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의 제프는 담배연기를 맡고 싶지 않기도 했을 테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건강도 걱정이 됐을 테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술적 계산과 논리로 그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그 날 그 방법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수십 년이 지난 그는 이렇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다른 이들의 상처를 감수하고 영민하겠는가
Will you be clever at the expense of others,

아니면 따뜻하겠는가
or will you be kind

결국에는 우리는 우리 선택의 결과다.
In the end, we are our choices



Executive Summary : 
오빠랑 지게차 타러 갈래? (안정적 기름집 김 씨는 왜 불안정적인 마트삼촌 김씨가 되었을까) 


1부 - 대퇴사시대

0화 : 대퇴사시대, 도대체 왜 퇴사하세요?

1화 : Professionalism, 멋있잖아요

2화 : 노인의 얼굴에 나이테 대신 동심이 내린 이유

3화 : 내가 만난 '난놈'들의 공통점

4화 : 진짜 히치하이커는 엄지를 들지 않는다

5화 : 틀린 인생은 없어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6화 : 꿈을 강요하는 사회

7화 : 일출 보러 가다가 퇴사결심

8화 : 새장 속의 새는 새가 아니다 (Brunch Editor's Pick)

9화 :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10화 : 사직서를 준비하는 네가 알면 좋을 세 가지


2부 - 소상공인 라이프 소상히 알려드립니다.

11화 : 가라앉을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12화 : 고객관리의 핵심은 메아리다

13화 : 그대, 존경받아 마땅한

14화 : 네비 있으세요?

15화 : 이 길로 가는 게 제대로 가는 걸까

16화 :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17화 : 영민할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18화 :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

19화 : 모범생 남 대리가 사업을 말아먹은 이유는

20화 : 칼퇴할 수 있고 주말근무 없으면 워라밸일까? (Brunch Editor's Pick)

21화 : 왜 장사하는가

22화 : 이 가게, 한 달에 얼마 벌까?

23화 :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24화 : 진상의 평범성(Brunch Editor's pick)

25화 :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26화 : 유해진에게 배우는 싸가지경영

27화 : 무른 귤과 아버지

28화 : 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마인드

29화 :  이 식당은 50분만 일하면 한끼가 무료입니다

감사인사 : 꿈 하나를 이루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성당 사장님을 만났어요)

30화 : 성심당은 파리바게뜨가 부러울까?

31화 : 그 자켓을 사지 말라던 파타고니아의 오랜 진심

감사인사 : 또 하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32화 : 어쩌다 대기업 그만두고 마트를 하게 됐어요?(Brunch Editor's Pick)

33화 : 울었다. 밥을 먹다 울었다.

34화 : 쿠팡의 시대, 동네마트 생존전략

35화 : 그렇게 마트가 된다

36화 : 가족같이 일하기 vs 가족이랑 일하기

37화 : 우리 동네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장사법

38화 : 현직 마트 삼촌입니다. 질문 답변드립니다

39화 : 군산에서 장사한다는 것

40화 : 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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