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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ul 14. 2018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어둠 속에서 이뤄진 어떤 한 체험전시

어떤 한 체험 전시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 전시는 로드마스터와 함께 완전한 어둠 속에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종의 체험전시다. 보통은 이색 데이트 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가보면 왜 데이트 코스인지는 알게 된다 어둠.. 이면 이미 말 다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말하는 어둠은 깜깜해서 잘 안 보이는 수준의 어둠이 아니고 완벽하고 칠흑 같은 어둠이라서 눈을 뜨나 감으나 똑같을 정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관계를 단절시키는 ‘어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시각 이외의 다양한 감각들을 활용한 익숙하지만 낯선, 진정한 소통의 발견이라는 발상에서 본 전시는 시작된다.
(출처: 어둠 속의 대화 공식 홈페이지)


이쪽이에요

눈을 감고 있으면, 다시금 어둠 속에 있으면, 어둠 속의 대화가 생생해진다. 그중에서도 계속 떠오르는 건 길을 안내해주던 로드마스터의 목소리와 손이다. '이쪽이에요'라고 길을 알려주던 차분한 목소리와 조심스럽게 이끌어주던 따뜻한 손이 기억난다. 그 목소리의 음색과 그 손의 감촉이 전히 머리 속에 맴도는 이유는 완전한 어둠 속에 놓여있던 때와 퇴사를 앞두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던 때가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말로만 내뱉던 퇴사였지만, 실제로 퇴사를 눈 앞에 두니 그 앞이 너무도 깜깜했다. 회사의 삶은 대충 앞길이 보였고 미래가 예측됐다. 하지만, 퇴사와 동시에 갑자기 나는 완전한 암흑 속에 툭 떨어져버렸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걸을 때는 다음 발 디딜 곳이 낭떠러지인지 꽃밭인지 알 수 다. 이처럼 코 앞의 일이 예측되지 않는 길을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은 때로는 흥분되고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인생 독고다이 외치면서 혼자 잘난 맛에 살아오고 아무리 겁 없이 사는 척한다고 해도 인간이라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을 때 당연히 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로드마스터처럼 내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기만 해도, 혹은 그 어둠 속을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제아무리 센척해봐도 우리는 결국 나약한 인간이다. 매 순간 불안하고 흔들리는 존재다. 처음에는 당당하고 호기롭게 시작해도 언젠가는 멘붕에 빠지며 불안해지는 그런 순간이 오게 된다. 흔들리는 불안을 자초하는 이상 그 누구든 어둠 속을 걷고 있다.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불명확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이 어둠 속을 걷는 사람이 단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어디에요?'라고 말하며 손을 뻗었을 때 잡아줄 이가 반드시 누군가 한 명쯤은 있을 테니까. 누군가 어디에요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반드시 '여기에요'라고 답할 테니까. 망설이지 말고 서로 손을 뻗자. 이쪽이라고 서로 얘기해주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느 길이 꽃길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있는 이 곳만큼은 발 디딜 땅이 있다는 것만 알려줘도 뒷사람은 안심이 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함께 걸으면 어둠 속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고도 나아 갈 수 있다. 손을 뻗었을 때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어둠의 끝이 낭떠러지 일지 꽃길 일지 모르지만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끝없는 어둠을 걸어갈 용기가 생긴다. 여전히 나는 어둠 속을 걷고 있다.  하지만 두렵거나 불안하기만 하지는 않다. 내게는 함께 이 어둠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위안이 됐고 용기가 생겼다. 막막하기만 한 이 어둠도 이제는 씩씩하게 걸을만 해졌다.


Executive Summary :
오빠랑 지게차 타러 갈래? (안정적 기름집 김 씨는 왜 불안정적인 마트삼촌 김씨가 되었을까) 


1부 - 대퇴사시대

0화 : 대퇴사시대, 도대체 왜 퇴사하세요?

1화 : Professionalism, 멋있잖아요

2화 : 노인의 얼굴에 나이테 대신 동심이 내린 이유

3화 : 내가 만난 '난놈'들의 공통점

4화 : 진짜 히치하이커는 엄지를 들지 않는다

5화 : 틀린 인생은 없어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6화 : 꿈을 강요하는 사회

7화 : 일출 보러 가다가 퇴사결심

8화 : 새장 속의 새는 새가 아니다 (Brunch Editor's Pick)

9화 :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10화 : 사직서를 준비하는 네가 알면 좋을 세 가지


2부 - 소상공인 라이프 소상히 알려드립니다.

11화 : 가라앉을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12화 : 고객관리의 핵심은 메아리다

13화 : 그대, 존경받아 마땅한

14화 : 네비 있으세요?

15화 : 이 길로 가는 게 제대로 가는 걸까
16화 :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17화 : 영민할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18화 :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

19화 : 모범생 남 대리가 사업을 말아먹은 이유는

20화 : 칼퇴할 수 있고 주말근무 없으면 워라밸일까? (Brunch Editor's Pick)

21화 : 왜 장사하는가

22화 : 이 가게, 한 달에 얼마 벌까?

23화 :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24화 : 진상의 평범성(Brunch Editor's pick)

25화 :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26화 : 유해진에게 배우는 싸가지경영

27화 : 무른 귤과 아버지

28화 : 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마인드

29화 :  이 식당은 50분만 일하면 한끼가 무료입니다

감사인사 : 꿈 하나를 이루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성당 사장님을 만났어요)

30화 : 성심당은 파리바게뜨가 부러울까?

31화 : 그 자켓을 사지 말라던 파타고니아의 오랜 진심

감사인사 : 또 하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32화 : 어쩌다 대기업 그만두고 마트를 하게 됐어요?(Brunch Editor's Pick)

33화 : 울었다. 밥을 먹다 울었다.

34화 : 쿠팡의 시대, 동네마트 생존전략

35화 : 그렇게 마트가 된다

36화 : 가족같이 일하기 vs 가족이랑 일하기

37화 : 우리 동네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장사법

38화 : 현직 마트 삼촌입니다. 질문 답변드립니다

39화 : 군산에서 장사한다는 것

40화 : 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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