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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ul 27. 2018

그대, 존경받아 마땅한

이 땅의 모든 소상공인 선배님들께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은 부쩍 사람들이 많다. 아 오늘이 금요일이었구나. 불금이라는 단어와 멀어진 지 오래인 덕분에 그렇게 금요일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와와 보니 티브이가 켜져 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돌던 게 이거였나 보다. 백종원이 푸드트럭을 컨설팅한다는 내용의 프로다. 소파에 몸을 던진 채 별생각 없이 봤다. 방송 덕분인지 안 그래도 사람 많은 강남역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사람들은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진다. 푸드트럭 주인들은 '죄송합니다 준비한 재료가 다 떨어져서 오늘 영업을 종료합니다'라고 말하며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너무도 뻔한 플롯이고 예상되는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한 아저씨 때문에 괜히 울컥했다.



핫도그 집 아저씨가 인생 처음으로 재료를 다 쓴 날이라고. 오늘 한 끼도 못 먹고 지금까지 일했는데 하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고. 열정만 가지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도 힘들고 좌절됐다고. 근데 오늘의 경험이 큰 자신감이 될 거 같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조용히 뒤돌아서서 눈물 흘리던 그 장면.  


사실 장사라는 게, 소상공인이라는 게, 뭐 그리 거창하진 않다. 하루하루 꾸준히 버텨나가는 게 일이다.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에는 나가 문을 열어야 하고 저녁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문을 닫는다. 그것만 20여 년 이상해온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만으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모두가 처음에는 부푼 꿈을 안고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곧 온갖 종류의 장애물에 부딪치고 또 좌절하게 된다. 열정이 식으며 행동력도 함께 식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시각에 문을 열고 닫는 게 그리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오늘 처음 이 프로를 접했으니 핫도그 아저씨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좌절을 겪었을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그리도 노력했을지는 나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매출이 잘 나올 때는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은 그 느낌을 알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버둥 쳐봐도 움직이지 않는 매출을 볼 때의 그 좌절감을 알고, 그 막막하고  어둡기만 한 터널 같은 좌절과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 또 다른 한 명의 소상공인으로서 아저씨가 짊어져온 삶의 무게감이 조금은 상상이 됐다.


방송의 조명이 끝난 후에도 아저씨의 열정이 반드시 무거운 삶의 무게를 극복하는 아름다운 결과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발버둥 쳐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너도 그리고 나도.


우리가 힘들게 노력하는 열정의 끝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임을 믿고 서로 힘이 됐으면 한다.


오늘은 내게 또 다른 의미로 뜨거운 불금이 될듯하다.


Executive Summary :
오빠랑 지게차 타러 갈래? (안정적 기름집 김 씨는 왜 불안정적인 마트삼촌 김씨가 되었을까) 


1부 - 대퇴사시대

0화 : 대퇴사시대, 도대체 왜 퇴사하세요?

1화 : Professionalism, 멋있잖아요

2화 : 노인의 얼굴에 나이테 대신 동심이 내린 이유

3화 : 내가 만난 '난놈'들의 공통점

4화 : 진짜 히치하이커는 엄지를 들지 않는다

5화 : 틀린 인생은 없어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6화 : 꿈을 강요하는 사회

7화 : 일출 보러 가다가 퇴사결심

8화 : 새장 속의 새는 새가 아니다 (Brunch Editor's Pick)

9화 :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10화 : 사직서를 준비하는 네가 알면 좋을 세 가지


2부 - 소상공인 라이프 소상히 알려드립니다.

11화 : 가라앉을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12화 : 고객관리의 핵심은 메아리다

13화 : 그대, 존경받아 마땅한

14화 : 네비 있으세요?

15화 : 이 길로 가는 게 제대로 가는 걸까

16화 :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17화 : 영민할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18화 :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

19화 : 모범생 남 대리가 사업을 말아먹은 이유는

20화 : 칼퇴할 수 있고 주말근무 없으면 워라밸일까? (Brunch Editor's Pick)

21화 : 왜 장사하는가

22화 : 이 가게, 한 달에 얼마 벌까?

23화 :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24화 : 진상의 평범성(Brunch Editor's pick)

25화 :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26화 : 유해진에게 배우는 싸가지경영

27화 : 무른 귤과 아버지

28화 : 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마인드

29화 :  이 식당은 50분만 일하면 한끼가 무료입니다

감사인사 : 꿈 하나를 이루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성당 사장님을 만났어요)

30화 : 성심당은 파리바게뜨가 부러울까?

31화 : 그 자켓을 사지 말라던 파타고니아의 오랜 진심

감사인사 : 또 하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32화 : 어쩌다 대기업 그만두고 마트를 하게 됐어요?(Brunch Editor's Pick)

33화 : 울었다. 밥을 먹다 울었다.

34화 : 쿠팡의 시대, 동네마트 생존전략

35화 : 그렇게 마트가 된다

36화 : 가족같이 일하기 vs 가족이랑 일하기

37화 : 우리 동네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장사법

38화 : 현직 마트 삼촌입니다. 질문 답변드립니다

39화 : 군산에서 장사한다는 것

40화 : 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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