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경욱 Jul 19. 2018

가라앉을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물 위에 각자의 방식으로 둥둥 떠있는지도 모른다 

이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거의 이런 모습

나는 이제 막 소상공인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기존에 내가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발버둥 치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내 친구가 의미 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Hey, will you sink or swim?' 이 말을 듣자마자 삶을 살아가는 것과 물 위에 서 헤엄치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여유롭게 배영으로 물을 즐기며 떠다니고, 또 어떤 이는 죽어라고 아등바등 팔다리를 움직여봐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의 나는 분명 후자였다.


내가 수영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힘 좀 빼라'는 말이었다. 

마, 어깨에 힘 좀 빼라

나는 왜 전력투구 하면서도 가라앉고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수영을 할 때 힘이 들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 하고 싶어서. 빨리 가고 싶어서. 하지만, 수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욕심을 내면 낼수록 어깨에 힘만 들어가고 팔을 돌릴 때마다 빠르게 나아가기보다는 몸이 가라앉고 있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처럼, 나는 이번에도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내 인생에 이 정도로 힘을 넣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역대급으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정말 잘 해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이젠 단순히 잘하는 것을 넘어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언제나 욕심은 실력을 추월한다

아직까지 넘어본 적 없는 레벨의 파도들이 나를 덮치고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온 힘을 다해서 발버둥 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욕심에만 익숙할 뿐 수영에는 서툴다. 누구보다 잘 하고 싶고 빨리 만들어 내고 싶다. 조바심이 어깨를 누르고 그럴수록 나도 모르게 힘은 점점 더 많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가면 눈 앞의 팔 휘젓기에는 온 힘을 다하지만, 어디로 가는지 또 가라앉는지도 모른 채 전력투구 할 뿐이다.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설픈 수영은 딱 보면 안다. 물을 타며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물과 싸우려 하는 그 모습. 악에 받쳐 발차기를 하고 이를 악물고 팔을 휘두르는 그 모습. 나는 딱 그 모습이었다.

어디서 소리 안들려요? 꼬르륵 거리는 소리...

Sink or Swim. 언제나 두 가지 중 하나다. 제대로 수영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열심히 팔은 휘젓지만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서서히 가라앉아 갈 것인가. 물을 상대로 싸울 것인가 물을 타고 헤엄쳐 나갈 것인가.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다잡아야 할 시점이었다.

어디 이길 자신 있으면 해보시든가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쉬고 나 스스로를 다시 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영을 배우다 보면 어깨에 힘도 들어가 보고 물도 좀 먹어봐야 수영이 늘더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더라. 우리는 계속해서 배우는 지점에 있을 뿐 여기가 절대 끝은 아니다. 그러니 나의 수영이 아직 펠프스급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비록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영법은 발버둥에 가까운 초라한 개헤엄뿐일지라도 절대 낙담하진 않기로 했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숨을 쉬며 다음 스트로크를 준비하면 된다. 지금은 물도 좀 먹고 몇 번을 가라앉기를 반복하겠지만 힘을 빼고 어느 정도 물에 익숙해지면 최소한 음파 음파 숨쉬기는 편하게 되는 날이 올 테니까. 계속 노력하다 보면 펠프스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숨은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그런 경지는 올 테니까. 그때까지 가라앉지 않고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나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열심히 발버둥 치고 있을 누군가도 자유롭게 헤엄치며 만날 그 날을 기대한다.



Executive Summary : 
오빠랑 지게차 타러 갈래? (안정적 기름집 김 씨는 왜 불안정적인 마트삼촌 김씨가 되었을까) 


1부 - 대퇴사시대

0화 : 대퇴사시대, 도대체 왜 퇴사하세요?

1화 : Professionalism, 멋있잖아요

2화 : 노인의 얼굴에 나이테 대신 동심이 내린 이유

3화 : 내가 만난 '난놈'들의 공통점

4화 : 진짜 히치하이커는 엄지를 들지 않는다

5화 : 틀린 인생은 없어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6화 : 꿈을 강요하는 사회

7화 : 일출 보러 가다가 퇴사결심

8화 : 새장 속의 새는 새가 아니다(Brunch Editor's Pick)

9화 :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10화 : 사직서를 준비하는 네가 알면 좋을 세 가지


2부 - 소상공인 라이프 소상히 알려드립니다.

11화 : 가라앉을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12화 : 고객관리의 핵심은 메아리다

13화 : 그대, 존경받아 마땅한

14화 : 네비 있으세요?

15화 : 이 길로 가는 게 제대로 가는 걸까

16화 :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17화 : 영민할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18화 :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

19화 : 모범생 남 대리가 사업을 말아먹은 이유는

20화 : 칼퇴할 수 있고 주말근무 없으면 워라밸일까?(Brunch Editor's Pick)

21화 : 왜 장사하는가

22화 : 이 가게, 한 달에 얼마 벌까?

23화 :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24화 : 진상의 평범성(Brunch Editor's pick)

25화 :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26화 : 유해진에게 배우는 싸가지경영

27화 : 무른 귤과 아버지

28화 : 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마인드

29화 :  이 식당은 50분만 일하면 한끼가 무료입니다

감사인사 : 꿈 하나를 이루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성당 사장님을 만났어요)

30화 : 성심당은 파리바게뜨가 부러울까?

31화 : 그 자켓을 사지 말라던 파타고니아의 오랜 진심

감사인사 : 또 하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32화 : 어쩌다 대기업 그만두고 마트를 하게 됐어요?(Brunch Editor's Pick)

33화 : 울었다. 밥을 먹다 울었다.

34화 : 쿠팡의 시대, 동네마트 생존전략

35화 : 그렇게 마트가 된다

36화 : 가족같이 일하기 vs 가족이랑 일하기

37화 : 우리 동네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장사법

38화 : 현직 마트 삼촌입니다. 질문 답변드립니다

39화 : 군산에서 장사한다는 것

40화 : 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

이전 07화 울었다. 밥을 먹다 울었다.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회사원 김씨 마트삼촌 김씨가 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