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Jun 15. 2018

Professionalism, 멋있잖아요?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

 물기 덜 빠진 빨래처럼 1호선 손잡이에 축 매달려 출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집에서 나온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집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전에 뭐든 읽어야 했다. 우연히 마주한 글은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라는 글이었다.(달그닥 훅~ 사건이 있기 전이라 편견 없이 재밌게 읽었다) 글쓴이는 승마가 축구같이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닌지라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대답할 때마다 본인 스스로도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하는 유일한 스포츠, 자세교정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 다양한 신체역량을 길러주는 스포츠, King of Sports라 불리는 스포츠... 그럴싸하게 승마를 포장하는 이론적인 답들이 많이 있겠지만 저자가 찾은 최종적인 답은 의외였다.


승마하면 뭐가 좋아요?


지금은 승마하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한다.

"멋있잖아요!"


1호선에 널려서 축 처져있던 빨래가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졌다.




Professional 하면 뭐가 좋아요?

 나는 평소 항상 Professional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 친한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면 '프로답지 못하게',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를 장난스레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그동안 '어떻게' Professional 해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했어도 '왜' Professional 해야 하는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높은 생산성을 통한 Output극대화, 과정의 아름다움보다는 결과물에 책임감을 가지고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등 이론적으로 Professionalism이 좋은 이유는 얼마든 찾을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야 이러쿵저러쿵 여러 가지 말로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말을 위한 말잔치, 헛돌기만 하는 그런 말들은 이제 필 없어 보였다. 내게도 답이 생겼다.


Professinalism?

멋있잖아요!



회사는 '멋있지' 않았다

Professional Business man이 되고 싶어서 회사에 입사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현실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질에 집중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Professionalism보다  없는 회의, 일상에 만연한 면피, 과업이 아닌 관계중심의 형님 문화, 보고를 위한 요식행위가 주로 나를 반겼다. 물론 내가 아직 어리고 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생각했던 Professionalism과 회사의 모습 간에 거리감은 더 멀게 느껴졌다. 내 눈에 대기업병에 찌든 회사는 충분히 '멋있지 않았다'.





멋있게 살고 싶다

그동안 회사의 성장을 위해 헌신해주신 선배들 덕분에 회사의 이름값은 꽤 있었다. 회사생활을 계속하게 되면 최소한 이름값 덕분에 어디 가서 찬밥신세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름값의 우산을 벗어났을 때도 내가 찬밥신세당하지 않고 Market Value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었다.

 선배들이 만들어 주신 그럴듯한 이름값 아래에서 허명(虛名)에 취해 있는 것보다 단단한 알맹이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시장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Professionalism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은 분명 쉽지 않을 테고, 많이 힘들 테고, 배고플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있게 살고 싶었다.(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누군가 내게 왜 배고플 수도 있고 힘들기만 할 수도 있는 퇴사라는 길을 선택했는지 물어본다면 허세 가득하게 이렇게 대답하겠다.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인데,
단단하게, Professional 하게 사는 거.



멋있잖아요!



Executive Summary : 
오빠랑 지게차 타러 갈래? (안정적 기름집 김 씨는 왜 불안정적인 마트삼촌 김씨가 되었을까) 


1부 - 대퇴사시대

0화 : 대퇴사시대, 도대체 왜 퇴사하세요?

1화 : Professionalism, 멋있잖아요?

2화 : 노인의 얼굴에 나이테 대신 동심이 내린 이유

3화 : 내가 만난 '난놈'들의 공통점

4화 : 진짜 히치하이커는 엄지를 들지 않는다

5화 : 틀린 인생은 없어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6화 : 꿈을 강요하는 사회

7화 : 일출 보러 가다가 퇴사결심

8화 : 새장 속의 새는 새가 아니다 (Brunch Editor's Pick)

9화 :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10화 : 사직서를 준비하는 네가 알면 좋을 세 가지


2부 - 소상공인 라이프 소상히 알려드립니다.

11화 : 가라앉을 것인가 헤엄칠 것인가

12화 : 고객관리의 핵심은 메아리다

13화 : 그대, 존경받아 마땅한

14화 : 네비 있으세요?

15화 : 이 길로 가는 게 제대로 가는 걸까

16화 :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17화 : 영민할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18화 :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게

19화 : 모범생 남 대리가 사업을 말아먹은 이유는

20화 : 칼퇴할 수 있고 주말근무 없으면 워라밸일까? (Brunch Editor's Pick)

21화 : 왜 장사하는가

22화 : 이 가게, 한 달에 얼마 벌까?

23화 :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24화 : 진상의 평범성(Brunch Editor's pick)

25화 :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잘 나가는 이유

26화 : 유해진에게 배우는 싸가지경영

27화 : 무른 귤과 아버지

28화 : 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마인드

29화 :  이 식당은 50분만 일하면 한끼가 무료입니다

감사인사 : 꿈 하나를 이루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성당 사장님을 만났어요)

30화 : 성심당은 파리바게뜨가 부러울까?

31화 : 그 자켓을 사지 말라던 파타고니아의 오랜 진심

감사인사 : 또 하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32화 : 어쩌다 대기업 그만두고 마트를 하게 됐어요?(Brunch Editor's Pick)

33화 : 울었다. 밥을 먹다 울었다.

34화 : 쿠팡의 시대, 동네마트 생존전략

35화 : 그렇게 마트가 된다

36화 : 가족같이 일하기 vs 가족이랑 일하기

37화 : 우리 동네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장사법

38화 : 현직 마트 삼촌입니다. 질문 답변드립니다

39화 : 군산에서 장사한다는 것

40화 : 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틀린 인생은 없어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