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
사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누군가는 비즈니스로 세상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서 누군가는 그냥 (멋)있어 보여서.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많은 회사원들 마음속에서는 이런 마음이 자라난다. 지긋지긋한 이 놈의 회사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하면 미래도 보장되고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그 사업이란 거..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이 아무리 대세라고 해도 대부분은 소리 소문 없이 망한다던데... 지금은 성공했다고 하는 유명한 회사 창업자들도 알고 보면 사실 다 엘리트 거나 집안이 어마어마하게 빵빵한 사람이라던데.. 과연 나 같은 보통 사람도 할 수 있을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자본력, 네트워크, 번뜩이는 아이디어 등등. 하지만 자본력만 빵빵하면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 집안이 빵빵하거나 명문대 혹은 대기업 출신이라 네트워크가 좋으면 사람이면 사업이 잘 될까? 아이디어만 좋으면 사업이 잘 될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도 사업을 망하고 철수한 적이 있고, 명문대생이나 대기업 출신이라고 성공하지도 않고, 정말 번뜩이는 아이템이었지만 '아이디어는 참 좋네'얘기만 듣고 사라져 버린 제품과 서비스가 부지기수다.
개인적으로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무엇보다도 '사업가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 정답이 없는데 사업에 정답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사업가들을 공부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불명확한 길을 걸어가는 데는 기타 다른 요소를 갖춘 사람보다 사업가의 특징을 뚜렷하게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사업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
실행력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사업가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특징이다. 어떤 스타트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뉴스 댓글창에는 항상 있는 댓글이 있다. '아, 이거 나도 생각했던 건데...'. 사업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10%라면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은 0.1%쯤 될까.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행은 누구나 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세상에 실현해야 의미가 있다. 실행 없는 기획은 반쪽짜리 기획이 아니라 그냥 기분 좋은 상상일 뿐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서도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빠른 성장 속도에 감탄하면서 가장 큰 성장동력으로 실행력을 말했다. 대기업 조직에서도 이런 빠른 실행력을 갖기 위해 Agile방법론 등 여러 가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작은 사업이든 큰 사업이든 실행력은 비즈니스의 근간이다. 그래서 이미 에디슨은 '실행 없는 비전은 환상이다(Vision without execution is hallucination)'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기업가치 3조가 넘는 우리나라 대표 스타트업이 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의 김봉진 대표도 실행력을 가장 큰 성공요소로 뽑은 적이 있다.
Q. 창업의 성공요소가 '빼어난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정작 중요한 점은?
A. 저는 사업의 핵심은 아이디어보다는 실행력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아이디어로 출발하지만 대개 실행력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배민다움, 홍성태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은 빠르게 실행하고 얻은 반응을 토대로 더 나은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한 번의 완벽한 실행을 위해 준비에 준비만을 거듭하다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실행력은 성장 속도를 넘어 생존할 수 있냐 없냐를 가르는 사업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기본적으로 사업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순탄하다면 모든 사람이 사업으로 성공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좋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세상에 존재할리 없다. 특히 초기에는 '잘 될 것 같다'는 의견보다 '되겠냐'는 의견이 많은 게 일반적이다. 철저한 숫자 감각으로 계산한 데이터로 믿고 나아가든 아니면 뚜렷한 근거가 없더라도 본인에 대한 신앙에 가까울 정도의 믿음으로 현실을 왜곡시켜버리며 나아가든 사업가는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이자 NHN 한게임 대표를 맡았던 김정호 대표도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일단 안정적이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성격은 창업 근처도 가면 안 됩니다. 행복, 가족, 삶의 여유가 더 소중한 사람은 그리로 가면 인생 우울해집니다.
크게 성공하는 창업자들은 지나칠 정도로 경쟁심이 강하고 때로는 잘난 척하기 아주 좋아하고 돈독이 제대로 올라있어야 하고 편집적이고 이기적이고 목표 지향적이고 체력과 정력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또한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 입장에서 수요를 파악하는 본능이 강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베어베터 CEO 김정호
사업가는 조롱과 멸시를 들으면 의기소침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되는지 보여줄게'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실제로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에도 그런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 등장한다.
1962년 그날 새벽에 나는 나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슈독, 필 나이트
누군가 나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은행, 채권자, 경쟁 기업이 나를 파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맹세코 그들이 그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슈독, 필 나이트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데 동력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동력 중 어떤 동력이 끝까지 식지 않을 수 있는가이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투지가 더 불탄다. 승부욕이 센 사업가는 가장 동력이 필요한 순간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승부욕이 어두운 시기를 이겨내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업은 절대로 고상한 일이 아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채로 멋지게 피칭하고 전문용어를 써가며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은 아니다. 사업은 손에 흙탕물 묻혀가며 멋지지 않은 일까지도 모두 다 해야 하는 일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지치지 않고 더, 더, 더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Hustle은 스포츠 용어로 '기민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경기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어떤 스포츠든 경기장에서 투지 넘치는 장면이 나왔을 때 Hustle play라고 한다. 사업은 처음부터 손에 흙 묻히지 않고도 고상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에 사업가는 반드시 Hustle play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스타트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완벽한 바퀴와 뼈대 그리고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황금마차'가 비록 멋지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달릴 수 없지요. 별로 멋지지 않고 흙과 물을 튀기고 뒤집어쓰며 달리는 '말'이 마차에 존재의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황금마차일 지라도 실제로 사업가가 힘을 주어야 하는 것은 황금마차가 아니라 마차에 생명을 불어넣는 말이다. Hustle play 할 수 없다면 사업에 생명력은 생겨날 수 없다. 동네 맛집에 불과하던 맥도널드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킨 레이 크록도 Hustle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그의 자서전 로켓CEO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재능으로는 안 된다.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 널려 있다. 교육으로도 안 된다. 세상은 고학력의 낙오자로 가득하다. 천재성도 소용없다. 이름값을 못하는 천재가 수두룩하다. 전능의 힘을 가진 것은 끈기와 투지뿐이다
종이컵, 믹서기 외판원으로 시작한 그는 52세가 되어서야 맥도널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람들 눈에는 그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30년간의 세월 동안 외판원으로서 Hustle play 하며 쌓아온 내공이 있었다. 사업이 빛을 발할 때까지 끊임없이 Hustle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사업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다.
사업, 우리두 할 수 있어!
나는 이 글이 '사업은 이런 사람만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사업에 정답은 없다. 그러니 사업가의 자질에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특징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사업할 수 있고 또 이미 성공했을 수 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장병규 위원장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할 것을 말했다.
성공 공식을 찾는 데 열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는데 7~8년 전만 해도 창업가들은 '나만의 스타일'대로 승부수를 던졌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창업가들이 나왔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나 또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론적으로 100명의 사람이 사업을 한다면 100가지 사업방식이 나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력, 승부욕, Hustle을 성공하는 사업가에게 필요한 기질로 뽑은 것은 이 세 가지가 사업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근원이 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닮고 싶은 사업가들을 공부하고 그들의 삶을 더욱 가까이서 살펴보고 난 뒤, 내가 내린 내가 추구하고 싶은 사업방식이다. 100가지 사업방식 중 이 방식이 최고의 방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현재 사업을 하고 있든지 혹은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누구도 대답할 수 없듯이 어떻게 사업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이 됐든 우리가 우리 각자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각자에게 맞는 각자의 방식을 올바로 찾을 수만 있다면, 사업, 그까이꺼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35화 : 그렇게 마트가 된다
36화 : 가족같이 일하기 vs 가족이랑 일하기
37화 : 우리 동네 가장 소중한 가게가 되는 장사법
38화 : 현직 마트 삼촌입니다. 질문 답변드립니다
39화 : 군산에서 장사한다는 것
40화 : 사업... 나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