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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는 늦은 밤 돌아갔다. 우리 모두 상상못했던 선물같은 시간을 보내고 "살아있어서 참 신난다.."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소회에 보탤 말이 없다. 신나는 순간들이다. 어제 처음 그를 만난 친구 연은 "참 대단한 분"이라고 아침에 말했다. 맞장구 치면서 말했다. 너도 대단해. 자신이 해온 일이 별거 아니라고 하는 연에게 "별거 맞다"고 했다. 사실 그 시절 일하면서 살아남은 여자들은 다 대단하다.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키워온 일들도 엄청나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완전히 존중받지 못한채, 존재 증명을 위해, 무엇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애써온 우리는 다들 대단하지 않은가.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외국인들 틈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사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유럽에서 오래 지낸 소녀가 잠시 한국에 귀국했을 때 한 얘기란다. 국제 인권 이슈에서 한국은 주제가 계속 바뀌었다고 한다. 한때는 정치, 사회 민주주의가 중요한 과제였고, 위안부 이슈, 과거사 문제도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젠더 이슈라고 한다. n번방 사태를 겪으면서 바뀐 것도 있지만 법과 제도 측면에서 아직 숙제가 많다. 처벌은 여전히 관대하고, 가장 약한 약자는 법의 구멍 밖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한국이 민주주의에서 아시아 리더라면, 젠더 이슈도 그렇게 될 날이 올까?
아침부터 이런 대화를 나눈 뷰. 요게 핵심이다.. 뭔 얘기를 해도 다 좋잖아!
왜 o가 묵음인지 궁금한 이아 Oia 마을에 갔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피라 마을보다 더 비싸고 더 예쁘다는 동네다. 포카리스웨트 빈 캔을 가져와서 사진 찍는 이들도 있다는데, 우린 못봤다. 이아 마을에선 뭘하면 되냐고? 모두가 사진을 찍는다..
찍으면 다 화보일테고. 저런 곳에서 뭔들!
신혼여행 상품중엔 이아마을 고급 숙소에서 묵으며, 저런데서 사진 촬영하고, 저녁에 요트 타는 패키지도 있다고 한다. 이아 마을은 뷰 감상하며 뭘 먹거나, 쇼핑하거나, 사진찍거나. 유독 보석상이 많다. 길거리에서 반지와 목걸이, 팔찌를 파는 상인도 많지만 고급 상점도 화려하다. 뒤늦게 깨달았다. 사랑의 증표로 뭔가 선물하는 사람들 덕에 그런 가게가 많구나! 그런 마음을 다 까먹었구나! 길 가 바위에도 이름을 페인트로 써놓은 이들이 있더라. 선인장에도 이름을 새기고, 바위에도 쓰고..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며 뭔가 남기고 싶은 마음일까? 사랑의 자물쇠도 있던데 그렇게 잠그면 사랑이 영원히 묶일까? 영원한 마음을 믿는다면 뭐하러 이런 걸... 믿지 못할게 사람의 마음이라 뭔가 박제를 하려는 욕망이 생기는 걸까? 아.. 부질없.. 그러나, 참 좋을 때다. 손 꼭 잡고 다니는 커플은 뭘 해도 예쁘다. 아니, 젊음은 뭘 해도 빛나는구나. 왜 그땐 몰랐을까. 산토리니라 그런지 중년과 노년 커플도 종종 손 잡고 다니긴 한다. 20년 전 산토리니 옆 미코노스 섬에는 손잡은 게이 커플이 그렇게 많았다고.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will you marry me.. 아.. 달달한 산토리니의 프로포즈 셋트. 오른쪽 사진처럼 연출한단 말인가!
이아마을은 정말 사진 찍으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포카리스웨트 광고 덕에 익숙해진 파란 돔, 예쁘게 찍는게 쉽지 않다. 다행히 날은 쨍한데.
딸기의 피라마을과 이아마을 파란 돔 비교 컷.. 흠. 종일 이아마을 돌아다녔지만 피라마을이 더 예쁜 곳도 많다.
사실 하늘과 바다, 돔까지.. 이 파랑들이 그림 같다. 인정.
차가 다니지 않아서 더 예쁜 이 마을은 무거운 짐을 직접 나르고, 햇볕 쨍한 날에 하얀 페인트 칠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지킨다.
아테네보다 물가 비싼 산토리니에서, 그것도 가장 비싼 이아 마을에서 점심. 연이 쐈다. 컨디션 회복 기념. 그가 아프지 않아서 진짜 좋았다.
피라마을엔 없지만, 이아마을엔 해변이 있다고 했다. 어찌저찌 갔다. 산토리니 에게해에서 물놀이를 하다니. 매우 즐거워보이지만 무지무지 거센 파도에 몸을 가누지 못한채 계속 자빠졌고, 모래해변이 아니라 돌해변이라 힘들었다... 만, 아이처럼 실컷 웃고 놀았으니 됐다. 샌들이 벗겨지려고 해서 윗쪽으로 던진다는게 실패.. 파도에 휩쓸려 갈뻔한 내 샌들을 한짝씩 구해준 연과 딸기에게 감사....
갈 때는 고작 20여분 거리에 30유로 택시. 바가지인거 아는데 수요 공급 탓에 어쩔 수 없다. 코로나 이후 산토리니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택시 공급이 부족하다. 부르는게 값인데,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아 포기하고 냉큼 탔다. 알고보니 기다리면 되는거였다. 돌아올 때는 인당 1.6유로 버스. 피라 숙박객이라 그런지 피라 바다에 더 마음이 간다.
셋이서 숙소 자쿠지에서 놀았다. 따뜻한 물에서 차가운 화이트 와인을 마시면서 놀았다. 이게 얼마나 유쾌한 호사였는지, 사진을 남기지 못했지만 기록은 남긴다. 이 여행엔 기억해야 할 순간들이 너무 많은게 문제다. 사들고 온 양고기 수블라키와 케밥으로 저녁..
이아마을 선셋이 유명하다지만, 숙소 선셋이면 충분했다...연이 애써 잡은 숙소답게 끝내준다. 매 순간 색깔이 바뀌면서 해는 빠르게 잠겼다.
어느새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들었고... (넘 빤한 표현인데 달리 뭐라ㅠ)
해가 완전히 저문 다음엔 무지개처럼 색깔이 퍼졌다. 저무는 건 슬픈거구나.. 괜한 감상에 빠지기도 했지만, 너무 아름답잖아.. 아름다움에 새삼스럽게 반응한다. 그것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나보다.
방에서 보는 일몰..
그리고, 10시부터 1시 가까이.. 빈과 우리는 줌 미팅으로 와인을 마셨다. 우리와 베네치아에서 헤어진지 일주일만에 독일 에센,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영국 맨체스터로 간 그는 산업혁명의 자취를 얘기해줬다.. 이게 또 어마어마한 얘기인데..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