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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27. 2023

꿈꾸는 스무 살

미야툰-41





회사에 입사하니 386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MS DOS 실행 명령어를 입력해서 새까만 화면에 단순한 회사 전산망에 접속했다. 대부분 회사 문서는 손으로 작성해 자료실에 보관했다. 우리나라 인터넷은 빠르게 변화하며 윈도우가 출시됐다. 종이 서류를 최대한 만들지 않도록 회사규정이 바뀌기 시작했고 회사 전산망도 업그레이드되었다.  내가 속한 부서는 자료를 많이 만들고 회의도 많이 주관하는 부서라 최신 컬러레이저 프린터기와 제본기 등이 들어왔다. 


회사를 다니며 회지를 만들어 전국 아마추어 만화 연합회 판매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처음 서울에 발을 들였을 때 설렘을 잊을 수 없다. 행사가 열리는 혜화역에 가기 위해 4호선 지하철을 탔는데도 서울에 온 게 믿기지 않았다. 칵테일 사랑을 부른 마로니에 가수 때문에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이 유명해졌는데 직접 가 본 공원은 너무 작고 볼품없어서 실망했다. 


판매전에는 많은 부스의 사람들이 디스플레이를 하며 부스를 꾸미고 있었는데 그 중 몇몇 부스는 회지 표지를 컬러로 만들어 많은 참가자의 부러움을 샀다. 점점 표지와 팬시를 컬러로 제작하는 동호회가 늘어갔다. 화려한 팬시는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 시대에 발맞추어 우리도 컬러팬시를 만들어야 겠다! 열의가 불타올랐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있잖아, 아니 우리 사무실이 있잖아.


모두 퇴근한 토요일 오후에 회원들은 공공칠 작전을 하듯 소리 소문없이 사무실로 침투했다. 그리고 열심히 컬러 프린트기를 돌려 수첩과 책갈피를 만들었다. 일사분란하게 일을 분담해 수작업으로 오리고 붙이고 완성할 찰나에 사무실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온 차장님! 하필이면 근처에서 회의를 하고 저녁까지 드시다 건물 4층에 희미한 불빛이 있어 불을 안 끄고 간 줄 알고 올라오신 거였다. 다행히 혼내진 않으셨지만 죄송하고 민망했다. (앞으로는 정식으로 허락받고 사용하겠습니다.) 이런저런 해프닝을 남기며  서울 혜화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판매전에서 우리의 화려한 팬시는 인기를 끌었고 회지도 완판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스무 살은 꽃같이 예쁘고 저돌적이다. 고민도 한가득이지만 뭐든 걸 다 아는 어른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안개를 걷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풋풋한 나이이기도 하다. 꿈꾸던 스무살, 그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 고맙고 그립다.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인스타툰 #미야툰 #일상툰 #공감툰 #가족툰

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성장툰 #육아



<미야툰 그림일기>

14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66

15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https://brunch.co.kr/@miyatoon/167

16화: 일찍 데뷔해서 다행이야 https://brunch.co.kr/@miyatoon/162

17화: 웹툰을 정독하라! https://brunch.co.kr/@miyatoon/160/write

18화: 웹툰작가를 꿈꾸는 너에게 https://brunch.co.kr/@miyatoon/174

19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1 https://brunch.co.kr/@miyatoon/159/write

20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2 https://brunch.co.kr/@miyatoon/175

21화: 만화남매 & 현실남매  https://brunch.co.kr/@miyatoon/163

22화: 세대교체를 대하는 자세 https://brunch.co.kr/@miyatoon/164

23화: 사춘기의 특징 https://brunch.co.kr/@miyatoon/168

24화: 엄마, 그거 어딨어? https://brunch.co.kr/@miyatoon/165

25화: 남편의 고등어 추어탕 https://brunch.co.kr/@miyatoon/170

26화: 내 별명은 블랙홀 https://brunch.co.kr/@miyatoon/169

27화: 고양이손 훈련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71

28화: 내가 주고 싶은 문화유산은... https://brunch.co.kr/@miyatoon/172

29화: 왕년의 실력 https://brunch.co.kr/@miyatoon/176

30화: 운동과 모유수유, 가슴의 관계는? https://brunch.co.kr/@miyatoon/177

31화: 부부간 호칭의 부작용 https://brunch.co.kr/@miyatoon/178

32화: 사춘기의 바다 https://brunch.co.kr/@miyatoon/179

33화: 꼬꼬마맘님들 힘내요 https://brunch.co.kr/@miyatoon/101

34화: 시시한 행복 https://brunch.co.kr/@miyatoon/182
35 화: 나의 만화 입문기-1 https://brunch.co.kr/@miyatoon/183#comment

36화: 나의 만화 입문기-2 https://brunch.co.kr/@miyatoon/184

37화: 나의 만화 입문기-3 https://brunch.co.kr/@miyatoon/185

38화: 꽃같은 스무살  https://brunch.co.kr/@miyatoon/186

39화 저돌적 스무살 https://brunch.co.kr/@miyatoon/187/write  

40화: 응답하라 7080 https://brunch.co.kr/@miyatoon/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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