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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Feb 24. 2020

다시는 인터넷으로 구두를 사지 않겠다

HANDAL_24DAY

학교에서 행사를 하는데 의상코드가 "레드"였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처음 참석해보는 행사라서 정말 빨간 것 없이는 입장이라도 안 되는 줄 알았다. 딱히 레드가 뭐가 없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그렇게 알고리즘들이 발달되었는지 내가 고민하고, 관심 있어하는 것들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추천 영상과 광고로 뜨곤 한다. 처음 보는 브랜드였는데 평도 괜찮고, 게다가 가격은 더더더 괜찮았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인 것을 관가 하고 말았다. 한동안 인터넷으로 쇼핑을 안 해서 감이 떨어진 건지 무려 구두 3켤레가 30,000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무료 배송이고말이다. 상품평을 믿고 주문을 했고, 집에 박스나 재활용품이 쌓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즉시 구두는 신발장에 진열해놓고, 상자는 접어서 분리수거를 했다. 미래의 일도 모른 채 말이다.



상담있는 날을 제외하고 평소에 혼자 공부를 할 때나, 집 앞에 스타벅스를 갈 때는 당연히 엄청 편한 복장으로 다닌다. 아무도 안 만나는 날은 모자만 쓰고 나가기도 하고, 동네에만 머물 때는 당연히 화장도 스킵한다. 과감하게 학교 행사를 핑계 삼아서 빨간색 구두, 흰색 구두, 검은색 구두를 마련해서 빨간색을 드디어 개시를 했다. 집 현관에서 잠깐 신어봤을 뿐 걸어볼 일이 없었는데 외출하자마자 느낌이 쎄 했다. 평소에 신는 치수로 주문을 했지만 크게 나온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급하게 다이소를 찾았다. 혹시라도 구두 사이즈가 컸을 때 사용하는 깔창과 뒤꿈치 패드 등을 3,000원어치를 샀는데 해결이 되지 않았다.



잠깐 서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걸을 때마다 곤욕이었다. 패드를 붙였는데도 헐떡거렸고, 발이 너무 아팠다. 맘 같아서는 정말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었다. 새벽에 귀가하는 시간까지 하루 종일 그 빨간 구두를 신은 덕분에 다음 날은 발이 아파서 생고생을 했고, 나머지 2개를 반품하려고 하니 무료배송으로 보내준 것을 토해내라고 한다. 어차피 환불이 아니라 교환을 한다고 해도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므로 신고 싶은 마음도 없고, 믿어지지도 않았기에 환불을 감행했다. 



3만 원으로 3켤레의 구두를 득템 했다고 좋아라 했는데 결론은 왕복 택배비 5,000원을 제외한 15,000원을 환불받았으나 다이소에서 3,000원을 썼으므로 총 18,000원의 손해를 본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빨간 구두는 신발 장안에 있기는 하지만 다시 신을 일은 없기에 조만간 정리가 되지 않겠나 싶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 아깝다. 그렇게 버려지는 재료들이 다 쓰레기로 돌아가고 엄한 돈은 날아갔으니 말이다. 



가뜩이나 평발 때문에 발이 불편한 나인데 어설프게 인터넷으로 구두를 구입해서 고생만 하고 돈만 날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는 인터넷으로 신발을 구입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 물론 운동화는 제외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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