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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Oct 12. 2023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Emotions 24. 영광 gloria


영광 (gloria)은 
우리가 타인이 칭찬할 거라고 상상하는
우리 자신의 어떤 행동의 관념을 동반하는 기쁨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영광> 모든 이의 선망으로 타오르는 위엄

내가 한 어떤 행동으로 인해 타인의 칭찬을 들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영광이다. 물론 우리의 행동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희소한 행동어야 할 것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우리의 행동은 타인들로부터 찬양을 받을 수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60


 도서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인물

남극점으로 향한 아문센과 스콧


 영화

에이트 빌로우 (Eight Below)


 음악 & 뮤직비디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_박정현 (원곡 조용필)

Moment of Peace_Gregorian

Glory_The Score

Gloria_나얼 (원곡자 Enchantment)



영광은 '빛나고 아름다운 영예'를 의미한다. gloria는 '영광, 명성, 영예'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라는 말을 할 때는 명성이 높거나 명망이 높은 분, 혹은 겸양의 인사로 '영광'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기쁨의 감정을 담고 있지만 '환희'와 '영광'은 결이 조금 다른 말임을 알 수 있다. '환희'는 기대 이상의 기쁨으로 감정에 더 충실한 느낌이고, '영광'은 존경이 담겨있다. 





스피노자의 정의에서 '타인이 칭찬할 거라고 상상한 관념'이란 인정과 존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정과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그러면서도 희소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강신주 철학자의 생각인 것 같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헤밍웨이에게 노벨상을 안겨 주었던 걸작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e>는 영광의 뒤안길에서 한 번만이라도 다시 그 영광을 되찾고 싶었던 어느 늙은 어부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서글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p260

희소한 것이 희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나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은 노인의 말대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인한 불굴의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 청새치와의 사투는 매 순간순간이 위기였지만 또한 희망이기도 했다. 고기는 매번 노인에게 한계를 주고 그것을 넘어서도록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마침내 노인은 영광을 되찾게 된다. 그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 데 성공했으니까. p263

<강신주의 감정수업>



아바나에서 비치는 붉은 불빛이 좀 보였으면 좋겠는데,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바라는 게 너무 많아.
하지만 당장 바라는 건 그 불빛이야.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청새치와 사투를 벌인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청새치를 잡긴 잡았으되, 크기가 너무 커서 배 옆에 매달고 오게 되는데,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에게 뜯기고 만다. 노쇠한 할아버지에게 상처 뿐인 영광이었지만, 불빛이 보이는 마을로 돌아와 소년으로부터 원했던 찬탄을 받는다. 그리고 잠이 들어 사자 꿈을 꾼다. 책에 나오는 표현처럼 '인간이란 파멸당할지언정 패배하지 않'기에, 그저 멀리 나간 것 뿐'이기에.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이라는 가사는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가왕 조용필이 원곡자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가수 박정현이 커버해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져 영광스러운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_박정현 (원곡 조용필)


[Verse1]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Chorus]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Verse 2]

너를 보낼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손에 익은 물건들

편히 잘 수 있는 곳

숨고 싶어 헤매던 세월을 딛고서

넌 무얼 느껴왔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Chorus] 반복

[Chorus]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말했으면



실화를 떠올려 보면 남극점에 도달한 아문센과 스콧 이야기가 바로 이 영광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스토리를 가졌다.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얄 아문센과 영국의 로버트 스콧은 남극에 도달하는 방식도 달랐고, 그 결과도 달랐다. 



썰매 개와 조랑말의 대결이었고, 남극 탐험 준비와 전략으로 더 적합하게 움직였던 아문센이 먼저 남극점에 도달해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스콧의 탐험대 역시 뒤이어 도달하긴 했지만, 굳은 의지는 남극에서 돌아올 수 없었다.



남극의 상황이 얼마나 혹독한지 8마리 썰매개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에이트 빌로우 Eight Below>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인간보다 더욱 강했던 썰매개들의 용기와 의지, 동료애 등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영화 <에이트 빌로우> 예고편




미국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는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탐사대원 제리 쉐퍼드(폴워커분),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남극탐사에 나선다. 잘 숙련된 8마리의 썰매개들 덕분에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비스와 제리는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부상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된다. 꼭..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생존이 불가능한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은 제리의 약속을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악천후 속에서…. 그렇게 175일이 지난다. 한편, 그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제리는 자신의 일부였던 썰매개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에이트 빌로우 Eight Below> 영화 소개



Moment Of Peace_Gregorian




라캉(Jacques Lacan)의 말대로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다.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이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 여기서 해묵은 경제학 원리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희소성의 원리(Principle if scarcity)가 그것이다. 다이아몬드가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희소한 광물이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58


미국 피어리가 북극점에 가장 먼저 국기를 꽂았기에 노르웨이와 영국은 남극점으로 눈을 돌렸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희소한 가치였기 때문이다. 국익과 국위 선양에 있어 상징성이 있었고, 명예의 전당과도 같았다. 이러한 영광을 위한 국가간 경쟁은 희생을 낳기도 한 것이다. 타 국가가 욕망하는 것을 먼저 정복하려 했듯, 우리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함으로써 영광을 얻으려 하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영광'의 이면에 이러한 심리를 너무도 잘 표현한 곡이 바로 The Score의 'Glory'다. 영상이 놀라우리만치 노래와 잘 어울리게 편집되었는데, 다소 매운 맛이기에 불편하실 분들을 위해 순한 맛으로 The Score의 오디오 버전도 함께 올려 본다. 음악은 영광의 그 순간을 만끽하는 화려함이 있고 가사는 영광의 씁쓸한 뒷맛까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이다.



Glory_The Score



Glory_the Score 오디오 버전



Enchantment의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한 나얼의 "Gloria'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뮤직비디오 영상도 무척 아름답다. 좋은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는 행복해진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반응한다. 영광을 얻기 위해 멍에를 짊어진 영웅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초인이 아니어도 살아갈만한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는 눈과 아름답게 듣는 귀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삶의 입장에서는 영광스럽다. 



삶이여,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Gloria_나얼

Gloria

My Gloria

Things ain’t been the same

Since you went away

Gloria

My Gloria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It seems like

Only yesterday

I beheld your sweet face

And In my lonely room

My memories of your embrace

Gloria

My Gloria

Things ain’t been the same

Since you went away

Gloria

My Gloria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Isn’t it funny

How time can change

All the things you want to believe

But time won’t change

The way I feel

Cause in my mind

It’s you and me

You and me

Gloria

My Gloria

Things ain’t been the same

Since you went away

I just can’t go on

Gloria

My Gloria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So lonely girl

Isn’t it funny

How time can change

All the things you want to believe

But time won’t change

The way I feel

Cause in my mind

It’s still you and me

You and me

Gloria

My Gloria

Things ain’t been the same

Since you went away

I just can’t go on

Gloria

My Gloria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Without your lover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It’s a real sad thing

But I don’t want to see

Without your lover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It’s gonna hurt me

But I don’t want to see

another day

I just think no way

No longer

Another day

I don’t want to see

I just can’t let her be

I still love

I don’t want to see

Can’t you hear me

Another day

I don’t want to see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 지난 포스팅

https://brunch.co.kr/@serendipityscon/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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