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오늘을 살아가며

by 연은미 작가


엄마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엄마,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던 단어, 많이 아팠던 단어, 그리웠던 단어, 그리운 만큼 미웠던 단어.


아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빠,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 텃밭. 막걸리, 사람 좋은 눈과 미소를 가진 세상 법 없이도 살 사람, 평생 외롭고 불쌍한 사람, 답답하고 우유부단한 사람.




글쓰기 단톡방에서 100일 질문으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몇 개의 주제어에 신나게 글을 쓰다 위 주제어를 받고 머리가 아득해졌다. 몇 줄 쓰다가 임시 저장을 눌렀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에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을 간단하게 쓸 수가 없었다. 남들은 부모에게 사랑받았던 좋았던 추억을 쓰는데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구구절절 속풀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느 선까지 글로 써야 할까? 며칠에 걸쳐 주절주절 쓰다 보니 역시나 한풀이를 하고 있어서 미완성으로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몇 달 묵힌 글을 다시 꺼냈다. 한 번은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야겠다 생각했다. 무엇부터 써야 할까 고민하다 엄마 이야기부터 출발했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을 인터뷰했다. 생각보다 엄마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게는 엄마지만 한 여자의 일생이 보였다. 그리고 내 마음을 꺼내고 싶었다. 이해를 한다고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많은 일들이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엄마의 공백을 새엄마가 채우면서 집은 더욱 엉망이 되었다. 초등 3학년 때 이사한 반구동에서부터 스무 살이 되기까지 집에서의 기억은 통으로 싹둑 잘라버리고 싶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나의 집은 노랫말에서, 그림책 속에서만 존재했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나는 행복한 우리 집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지점에서 자꾸만 걸리기 시작했다. 별 것 아닌데 과하게 화가 나기도 하고 감정에 못 이겨 미친년처럼 소리를 지를 때도 있었다. 아이가 놀라서 울고 나도 울었다. 왜 화가 날까? 왜 억울할까? 그때마다 육아서, 심리서를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왔지만 어린 내가 아직 외롭게 아파 웅크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아이를 안고 밖으로 데리고 나와야 한다 생각했지만 바쁜 현실 육아에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을 글로 써보라는 조언에 조금 쓰다 말기를 여러 번이었다.

육아뿐만 아니라 소심하고 자신 없는 태도, 눈치 보고 갈등을 피하는 내 모습을 확인할 때 스스로가 답답하고 화가 났다. 진정 여기서 한 발 나아가고 싶었다. 부모를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내가 그 안에서 어떤 생각과 상처를 받았는지 드러내고 싶었다.

부모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서운하고 아팠던 것도 풀고 그다음 스텝을 밟아 나아가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원망에서 놓여나 가볍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였다. 그 에너지를 힘찬 내일을 위해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냥 일기 쓰듯, 넋두리하듯 쓰고 싶지 않아 최대한 객관적인 대상으로 쓰려고 했다. 그렇게 엄마를 1인칭으로 <엄마의 이름>을 쓰고 <기억 속 내 이야기>로 넘어오면서 아빠 이야기까지 썼다. 쉽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였는데 신기하게도 글이 쌓일수록 무거웠던 마음은 가벼워지고 흩어져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을 모을 수 있었다.


두 분의 양육 속에서 아팠지만 확신하는 건 두 분 다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확실히 알 수 있다. 당신들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안다.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미성숙해서 상처를 줬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이 컸을 때 어떤 상처가 남을지 모른다. 훗날 '엄마, 나 그때 상처받고 힘들었어.' 말하면 변명보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앞으로 미안한 마음을 최대한 남기지 않기 위해 마음을 표현하면서 살고 싶다.


평범하기가 가장 어려운 게 인생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부모의 좋은 면뿐 아니라 부족한 면까지 자신의 뿌리를 있는 그대로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정리하고 내 이야기도 모아 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할머니가 엄마가 이렇게 살았다고, 부족하지만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엄마의 이름>

1.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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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영웅 영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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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영숙이는 선생님 시킬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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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랭이는 뭐 하나 저 간나 안 물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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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와야 국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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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뽕 따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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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의 집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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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진모 엄마는 키가 시집가서 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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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내 살림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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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시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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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두운 터널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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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내 이야기>

1. 맨드라미는 소환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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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칸방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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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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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학년에 겪은 찐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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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해줄 수 없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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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엄마의 공백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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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특명! 탈출하고 멀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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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엄마의 이름 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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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며>

1.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https://brunch.co.kr/@miyatoon/80

2. 아빠와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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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마음

https://brunch.co.kr/@miyatoon/85

4. 부모와 쿨트러스트 관계 맺기

https://brunch.co.kr/@miyatoon/150

5. 6년 만에 다시 찾은 아빠의 공간

https://brunch.co.kr/@miyatoon/223

6. 바람 같은 날을 살다 보니

https://brunch.co.kr/@miyatoon/50

7. 마주 보고 놓아주기

https://brunch.co.kr/@miyat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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