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부터 5월6일까지 1주일 동안 총 27개의 임시 노트(fleeting notes)가 만들어졌다.
내가 세운 규칙은 간단하다.
매일 오전 1시간에서 2시간쯤 적어도 1개 이상 글(메모)을 쓴다. 주제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로 정한다. 우연히 본 정보글이든 리뷰든 크리틱이든 일단 마음가는대로 쓴다. 가급적 하나의 노트에 30분 이상은 쏟지 않는다. 여러 글감을 섞지 않는다. 모든 글에 인덱스 페이지 링크를 건다.
그리고 하나 더. 공개된 공간에 글을 남기되, 정식으로 쓰는 글이 아닌 '임시 노트'라는 점을, 잘 쳐줘야 '초고'에 불과하다는 점을 스스로 받아들인다. 이 기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은 폭주하려는 손가락에 제동을 거는 것이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메모와 글은 성격도, 목적도 다를 수밖에 없다. 메모를 글로 착각한 손가락들이 움찔거릴 때마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써라"(레이 브래드버리) 따위의 말들로 진정시켜야 했다.
'아, 나는 역시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구나.' 메모 리스트가 쌓여가는 동안 내 평소 관심사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대충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듯 뚜렷한 결과물로 나오니 신기할 따름이다. 뜻밖의 수확처럼 느껴졌다.
메모마다 공들여 인덱스 페이지 링크를 걸었던 까닭은 '그룹화'를 위해서였다. 제텔카스텐의 핵심은 '연결'에 있다. 질서 없는 연결이 아니다. 비슷한 메모들을 한데 모아 큰 덩어리를 만드는 것, 즉 '물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규칙은 없다. 마음이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비슷한 메모들끼리 묶은 뒤, 마음대로 이름을 붙여놓으면 그만이다. 범주가 애매한 경우에도 마음 내키는 쪽으로 옮기면 된다.
bottom-up 방식으로 느슨하게 묶으니 총 7개 카테고리가 나왔다. 저널리즘, 사회문화, 예술, 인사이트, 개발&데이터, 제텔카스텐&글쓰기, 인용구. 여기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