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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Sep 29. 2015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책> 읽기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27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한 육아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소싯적 버킷 리스트 적듯 <둘다 리스트>란 이름을 붙여 하고 싶은 열 가지를 적어내려갔다. (둘다 리스트 링크) '책읽기'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설레며 적은 한 줄은 아니었다. 신년이나 방학 계획을 세울 때 의무감에 '독서'를 적어넣곤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의 책은 참 재미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상중 아저씨는 흐름에 반전을 줄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의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에게 읽어 주려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 책장을 넘겼다. 아이는 그런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다 삐져서 다른 장난감을 찾아 나서곤 했다. 침 묻혀 한 장 한 장 넘기는 책의 즐거움을 참 오랜만에 느꼈다. 키득키득 웃었다. 말없이 웃었다. 아이에게 백 번, 천 번 읽어주마 다짐했다. 빌리고 물려받고 사서 읽은 아이의 책은 어림잡아 수십 권. 남편에게 물었다. 


"애 책 중에서 뭐가 제일 좋았어?"


그는 망설이지 않고 책 하나를 이야기했다. 나와 같았다. 



부족해도, 뒤쳐져도, 더뎌도

<괜찮아>


최숙희 작가의 <괜찮아>였다.



개미는 작아. 괜찮아!
영차영차 나는 힘이 세.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
괜찮아! 뾰족뾰족 나는 무섭지 않아.

뱀은 다리가 없어.
괜찮아! 사사사삭 나는 어디든 잘 기어가.

타조는 못 날아.
괜찮아! 다다다다 나는 빨리 달려. 

기린은 목이 너무 길어.
괜찮아! 길쭉길쭉 나는 높이 닿아. 

그럼 너는?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 



우리는 '괜찮아' 이 한마디가 참 그리웠던 모양이다.



"열심히 해서 괜찮아."

나를 울렸던 한 엄마의 한마디


책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3년 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오래 두고 보려 캡처해뒀던 그 장면. 


한 여성이 오디션에 참가했다. 열창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의 혹평을 받고 탈락했다. 무대 뒤에서 풀죽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엄마. 두 팔 벌려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입을 열어 딸을 위로했다. 나는 내심 이런 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


하지만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열심히 했으니 괜찮아."


예상치 못한 엄마의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딸은 엄마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 잘나지 않아도, 앞서지 않아도 충분히 박수받고 자랐다는 것을 그녀의 미소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이의 최고가 아닌 최선에 박수치는 엄마가 될 거라 다짐했다. 언젠가 내 딸이 넘어지고 상심했을 때 이 엄마처럼 안아주고 싶다. 딸이 그녀처럼 웃고 있다면 좋겠다. 




앗. <괜찮아>의

작가가 표절을 했단다.


그런데 말이다. <괜찮아>의 최숙희 작가가 표절을 인정했다는 기사가 났다. 최고의 동화책 작가인 그녀의 표절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작가는 표절을 인정했다. 해선 안될 실수였다고, 오랫동안 가슴에 납덩이를 올리고 살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순간 <괜찮아> 맨 마지막 장에 적힌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믿으며,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난 최숙희 작가의 진심을 믿는다. 그녀가 누군가의 그림을 베꼈을 지언정 책 군데군데 녹아있는 진심은 그녀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진심을 믿는 이들에게 사는 내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괜찮아~ 나는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을 수 있어!"





자,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책 읽기"

<둘다 리스트> 여섯 번째 미션 성공 :)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1. “미안해 그리고 미안해” feat. 엉망 엄마

#2. 그래, 엄마에겐 ‘곤조’가 있어야 한다.

#3. 엄마는 희생해야만 하는걸까?

#4. 육아에도 기획이 필요하다.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

#6.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육아 <둘다 리스트 10가지>

#7. 육아에 훈수를 금합니다.

#8. 육아우울증 극복을 위한 Tip 5가지

#9. 워킹맘의 육아휴직 손익계산서

#10. 딸. '잘' 살 필요없어.

#11. 딸. 엄마를 필요로 해줘서 고마워.

#12. 딸. 엄마랑 사진찍자, 100장 찍자.

#13. 딸. 엄마랑 커플룩입어볼까?

#14. 딸. 엄마가 우리 딸 맘을 몰랐네.

#15. 딸. 아빠는 도와주는 게 아냐.

#16. 딸. 맘충이라고 들어봤니.

#17. 딸.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이라면 말야.

#18. 딸. 문제는 전업맘일까?

#19.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아지트> 만들기

#20. 딸.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건 아냐.

#21.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친구> 사귀기

#22.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커플룩> 입기

#23. 딸. 엄마가 바라는 추석은 말야.

#24. 딸. 외동이면 외로울까?

#25.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춤>추기

#26.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여행> 떠나기

#27.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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