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아리다 Oct 15. 2023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겸손 (humilitas)이란 
인간이 자기의 무능과 약함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슬픔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겸손> 진정한 사랑을 위한 자기 희생

제대로 겸손의 감정을 느껴 보았던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겸손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던 해묵은 편견, 허영, 그리고 자만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색안경을 벗고 자신이나 세계, 그리고 타인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자신의 무능력과 약함을 직시할 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88


 도서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음악 & 뮤직비디오

Butterfly_전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OST part 12)

Everything_검정치마

Colors_스텔라 장





국어 사전에서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라고 정의한다. humilitas는 낮음, 얕음, 미천함 등의 뜻으로 여기서 파생된 영어 단어 humility도 겸손이고, modesty도 겸손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이 겸손이라고 배웠고, 우리에게 겸손은 미덕 중의 하나로 늘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과한 겸손은 교만으로 본다. 특히 카톨릭에서는 '신에게서 태어난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욕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겸손(謙遜)은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보다 뛰어난 자들이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자학이나 자기혐오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가톨릭 신학 측에서는 지나친 자기혐오 또한 교만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출처 나무위키


동양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남들과 마찰없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만, 서양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친다.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p59


리처드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 사회는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거나 '더 독특하다'하기 보다는 복잡한 인간 관계 속에서 화목을 유지하고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자기 비판(self-criticism)이 동양사회에서는 필수라고 보는데, 이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다른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방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일본의 학생들은 인간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반성을 하도록 교육받는다고 보았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자존감(self-esteem)을 심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에 관해 동양인들은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약한 인간인 요조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자기 파멸적인 언행을 하는 것 또한 지나친 겸손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익살이라는 말을 겸손으로 치환해도 될 것 같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밖에 안 되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위기 일발의 진땀나는 서비스였습니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p17-18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듯, 몽돌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아야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으니 위선과 기만의 가면을 쓴 사람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스스로에 대해 부정하거나 비하하는 것을 겸손으로 보는 잘못된 관행 때문에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 혹은 더 나은 나를 표현하기 보다는 그저 낮추고 낮추고 낮추기에 급급하다. 이런 이유로 스피노자 역시 겸손을 슬픔의 감정 영역에 넣은 것은 아닐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였던 전미도의 Butterfly는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봐'라고 한다. 동양의 미덕에 따라 너무 낮추고, 겸손한 나머지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알아 볼 수가 없다. 개인의 특별함이나 자존감보다 사회성을 더 중요시 하는 분위기 속에서 조금 더 나를 표현하고,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감이 곧 사회 전체의 자존감과도 연결될테니까.



Butterfly_전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OST part 12)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꺾여 버린 꽃처럼 아플 때도

쓰러진 나무처럼 초라해도

너를 믿어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어

심장의 소릴 느껴봐

힘겹게 접어 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지나친 겸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마저도 할 수 없다고 절망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자만심에서 절망으로 왔다 갔다 해야만 우리는 균형 잡힌 겸손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그럴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자신의 무능력과 약함도 알지만, 동시에 자신의 능력과 강함도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288



상대를 지나치게 치켜 세워서 스스로를 낮추는 것도, 또 자신을 너무 낮추어서 상대를 높이는 것도 좋은 겸손이 아니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에 가까운 태도로서의 겸손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끔은 관계 속에서 극단에 지나치게 치우친 겸손을 요구받기도 한다. 



우린 그 사람의 강점이나 좋아 보이는 면만 보고, 사랑한다거나 My everything이라고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검정치마의 'Everything'에서 '나 있는 그대로 받아 줄게요'라는 노랫말은 어쩌면 강점과 약점까지도 포용하는 'Everything'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Everything_검정치마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My everything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and everything

비가 내리는 날엔

우리 방 안에 누워

아무 말이 없고

감은 눈을 마주보면

모든 게 우리 거야

조금 핼쑥한 얼굴로

날 찾아올 때도

가끔 발칙한 얘기로

날 놀랠킬 때도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My everything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and everything

넌 내 모든 거야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넌 내 모든 거야

나 있는 그대로

받아 줄게요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남이냐'는 말에 '남'이라고 말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이도저도 아닌 관계에 끌려다니지는 않는지. 겸손은 관계 속에서 미덕인 건 확실하다.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각자의 존엄이다. 존엄의 바탕 위에서 우리는 겸손을 겸손답게 할 수 있다. 



상대에게 겸손을 요구하는 사람은 상대의 존엄함을 먼저 존중하고, 겸손하려 하는 사람은 자신의 특별함을 먼저 인식한 후 겸손하자 ! 그것이 바로 진정한 겸손, 중용의 겸손 아닐까 :) 



Colors_스텔라장

What’s your color

I wanna know

What’s your color

I wanna know

What’s your color

I wanna know

I wanna know

I wanna know

I wanna know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

I could be every color you like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

I could be every color you like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

I could be every color you like

What’s your color

I wanna know

What’s your color

I wanna know

What’s your color

I wanna know

I wanna know

I wanna know

I wanna know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

I could be every color you like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

I could be every color you like

I could be red

or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

or I could be purple

I could be green

or pink or black or white

I could be every color you like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 지난 포스팅


매거진의 이전글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