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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Jun 22. 2018

대기업 입사가
인생의 최종 목표인 나라

없어질 직업에 등 떠미는 교육

“공부 열심히 해서 명문대 가라! SKY에 가면 인생이 풀린다!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두 명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명은 서울대 출신, 한 명은 이름 없는 대학교. 네가 면접관이면 누굴 뽑겠냐? 사업을 하고 싶어도 SKY를 가고, 운동을 하고 싶어도 SKY, 음악을 하고 싶어도 SKY에 가라. 네가 나온 대학의 이름에 따라서 인생이 결정된다. 사실 명문대 아무것도 없다. 지방대 애들이랑 똑같이 1, 2학년 다 같이 자빠져 논다. 근데 명문대 다니면 뭐가 좋은지 아냐? 1, 2학년 때 맘 편히 놀 수 있다. 지방대 애들? 걔네도 놀지, 근데 쫄리면서 놀아. 왜? 미래가 안 보이거든. 선생님이 서울대 나와서 가장 좋았던 게 뭔지 아냐? 사회에 나오니까 끌어주는 선배들이 있다는 거다. 무조건 닥치고 공부 열심히 해라. 지금이 너의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


 요즘도 학교나 학원에서 이와 같은 말을 동기부여랍시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 세대들은 저런 말을 학교나 학원 등 온갖 군데에서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교육열이 센 강남 8 학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이보다 더 심한 얘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생 땐 저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모두가 저렇게 말했으니 말이다. 대학에 와서도 저 진리는 깨지지 않았다. 교수님들이 칭찬하는 선배들이란 다 S전자, L그룹, H계열사에 입사한 선배들이었고, 그런 선배들이 홈커밍데이에 와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스펙들이 도움이 되는지를 얘기해줬으니 말이다. 지방대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도 같은 소리를 한다. “내가 진짜 후회하는 건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거다. 회사 가면 다 대학 선배들이 있는데... 우리 학교에서 입사한 사람은 나 혼자라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 게 회사 다니면서 좀 서럽다” 이름 없는 대학교의 교수님들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서울에 대학 다니는 애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아냐? 너네처럼 놀 시간이 있는 줄 아냐. 공부 좀 해라!” 


 아직 덜 살아봐서일까? 선생님이나 교수님들이 하는 동기부여가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서울대를 나와도 취직이 안 되는 판에 이름 없는 대학교 나와서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됐으니 맞는 말인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선생님, 교수님들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안타깝고, 씁쓸한 점은 하나 있다. 어째서 대기업 입사가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된 나라가 되었는지 말이다. 안타깝지 않나? 이 나라에서 교육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동기부여한다는 말이 고작 ‘대기업 취직해라!’라는 게. 그렇다고 지금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폄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를 사는 청년으로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입사했는지 잘 안다. 다만 내가 분노하는 것은 대한민국 교육의 최종 목표가 어쩌다 ‘대기업 취직’이 됐냐는 것이다. 


 산업이 전환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군다나 자기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있다면 그걸로 밥벌이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누가 먹방(먹는 방송)으로 한 달에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어렸을 때 어른들은 게임을 많이 하면 “게임 많이 하면 머리 나빠져,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고 나무랐지만 지금은 앉아서 게임만 해도 돈이 벌리는 시대가 됐다. 밴쯔(먹방), 대도서관(게임방송), 이사배(뷰티방송)를 비롯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등장은 자기만의 고유 콘텐츠가 있다면 그게 곧 직업이 되고, 그게 곧 수입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는 때려치우고 유튜브 방송이나 시작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국영수사과 모든 과목에서 굳이 1등급을 받지 않아도, 내가 흥미 있는 분야만 집중적으로 공부해도, 내가 잘 하는 일에만 집중해도 얼마든지 직업화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과거엔 불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구해야 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일이 곧 직업이 되는 시대가 됐다.


 나만의 콘텐츠가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나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결국 또다시 교육제도의 연장선이다. 무작정 지식을 머릿속에 쑤셔 넣고, 오직 암기만이 전부인 대한민국 교육에서 학생들은 자신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도, 탐색할 시간도 없다. 대한민국 교실에서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이고, 대학을 간다면 어떤 전공을, 대학을 안 간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다’라는 명확한 진로를 갖은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말하면 그런 학생은 거의 없다. 책을 읽고 싶거나, 여행을 가고 싶거나,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그런 건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는다.”며 책상에 앉을 것을 강요하고,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그저 점수 맞춰 대학에 간다. 하루가 빠르게 인간의 노동력은 로봇이 대체해 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대기업 회사원을 인생의 목표로 강요하는 교육이 씁쓸하고 답답하다.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내 동생들은 오늘도 하루에 15시간씩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이번 매거진은 출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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