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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13. 2023

근로시간이 곧 업무성과라는 착각에서 탈출하기

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바쁨 중독을 경계하라>는 두 명의 편집장이 언급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부제가 인상적이라 제 글의 제목으로 채택합니다.

근로시간이 곧 업무성과라는 착각에서 탈출하기


왜 우리는 바쁨을 찬양하는가

저자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바쁨'은 이제 신분의 상장이 됐다. 우리 사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은 결과물의 수준과는 관계없이 '도덕적으로 찬양'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노력 정당화라 명명한 현상은 제가 가까운 지인들에게서 늘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자 패턴인 듯합니다.

유명한 사회심리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일에 많은 수고를 들이면 들일수록 그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긴다. 이를 가리켜 ‘노력 정당화effort justification’라고 한다. 심지어 그 일이 무의미할 때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더불어 스스로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고 나서 반성할 때, 제 안에서 '노력 정당화'를 하려는 본능을 단호히 잘라내었던 기억도 분명히 있습니다.

핀테크 기업인 어피니페이Affinipay 의 CEO 드루 암스트롱Dru Armstrong은 "확실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없는 조직을 보면 직원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끝없이 일을 만듭니다." <중략>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바쁘다고? 대체 뭘 하고 있는데?’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 것이죠”라고 지적했다.

위 문구를 볼 때 두 가지 생각이 순차적으로 떠올랐습니다. 문제 정의란 관점에서는 '비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루의 '바쁘다고? 대체 뭘 하고 있는데?'라는 말은 제 머릿속에서 이렇게 자동 변환되었습니다.

리더가 비전을 구성원들이 알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없다


더불어 드루에게 동조하는 관점으로는 사람들은 놀랍도록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주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거나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되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 그 영향으로 동료들이나 심지어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당장 오늘만 해도 협력 업체에서 저에게 목적이 불분명한 설문을 작성해서 엑셀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맥에서 돌아가지도 않는 함수가 들어 있어서 불편한 감정과 생각에 잠시 갇혔던 소모적인 순간을 겪었습니다.

출처: 사진작가 펠레 카스의 작품

기존 경로를 뒤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일한 것만으로 보상할 게 아니라 실적에 따라 보상한다

회사 차원에서 ‘딥 워크’ 환경을 조성하고 저부가가치 업무 퇴출 여부를 평가한다

일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강제한다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솔선수범한다

‘느슨함’을 제도로 만든다

우리 회사에 문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만, 맥락을 읽어서 우리 회사에 맞춰서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먼저 실적에 따른 보상에 대해 다뤄 보기로 하겠습니다. 역직구 서비스에 올인하던 때에는 실천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그 기틀을 마련해서 내년부터는 반드시 집행할 생각입니다. 측정에 대한 고민은 비단 보상에 국한해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상을 위해서는 프로덕트의 가치와 쓰임 그리고 기여에 대해 측정할 수 있어야 하니까 기본적으로 유관한 활동입니다.


저자의 글 중에서 와닿는 부분은 아래 문단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인풋과 아웃풋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상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게 좋다. 인풋을 고려하는 건 과감히 리스크를 짊어지고 혁신을 시도하도록 하기 위해서고, 아웃풋을 고려하는 건 전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일부나마 성과의 ‘질’을 반영해 보상한다면 단순히 바쁘게 일했는지 아닌지만 따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인풋과 아웃풋이 자극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계약이나 합의에서 다룰 변수가 효용성이 다르구나 깨닫습니다. 리스크가 큰 일에 대해서는 인풋을 기준으로 보상을 먼저 고려할 수 있고, 생산성이 중요할 때는 아웃풋을 고려해서 보상을 따져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일단, 보상 기준을 수립하지 못한 올해는 회사의 제1 목적 달성 여부를 '인풋'으로 다뤄 참여자들에게 균등 보상을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아웃풋' 기준의 보상은 이후에 따져 보아야 할 듯합니다.


'딥 워크' 환경 조성과 저부가가치 업무 퇴출

컴퓨터 과학자 칼 뉴포트Cal Newport는 막대한 인지능력을 소모하는 일에 고도의 집중력을 지속해서 발휘하는 것, 이른바 ‘딥 워크deep work’가 가능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 내용은 조만간 열릴 전사 회의에서 한 번 다뤄야 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과 노력을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말이죠. 먼저 '딥 워크'란 개념을 중심으로 제가 고민했던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북경 상주 근무자와 강남 상무 근무자가 생겼던 2017년 여름으로 돌아가서 사무실별로 각자 기준을 만들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걸 수용하면서 '관성에 따른 불안감'을 이겨낼 때 느낀 불편한 느낌들도 기억에 있습니다. 일부 동료들은 형평성이나 근무 태도로 다른 동료를 부정적으로 평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은 조직 관점에서 적응을 해온 대가가 지금도 장춘과 강남에 있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환경인 듯합니다. 지금은 한 발 더 나아가서 명동 출근자와 강남 출근자와 재택 근무자가 혼재되어 있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생겨나는 시점에는 아마도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 CEO에게 배우기>편에서 다룬 내용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저부가가치 업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잘 통제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답잖은 업무들(낮은 점수의 업무들)은 무엇인지를 특정하고 나면 관리자들은 이 업무를 아예 없앨 것인지 아니면 보다 효율적인 일로 대체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동료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도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방학이 있는 회사

안식월이 있는 회사는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제한 휴가제도를 채택한 회사들이 있다고 소개했더니 한 기업 간부가 우리 회사에서 무제한 휴가제를 도입하면 너도나도 휴가를 쓰고 영원히 복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을 보면 무제한으로 휴가를 쓸 수 있어도 오히려 휴가를 적게 쓰는 게 대다수이며 이런 관대한 휴가제를 도입한 회사와 소속 직원들은 이를 익히 잘 알고 있다.

'방학이 있는 회사'라고 명명하니 꽤나 낭만적으로 들립니다. 우리 회사가 현재는 낭만을 부릴 처지는 아니지만, 여유가 생겼다고 느끼지 전에 만들어 낼 여유의 형태 중에 하나로 고려할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초월적인 상태여야 삶의 의미를 찾고 전문 분야에서의 창의성을 키우며 나아가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을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성공하고 발전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뇌가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방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위 연구 결과는 지난 몇 년간 제 경험과도 비슷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리더의 솔선수범과 느슨함의 제도화

세 번째는 방법은 이미 2020년에 실행에 옮긴 바 있습니다.

가장 대담한 리더는 사무실 불을 밝히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자가 아니라 쉬는 모습을 보여줘 회사에 새로운 규범을 정착시키는 자다.

다만, 기사가 가정한 기성 기업의 변화라는 맥락과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 상황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방법에 대해서도 역시 동의합니다.

유명한 기업인이자 비즈니스 전략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느슨한 시스템이 보다 회복탄력적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다만, 느슨함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 CEO에게 배우기>편에서 다루었던 고민들이 추가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다음 인용구는 이와 맥락이 닿아 있기도 합니다.

유명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농구팀 감독 존 로버트 우든John Robert Wooden은 “무엇인가를 했다고 해서 성취했다고 착각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라고 일전에 말한 적이 있다.


지난 HBR 활용기사

1. 사분면 혹은 매트릭스 활용하기

2.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세계 경제>를 읽고

3. 스포츠 경기장에서 비즈니스로

4.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조직문화 구축 노하우

5. 가치와 믿음 그리고 가치정렬 프로세스

6. 기업의 열망을 구성원들에게 배양하기

7. 단절의 시대, 끊임없이 진화하라

8.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 세우기

9. 포뮬러원 감독에게 배우는 5가지 리더십 교훈

10. 좋은 후원자가 되는 법 활용

11. 옳고 그름보다는 상충관계로 보기

12. 전략과 원칙의 의미와 활용

13. 목적은 믿음의 차이를 극복하는 개념

14. 현명한 업무 설계를 돕기

15. 비허가형 기업 만들어가기

16. 작명에 대한 기록에서 보물을 발견하다

17. 위대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18. 가격 책정 패러다임을 확장하라

19.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 CEO에게 배우기

20.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21. 자동화는 생산성보다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2. 진격을 위한 비허가형 기업

23.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

24. 인간의 얼굴을 한 AI

25. 프랭크 게리가 기한과 예산을 맞추는 법

26. 항상 이기도록 도와주는 4가지 옵션

27. 협상의 자리에서 '하지만'을 들어내라

28. 직장에서의 뉴로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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