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30
소싯적 즐겨 적던 버킷리스트 마냥 '나도 아이도 행복한' <둘다 리스트> 10개를 적었다. 그 중 하나는 '그림 그리기'였다. 처음엔 아이와 내가 각자의 스케치북을 하나씩 잡고 슥슥삭삭 그림에 몰두하는 장면을 생각했다. 상상만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실제로 아이는 처음 쥔 색연필을 손에서 놓을 줄 몰랐다. 그 작은 손으로 하나 둘 색깔을 바꿔가며 색칠에 몰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케치북에는 금방 흥미를 잃은 거다. 옆에서 우아하게 컬러링북을 칠할 생각에 들떠 있던 나는 당황했다. 아이는 크레파스를 들고 벽과 소파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쫓아다니며 아이의 만행(!)을 만류하던 나는 이내 생각을 달리 먹었다. 스케치북이 좁고 재미없다면 그래, 니가 원하는 데다 마음껏 그려라. (그런데 벽이랑 소파는 말구 ......) 그렇게 아이와 나는 밖으로 나갔다. 내가 칠할 요량이던 고상한 컬러링북도 놓고 나갔다. 고사리 손으로 크레파스를 꼭 쥔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여유만으로 충분히 좋았다.
필요한 건 분필과 색연필, 그리고 엄마가 편히 앉아 있을 의자 하나.
난이도 ★★★★ 1회 지속 시간 10분
장점 | 아이의 체력 소모가 커서 낮잠을 길~게 자게 됨
단점 | 우둘투둘한 벽의 질감에 아이가 짜증을 낼 수 있음
난이도 ★★ 1회 지속 시간 20분
장점 | 가장 오랜 시간 집중 가능함
단점 | 그리다 말고 흙을 주워 먹기 시작할 수 있음
난이도 ★★★★★ 1회 지속 시간 5분
장점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종이컵 하나면 할 수 있음
단점 | 컵을 쥔 엄마의 손에 색연필이 묻을 가능성 농후함
난이도 ★★★ 1회 지속 시간 10분
장점 | 계단의 높이가 책상에 스케치북을 올린 것 마냥 편한 자세를 만들어줌
단점 | 분필이 계단 아래로 굴러갈 때마다 주워드려야 함
자,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둘다 리스트> 아홉 번째 미션 성공 :)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
#6.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육아 <둘다 리스트 10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