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31
"축하해! 어휴, 이제 고생문이 열렸네."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지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반응이었다. 앞서 엄마가 된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뱃속에 있을 때 부지런히 즐기라며, 아이가 태어나면 내 인생은 당분간 중단될 거라 단언했다. 과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 삶은 달라졌다.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어느 하나 예전같지 않았다. 이게 친구들이 말한 그 변화구나. 그런데 말이다. 그 변화엔 내가 듣도 보도 못한 행복도 있었다. 잠을 못 자 생긴 다크써클보다 아이때문에 웃어 생긴 눈가주름이 깊었다.
그 행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둘다 리스트> 10개를 적었다. 먼훗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눈물바람 하는 대신 "너 어렸을 때 엄마가 니 덕에 얼마나 행복했는데!"하며 신나게 웃어 제낄 '꺼리'를 모으고 싶었다.
아이와 마당을 꾸미고 커플룩을 입고, 그림을 그리고 집안일을 했다. 여행을 했고 친구도 사귀었으며 덩실덩실 춤도 추었다. <둘다 리스트> 덕에 한결 풍성해진 우리의 일상은 그야말로 금쪽 같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든 것이 얼마나 새로웠고 신기했으며 세상 모든 신에게 엎드려 절하고 싶을 만큼 감사했는지 낱낱이 기억하고 싶었다. <둘다 리스트> 마지막 줄은 그래서 '기록'이었다.
4,098장의 사진을 찍었다.
961개의 일기를 썼다.
31개의 블로그 포스트를 남겼다.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은 순간이 많다. 나는 잊을 지언정 사진이 그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의 일기와 포스팅엔 딸이 기억하지 못할 수많은 '첫 순간'이 담겨 있다.
우리가 얼마나 큰 행복을 함께 했는지, 오래 기억하고 싶다.
자, "엄마도 아이도 좋아하는 기록 남기기"
<둘다 리스트> 마지막 열 번째 미션 성공 :)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지난 글
#5. '요즘 계집애들은 애를 안 낳으려 한다'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