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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28. 2024

이 사건이 창작자들과 자본가들의 갈등이었을까?

지식 덕후의 탄생

한동안 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하이브와 민희진을 둘러싼 이슈로 가득했습니다. 애써 관심을 두지 않다가 크리에이터 성향을 지닌 두 분의 SNS(페이스북과 위챗 모먼트) 글을 보다가 '크리에이터들을 감동시키는 점이 무얼까?' 궁금해져서 기자회견 영상을 보았습니다.

쓰면 말을 멈출 수 없는 모자?

몇 가지 느낀 바는 있었지만, 너무 길어서 영상을 다 볼 수가 없고 사실상 저나 제가 살고 있는 세상과 관련성이 떠오르지도 않아 다시 관심을 껐는데 위트 있는 페벗님 글 때문에 저도 짤막하게 페북에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저분해진 머리를 자르러 갔습니다. 머리를 자르면서 영상을 보기 직전에 지인과 나눴던 지식덕후 활동을 등에 대한 생각이 섞였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원장 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다시 여기에 글로 남겨 보기로 했습니다.


주의하실 점은 충분한 사실에 기초한 글도 아니고 언론이 초점을 맞추는 분쟁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란 점입니다. '지식 덕후'라는 저의 정체성과 관련한 개인적 관찰 기록입니다. 조금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꿔보면 지식 노동의 보편화와 저성장 경제 환경에서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세력들이 부딪히는 장면에서 제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쓴 것입니다.


잔인한 기자들과 갈등을 키워 이익을 보려는 자들

처음 영상을 보고 가장 먼저 충격 받은 장면은 멈추지 않는 카메라 셔터였습니다. 민희진 대표가 멈춰달라 양해를 구했지만 꽤 긴 시간 동안 촬영 기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대해 한 발짝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잔인하다 느꼈습니다. 조국 전 장관 압수 수색 장면에서 기자들이 보여줬던 잔인함을 다시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민희진 대표가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와 발언을 보이는 동시에 그러한 잔인한 방식과 언론의 프레임에 대해 그대로 고하고 저항하는 방식이 이 장면의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했습니다. 그냥 느낌으로만 알던 것을 언어로 바꿔주었습니다. 그녀가 왜 이 시대 최고의 대중음악 기획자가 되었는지 그 역량이나 기질을 보여줬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원장님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저에게 방시혁과 민희진 중에서 누가 잘못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둘의 분쟁에 대해서는 지금 판단하기는 이른 듯합니다.
다만, 갈등을 부추겨서 이익을 취하려는 누군가는 있는 듯합니다.
프로듀싱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둘과 가까운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사태를 키운다는 점에서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의 존재 양식과 그들이 만드는 부가가치

원장 님의 바람 대로 둘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저는 두 가지 프로듀싱 방식이 다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고맙게도 페벗 님 고견이 있어 이를 인용합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어조로 원장 님께 이야기하기는 했습니다. 그랬더니 원장님은 하이브와 SM을 비교하시더군요. 민희진 대표가 먼저 SM에서 나온 것이 새로운 것을 하는 도전이 힘들어서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전에 유퀴즈에서 봤다고 하면서요.


그에 대한 저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빅히트 이후에 더 커진 하이브가 그런 새로움을 품으면서 가느냐 아니면 또 다른 SM 되느냐 기로에 놓인 것 같다는 말이 제 답이었습니다.


태도보다 내용을 우선해야 진화한다

한편, 또 다른 페벗 님인 이순석 님의 식견은 제가 보지 못했던 시선을 제시해서 또 다른 해석을 낳게 했습니다.  

페벗 님의 글을 보자 하이브가 SM을 넘어서 더 큰 무언가가 되려면 민희진 대표가 주장하는 '내용'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이브가 규모가 커지면서 만들어진 조직 양식과 지배 구조 따위가 제약하는 '태도'를 중시하면 결국 SM을 넘어서는 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지배 구조나 경영 방식은 모두 과거의 산물이니까요. 반면에 기술이 지배(?)하는 저성장 경제에서 크리에이팅 디렉터의 잠재력은 기술로는 풀 수 없는 엄청난 힘이니까요.


그리고, 이순석 님이 소개한 기사를 보면 대중들에게 드러난 업계의 치부에 대한 업계의 각성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가요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참담하고 부끄럽다”라고 한숨을 쉬며 한국일보에 말을 꺼낸 한 관계자는 “국내·외 팬들에게든,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에게든, 지망생과 연습생에게든 업계의 치부를 보인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업계의 종사자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K팝 업계나 멀티 레이블 체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자신의 커리어를 걸면서까지 용기를 낸 것은 높이 살 만하다”라고 평했다.

물론, 하이브가 한계에 봉착한 것인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업계의 변화는 더 다채로운 판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진화론적' 전망에는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지식 덕후의 탄생 연재

1. 2024년에는 지식 덕후로 변신하는 중

2. 교류로 갔다가 상호작용으로 돌아오기

3. 오늘의 1달러가 내일의 1달러보다 크다

4. 종심타격(縱深打擊)을 작게 잘라서 응용하기

5. 쓰고 있는 연재를 돌아보고 지도를 만들기


꼬인 연재를 정리하며

2월에 <2024년에는 지식 덕후로 변신하는 중>을 쓰고 나서도 최근까지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를 계속해 왔습니다. 심지어 3월에 연재를 바꾸기로 결심하고서도 잊고 습관대로 했네요.

이후에는 <생각의 진화와 그 부작용까지 생각하기>를 마지막으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는 마칩니다.


지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

1. 질문이 우선하고, 실행이 질문을 만든다

2.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3. 야구라는 것으로 인생을 전하기

4. 야신이 말해 주는 자신만의 길

5.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

6.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산다

7. 말이 말을 걸어 나의 차림을 돕는다

8. 우울증이란 진단명은 나의 개별성을 뭉갠다

9. 야신이 거북이에게 배운 자신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법

10. 속말하지 않고 드러내 기록하고 다듬는 일의 힘

11.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12. 일상에서 만난 낱말 바탕 풀이의 즐거움

13. 바탕이 되는 기본, 바탕을 닦는 기초 그 위에 첨단

14. 다양한 뜻의 그릇 역할을 하는 한국말의 유연성

15. AI 시대에는 수능보다 덕후

16. 일단 공개적으로 시작하면 만나게 되는 것들

17. 괴짜(Geek, Nerd), 해커 그리고 덕후

18. 인공지능을 Linguistic Self 동료로 활용하기

19. Realization(실체화)와 나의 지난 24년

20.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21. Person의 정의에는 민주주의가 축적되어 있네요

22. 역사적으로 보는 Person과 한국말 인식 모형의 만남

23. 인격: 사람됨의 근원이 되는 속성에 대한 기준

24. 생각의 진화와 그 부작용까지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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