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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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1년만에 나도 팀장이 됐다.
인사담당만 하던 내가 사업부서팀장이 됐다.
사업의 'ㅅ'도 모르는 내가 사업부서 팀장이라니..
팀장이 되니 좋더라. 일단 실무를 할게 없다. 아니 하고 말고가 내 마음이다. 편하기만 할까.
팀장으로서 불편한 것의 첫번째는 팀원들과 나 사이에 있었다.
내가 맡은 팀은 인사담당이 고객인 팀이기에 인사담당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나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팀원들의 반응은 '~~ 안되요'였다. 해보지도 않고 시도만 했다가 안되더라는 반응이 99%였다. 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제안한 것의 기획부터 실무까지 전부다 했다. 그리고 전년대비 매출과 신규고객을 +90%이상 올렸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팀원들도 점차 열심히 참여해줬다. 고마웠다. 연봉협상 시기가 다가오고 그 동안 연봉에 불만이었던 팀원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그림도 그려 줄 수 있었다.
두번째 불편한 것이 나타났다. 우리팀의 성과가 잘나와도 내 위의 상사는 성과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었이다. 커피 한잔, 술 한잔 더 마시고 담배 한대 더 피면 인사평가를 잘 주는 사람이었다. 술을 거의 안마시고 담배를 안피는 나는 지난 일년 동안 내 위의 상사에게 인사평가를 잘 줄 이유가 없는 팀장이자 팀이었다. 일년간의 노력과 성과 그리고 묵묵히 믿고 따라온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세번째 불편한 것, 야근과 잘보임을 강요하는 윗사람. 야근을 정말 싫어하는 나다. 연봉은 9~6시까지의 근무가치를 미리 산정하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6시를 넘어서 해야 할 일은 내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채용해서 할 일이다. 그런 신념에 따라 우리팀에게 6시 퇴근을 강요했다. 그리고 연차는 정당한 권리이니, 연차 쓸때 이유를 얘기하지 말고 쓰고 싶을 때 쓰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팀원들도 좋아하고 나도 좋았는데 문제는 내 윗사람의 압박에서 왔다. 우리팀이 6시에 모두 퇴근하면 상사는 '이제 6시 인가봐~?'라고 크게 말한다. 우리팀 누군가 연차일때는 늘 'OOO 연차야? 무슨 일인데?'를 물어본다. 농담으로 알아서 뭐하시려고 하냐?라고 물어보는 것도 한두번이다. 그리고 팀원들 갈구라고 나를 갈군다. '잘하는 친구들 왜 갈굽니까?'라고 물어보면 '조팀장 그럴 때가 됐어.'라고 답하더라. 또한 다른팀은 업무개선 없이 하던 것만 한다. 우리팀은 알아서 개선한다. 사장한테 어필해야할땐 뭔가 기획안 내놔보라구 나만 갈군다. 구조조정 이슈가 생겼을땐 우리팀은 매일 6시에 퇴근하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너희팀에서 한명 잘라야겠다고 한다.
팀장들마다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가 다를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스트레스에 처했었다. 팀원들에게 모두 얘기할 수가 없다. 아마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스트레스 상황에 처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분출되는 자신의 짜증과 분노 등의 거친 마음 상태를 쉽게 누군가에 표현하느냐에 있다.
위로 올라갈 마음이 있거나,
올라갈 예정이거나
올라가 있거나
더 올라가려 하는 사람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동료들이 생각하는지 들어 보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