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29
시골 농부 김영식 님의 페북 글이 한동안 제 마음과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메모해 두었던 글이 상당히 쌓여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실천하지 않는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도 아니라면... 그래서, 이 생각들 중에서 내가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몇 가지를 추려보기로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해보기'의 개인 버전을 떠올려봅니다.
아무것도 안 해보면 됩니다. 그런 경험의 반복이 몸(무의식)에 축적되고, 그 결과로 인하여 삶의 바탕에 흐르는 강력한 힘이 저항 없이 드러나는 현상이 깨달음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기둥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조작 없이 당해보는 것입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누구든지 할 수 있으며 위험하거나 잘못되지 않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말과 행동으로, 그리고 내 행동 이전에 주어진 역할과 맺은 약속이 있습니다. 그것을 수행하되 '조작 없이' 하겠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행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생각은 벌써 수많은 모순을 찾으려는 듯합니다.
생각을 멈추고 전에 보관해 둔 현웅스님의 글을 찾았습니다. 생각보다는 마음을 믿는 훈련이 될 듯합니다.
생각으로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마음을 믿으면 생각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길이 아닐까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비슷한 제목의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생각을 다스리기> 편도 있습니다. 매우 상징적인 영화로 당시는 이해가 아닌 자극만을 기억했던 영화 '매트릭스' 장면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선각자들은 그 현상들을 깊이 이해하고,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가르친다. 이 세상은 가상현실이며, '나' 역시 환상이라고. 그 환상을 완전히 이해하면 생로병사의 고통이 사라진다고.
그리고 또다시 전에 보관했던 현웅스님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사람 근본 바탕은 하나인데 , 형상을 달고 나와 서로 달라 보인다ㆍ몸짓하고 웃고 말한다ㆍ살아있는 생명 나타남이 그렇다ㆍ취하면 좁고 놔두면 넓다
'놔두면 넓다'라는 말이 무아와 연기의 힘과 관련이 있을 듯했지만, 생각으로 이해하기 전에 실천을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역린에 등장한 중용 문구를 외운 일이 아무 효과가 없지는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보관했던 Kent Beck의 글도 찾았습니다. 그는 사고보다는 자신의 이야기가 힘을 갖는다고 말했다.
연관성을 지어 보고 싶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앞서 인용한 현웅스님의 글을 보고 나서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지난봄에 읽었던 <그냥 하지 말라>의 송길영 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영상 말미에 직업을 소개하면서 보여준 표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웅스님이 맘을 믿어야 한다고 했는데, 마음을 캐는 분의 영상을 뒤이어 봤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생각에 갇히지 말고, 마음을 믿고 내 길을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행적을 내 길(道)로. 정도의 문제는 있겠으나 이미 그렇게 살아온 듯한데, 이제 나는 무엇을 발견할까요?
4. 깨달음과 깨달은 사람
10. 주체와 객체 그리고 아기발걸음
11. 홀로서기와 따로 또 같이
13. 생각의 노예가 아닌 주인 되기
14. 사고지능의 한계와 자연의 특징
15. 쪽인 나와 무아론
17. '나'와 무아無我의 공존
24. 생각 걷어차기와 과학적 태도
27. 고통스러움과 두려움 없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