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 홍대의 느낌을 주는 이색 공간이 판교 현백에 있다면?
- 성수동, 홍대의 느낌을 주는 이색 공간이 판교 현백에 있다면?
2년 연속 판매액 기준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더니, 수십 년 전에 즐겨 보았던 비디오테이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5년에 문을 연 후 5년 반도 안 되어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경쟁사의 수장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까지 ‘현판’이라고 줄여 말하며 인스타그램에 방문을 인증하기도 한 이 힙한 백화점에 구시대의 유물이 웬 말인가?
넷플릭스, 왓챠 등 OTT(Over-The-Top)로 영화와 미드를 보는 시대에 DVD보다도 이전에 존재했던 추억의 오브제인 비디오테이프. 찰칵찰칵! 필자를 포함해 적잖은 고객들이 가는 길을 멈추고, 직사각형 모양의 투박한 비디오테이프 케이스들을 분망하게 스마트폰 사진첩에 담는다. 편집숍 ‘십화점’과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협업으로 탄생한 가상의 비디오 가게 ‘아폴로(APOLLO) 비디오 숍’의 풍경이다.
빠삐용, 아마겟돈, 진주만, 쥬라기 공원, 넘버3, 서편제, 은행나무 침대 등 세기말 전후의 작품들이 뚱뚱하고 작은 구식 텔레비전 주위로 켜켜이 쌓여 있다. 저 텔레비전의 입 안으로 네모난 비디오테이프를 밀어 넣었을 때의 설렘이 오랜만에 떠오른다. 비디오테이프 특유의 그 둔탁함까지. 영화를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이 아닌, 비디오 가게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비디오테이프 케이스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며 골랐던 기억이 소환된다. 그 당시 영화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놀잇감이었다.
최근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2>를 통해 접하게 된 신조어 ‘어쩔티비’. “어쩌라고! 가서 티비(TV)나 봐”라는 뜻이란다. 이 언어를 구사하는 10대들의 머릿속에 있는 ‘티비’와는 너무도 차이가 큰 빛바랜 옛 ‘티비’가 되레 10대와는 거리가 먼 필자를 그 앞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030세대 전문관’을 표방하는 4층(유플렉스)에 ‘아폴로 비디오 숍’을 팝업스토어 형태로 선보였다. 청담동, 성수동에 이은 세 번째 론칭이다.
맞춤형 큐레이션 전략으로 영앤리치(young&rich·젊은 부유층) 고객을 매혹시키고자 하는 현대백화점에서 난데없이 비디오 가게를 앞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야누스토어(Janus+Store)’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는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아폴로 비디오 숍은 단순히 옛날 비디오를 진열해 놓은 전시공간이 아니다. 비디오를 비롯해 아톰, 드래곤볼, 짱구 등 키덜트(Kid+Adult) 심리를 자극하는 유년기 장난감에 이끌려 매장 안에 들어오면 어느덧 맨투맨, 셔츠, 백팩 등을 신나게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굿즈에도 손이 간다.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형형색색의 의자도 있다. 이 가상의 비디오 가게는 단순히 재화만 판매하는 1차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기능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위용을 갖춘 것이다.
※ 야뉴스토어(Janus+Store)는 필자가 처음 고안한 개념. (관련 기사 링크)
더불어 이런 다채로운 공간 구성은 선명한 사진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공유된다. 사진을 넘어 영상 콘텐츠로도 재탄생한다. 이를 본 잠재 고객들은 성수동, 홍대의 느낌을 주는 이색 공간이 판교에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현대백화점을 찾게 된다. 현대백화점이 기대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꼭 이 비디오 가게에서 구매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폭넓은 세대로 구성된 내점 고객의 증가는 여타 매장의 매출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일단 오게 만드는 것이 첫 단추다.
마지막으로 뉴트로(New+Retro) 아이템 자체가 고객에게 선사하는 향수(鄕愁)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옛 기억을 긍정적인 것으로 미화하는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은 소비자의 굳게 닫힌 지갑 틈 사이의 공간을 넓히는 데 모종의 역할을 수행한다.
백화점의 쇼핑 공간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고객의 전유물이 아닐 터이다. 쇼핑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창의적이고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는 매장이 늘어날 때, 더 많은 고객의 발걸음이 백화점을 향하게 될 것이다.
석혜탁sbizconomy@daum.net
석혜탁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저자
- 사보 및 칼럼 기고 문의 sbizconom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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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의 ‘레트로(retro) 마케팅’ - 상품뿐 아니라 추억과 향수,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롯데월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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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2.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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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4. 차 안의 미니 편의점 ‘카고(C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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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상식사전 #35. ‘와인웍스’, 유통공간 속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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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36. 플렉스(Flex) 소비문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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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37. 모디슈머
- 모디슈머 DNA 그리고 짜파구리의 존재미학
https://brunch.co.kr/@hyetak/173
■유통 상식사전 #38. 리사이클링-공병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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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hyetak/192
■유통 상식사전 #39. 코로나 0년, 리테일 생존법
- 드라이브스루와 가상 출국여행의 흥행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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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40. 윤석열과 민초
-민초단과 반민초단의 익살스러운 상호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
https://brunch.co.kr/@hyetak/200
■유통 상식사전 #41. ‘덜’의 미학, 레스 웨이스트
- ‘덜’에 집중해보자. 제로의 시작은 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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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42. 메타버스 속 프로타고니스트
-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https://brunch.co.kr/@hyetak/202
■유통 상식사전 #43. 구독의 이유와 카테고리의 탄생
- 일회적인 구매가 아닌 멤버십 유지를 가능케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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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44. 타임빌라스 성공 요인 정리해보기
- '롯데'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내려놓고 혁신을 꾀하다
https://brunch.co.kr/@hyetak/205
■유통 상식사전 #45. 4050세대 타깃 플랫폼
- 4050세대의 니즈, MZ세대가 꿰뚫다
https://brunch.co.kr/@hyetak/206
■유통 상식사전 #46. 돈쭐, 바이콧 행렬의 표심
- 미닝아웃과 화폐투표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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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식사전 #47. 대체육, 식문화의 새로운 미래
- 건강, 맛, 사회적 메시지까지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대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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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찰칵1] 패션 렌털 매장 '살롱드샬롯'
- 백화점에 침투한 렌털 비즈니스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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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찰칵2] 리빙 특화 쇼핑몰 '리빙파워센터'
- 이케아 맞은편에 국내 리빙 대표 주자가 총집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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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찰칵3] B급 감성의 레트로 편집숍 '슷
- 공간중개 플랫폼 스위트스팟의 연이은 실험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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