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아리다 Oct 19. 2023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8. 질투 invidia

질투 (invidia)란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고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미움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질투> 사랑이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

질투의 바닥에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셈이다. 질투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니까.

<강신주의 감정수업> p306



 도서

<질투> 알랭 로그브리예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음악 & 뮤직비디오

질투_차은우 (오늘도 사랑스럽개 OST)

질투_영턱스클럽

Jealous_Labrinth

INVU_태연





질투는 '부부 사이나 사랑하는 이성(異性) 사이에서 상대되는 이성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지나치게 시기함'이라는 뜻과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나뉜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를 통해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이 바로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다루는 '질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시기나 질투'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묶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소유욕'이다. 상대가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건 내가 그 마음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고, 사촌의 땅 역시 나의 소유가 아닌 탓에 느끼는 감정이다. 괜히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착시이기도 하다.



그에게 질투는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그녀의 내면을 읽는 긴장감을 가져다주었으니까. 인간은 자신이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이 그것을 소유하려는 순간, 그것을 다시 움켜쥐려고 하는 법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04-305



누보로망의 대표 작가 로브그리예의 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대표작. 전통적인 사실주의 문학에 도전장을 던지며, 소설의 관습적인 기법을 뒤엎은 새롭고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사건, 인물, 배경 묘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아내와 이웃집 남자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는 남편의 고통스러운 시선만을 정교하고 지독하게 뒤쫓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남자가 보고 듣고 겪은 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반추하고 따져보고 비교하고 의심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조금씩 변형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질투> 알랭 로브그리예 책 소개, 출처 교보문고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라고 시작하는 곡은 1992년 '질투'라는 드라마 OST였다. 2023년 10월 '오늘도 사랑스럽개' OST로 재탄생했다.' 질투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심각하겠지만, 귀여운 정도의 질투여서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의 눈빛'으로 돌아 보면, 질투 따위 금세 녹아내릴 듯 하다.



질투_차은우 (오늘도 사랑스럽개 OST)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

웃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마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이야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너의 눈동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줘

언젠가 너는 내게 말할 거야 사랑한다고


넌 누굴 위해 웃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

항상 곁에 있다 생각하지마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이야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너의 눈동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었지

그래서 사랑이라 생각했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줘

언젠가 너는 내게 말할 거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의 감정은 질투라는 감정을 낳지만, 반대로 질투라는 감정이 사랑의 감정을 낳지는 못하는 법. 질투는 단지 사랑의 찌꺼기에 해당하는 감정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프랭크는 일종의 손전등과 같은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화자의 시선에 중심적으로 들어오지 않던 아내가 그의 눈과 마음에 들어온 것은 프랑크가 그녀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05



귀여운, 애교같은 질투는 상대의 마음이 사랑인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때 일어나는 질투는 사랑이 되지 못한다. 단지 승부욕일 뿐이다. 질투가 어떻게 관계를 왜곡시키고, 끝장을 보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곡이 있다. 마치 9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레트로 느낌의 발랄한 곡, 영턱스클럽의 '질투'는 '웃지 못할 사건, 잊지 못할 사건'이 될 뻔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질투_영턱스클럽

웃지 못할 사건 또 잊지 못할 사건

나 평생 후회할뻔 했던

사랑 다시 찾은 얘기

여자들의 질투 허 오뉴월의 서리

근데 남자들도 만만치가 않아

어느날 우연히 새빨간 외제 차

거기서 내리는 너를 보았어

하늘이 노래지고 빙글빙글

돌았어 세상천지 이럴수가

그런게 아니야 오해는 말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 순간 너는

엄청난 실수 내앞에서 해버린거야

이럴수가 니 곁에 있던

나의 가장 친한 내 친구

입술에 키스한 너를 보고 말았어

어떻게 이럴수가

내 앞에서 어떻게 니가 이럴수 있어

나 원참 기가막혀

내가 정말 너 아닌 사람

만난다해도 오히려 니가 더해

우리사이 그보다 심한 오해있어도

오해는 무슨 오해

이게 뭐야 끝장난거야

넌 펑펑울며 갔고 멍하게 서있는데

뭐가 번쩍 앞이 깜깜

새가 날고 별이 보여

입술을 뺏긴 여자친구 힘차게

내 뺨 따귀한대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어

불티 나게 삐삐 날 찾는다고 쳤지

또 사정없이 우리 집에

전화해도 소용없어

내가 당한만큼 또 너도 당해야돼

니가 했던 Kiss 나도 해낼거야

어느날 우연히 클럽에 갔던 날

거기서 없어진 너를 찾았어

하지만 너의 곁에

낯선 남자 있었어

나보다 더 덩치가 커

얼마나 힘들게 기다려 왔는지

이 순간을 위해 너 보고 있니

이 남자 품에 안겨 행복한 내 모습을

어이없이 이런 날보다

화가 나서 내게로 오던

그순간 이 남자의 입에 Kiss 를 했어

oh my god

이런다고 나에게 니가 욕할수 있어

나 원참 기가막혀

너도 내게 그랬으면서 나는 왜 안돼

제발 좀 정신차려

그때 내가 어떤지 너도 느껴봐야해

제발 좀 이러지마

너를 정말 사랑하니까

내 앞에서 어떻게

니가 이럴수 있어

나 원참 기가막혀

세상에서 너하나만은 믿어왔는데

그랬었드랬었지

그런 니가 나아닌 다른 사랑한다니

누가 할 소리하냐

이제 정말 살수가 없어





Labrinth의 'Jealous'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는 비도, 바람도, 밤도 모두 질투 대상이다. 'You're happy without me' 즉 나없는 그녀의 행복까지도 질투가 난다. 이별 후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질투나고 미워질 정도로 아픈 사랑의 가사다. 



Jealous_Labrinth

가사 해석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질투의 여신'은 '얼굴이 창백하고 온몸이 바싹 말라 있으며, 혀에는 독액이 뚝뚝 떨어지고, 남이 고통받는 것을 볼 때 말고 웃는 법이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흔히 제우스 때문에 질투의 화신이 된 아름다운 헤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근심에 마음이 편치 않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못마땅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말라갔다고 한다. 그런데 질투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녀는 남을 괴롭히며, 동시에 자신을 괴롭혔으니 자신이 자신에게 그대로 벌이었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질투의 여신(젤로스)은 아테나(미네르바) 여신의 부탁을 받고 케크롭스의 딸 아글라우로스에게 독을 뿜어 아글라우로스로 하여금 헤르메스와 언니 헤르세를 질투하게 만든다. 그 질투가 자신에게 그대로 벌이 된 탓에 새카맣게 타는 마음처럼 돌이 되어 버리고 만다. 질투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 말이 있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 배가 아픈 게 아니라 부러울 따름이라면 그래도 좋은 징조다.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서 성취해 보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되니까. 이렇게 질투도 좋은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



태연의 곡 'INVU'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났다. 그래서 '난 너를 못 이겨'라고 한다. '날 버리고 날 잃을수록 상대는 더 반짝이는 아이러니'라 부러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 태연의 음악적 재능과 왕성한 활동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또다른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노래 제목처럼 INVU다.



INVU_태연


Falling in love

너에겐 난 Option

시작부터 다른 너와 나

깨지는 Heart

빗나간 네 Mention

익숙하거든

I think I lost my mind

But It’s my kind of love

아끼지 않고 다

쏟아내고는 주저앉아

문득 어느 순간

지친 내가 보여

애쓰고 있지만

So I can’t love you

Even though I do

밀어내 봐도

난 너를 못 이겨

날 버리고

날 잃을수록

넌 반짝이는 아이러니

So I N V U

I N V U

I N V U

기대지 마

기대하지도 마

몇 번을 되뇌고 되놰도

그 손길 한 번에

무너지는 날 볼 때

네 기분은 어때

I guess I lost my mind

Yeah It’s my kind of love

늘 처음인 것처럼

서툴러서 또 상처가 나

무뎌지기 전에

아물기도 전에

잔뜩 헤집어놔

So I can’t love you

Even though I do

밀어내 봐도

난 너를 못 이겨

날 버리고

날 잃을수록

넌 반짝이는 아이러니

So I N V U

I N V U

I N V U

식은 온기

부서진 맘이

자꾸 날 할퀴어

아파도 못 멈춰

So when you leave

Please make it easy

Cause I N V U

I N V U

I N V U

I N V U

I N V U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 지난 포스팅


매거진의 이전글 GOAT 말고 G.O.A.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