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s 29. 적의 ira
적의 (ira)는
미움에 의하여 우리들이 미워하는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게끔 우리들을 자극하는 욕망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적의>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허망한 전투
미움은 적의에 비하면 그나마 상황이 나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적의는 그 미움의 대상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가하려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미워하는 정도를 넘어서 어떤 사람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할 때, 우리는 적의라는 무서운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18
� 도서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에고라는 적> 라이언 홀리데이
� 음악 & 뮤직비디오
Pink Venom_BLACKPINK
ETA_뉴진스
Next Level_aespa
Stronger_Kelly Clarkson
'적의'란 '적대하는 마음', '해치려는 마음'이다. 라틴어 사전에 ira는 '분노'로 적혀있는데, 스페인어 사전에 '복수심'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해악을 끼치려는 '복수'에 가까운 마음이다. 그렇다면 '적의'를 두 가지 경우로 볼 수 있겠다. 정당 방위로서의 '복수'와 '적의'에 의한 해악. 둘 다 상대를 해하려는 마음이니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하는 해악을 꿈꾸거나, 아니면 직접 실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적의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내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적의에 사로잡힌 사람은 상대방을 해치는 구체적인 해악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엄청난 결핍감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구체적인 해악이 성공했을 때는 하늘에 뛰어오를 듯한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적의란 얼마나 치명적인 욕망인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p318
자승자박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밧줄로 자신을 묶는다'는 의미다. 남을 해하려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경우로 불타는 복수심은 질투심과 유사해서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한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있고 또 그러한 마음이 들 때,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하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항상 당신의 적을 용서하라. 그것 만큼 적을 괴롭힐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Always forgive your enemies; nothing annoys them so much.
_오스카 와일드
때론 음해하려는 마음이 용서로 둔갑하기도 한다. 마음과 달리 말 뿐인 공허한 용서는 자신의 실제 마음과 괴리를 느끼게 되어 이 또한 자신을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은 스스로를 돌보고 제대로 직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용서가 될 수 있다. 군자라도 쉽지 않은 마음이다. 그림책 <백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평생토록 그 여자를 용서할 수 없다. 저주를 퍼부어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그 여자가 암에 걸렸다. 당황하는 와중에 나도 암에 걸렸다. 자승자박이었다.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p202
'적의'라는 마음이 들 때는 정당한 것인지, 방어기제인지, 용서가 가능한지 등을 따져보아야 억울함이 덜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이나 이런 마음을 갖는 사람이나 이로울 것이 없다. 거리를 두거나 무시해 버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좋은 대처를 하려면 일단 상대방을 바꿀 수 없으니, 이럴 땐 내 안에 들어 있는 에고를 한 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 꼭 자기 중심주의자가 아니라고 해도, 비대해진 나의 에고가 충돌을 원하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자기 중심주의자는 무엇이든 망설임이 없으며 점점 더 거만해지고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런 태도 아래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자기의 거만함을 자신감이나 강력함의 표현이라고 착각합니다.
<에고라는 적> 라이언 홀리데이
투쟁하기로 선택한 이들은 말하는 대신 구석에서 조용하게 일할 것이다. 내면이 소용돌이를 원료로 삼아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평온함으로 향할 것이다.
<에고라는 적> 라이언 홀리데이
'질투'와 마찬가지로 '적의'라는 감정 자체는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때론 용서하고 싶지 않은 미움, 정의가 아닌 적의로운 행동으로 용서해선 안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것도 나를 고통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니까.
이 또한 배움이라 생각하면 그나마 좀 덜 억울해 질까. 신경 끄기의 필살기로 나아질 것인가. 답은 없지만, 시련을 통해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는 자연스럽게 가려지기도 한다. 부당한 감정을 견뎌내고 극복해 낸다면 더 단단하고 강한 내가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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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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