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48
목이 조여 오고 다시 숨이 쉬어진 2분 가량이 내게는 정지한 시간같았다.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와 놀란 언니와 친구 목소리가 멀리서 웅웅 거리다 흩어졌다. 남편이 손가락을 입 속에 넣어 토하게 하려 했다. 정작 목이 막힌 곳은 더욱 안 쪽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구부리고 손을 바닥에 짚었다. 외부 소리가 멀어진 만큼 몸의 감각이 생생해졌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몸이 고통으로 아우성쳤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허망하게도. 구급차를 부를까요? 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이라고? 구급차가 오는 시간까지 몇 분이나 걸릴까? 빨라야 10분? 말도 안 돼. 그때까지 못 버텨!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다니! 이 상황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기도로 음식이 넘어가려 하면 입구에 있는 막이 생존 위협을 감지하고 차단이 되는데 이 막을 빨리 열지 않으면 2차 생존 위험이 온다.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할 때부터 숨을 못 쉬었기에 목이 조여 오고 몇 초도 안 지나 숨이 목까지 찼다. 내 몸이 마치 드럼통 같다고 생각했다. 꽉 막힌 드럼통! 술을 먹던 손님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지 관심이 없었고 술집 직원이 나와서 여기서 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웃고 즐기는 공간에 나 혼자 죽음의 문턱에 있었다.
호흡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개입할 수 있는 장기라고 한다. 숨을 천천히 쉴 수도 있고 빨리 쉴 수도 있다. 복식 호흡을 할 수도 있고 가슴호흡을 할 수도 있다. 숨을 천천히 쉬면 심장도 천천히 뛴다. 화가 나고 흥분되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도 빨리 뛴다. 명상을 할 때 몸에 감각 중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내가 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의 은총인지, 남편이 손가락을 넣어서 목구멍을 휘저은 덕분인지(나중에 알고 보니 하면 안 되는 위험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며칠 목이 아팠다) 막이 서서히 열리며 공기가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을 품은 폐가 부풀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산소가 분명히 있었다. 숨을 쉰다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아니, 엄청난 기적이었다. 내 몸에 과하게 집중되어 있던 감각이 외부로 넓어지며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렸다. 일행을 깜짝 놀라게 한 것 치고는 숨을 쉬자마자 몸이 멀쩡해졌다. 놀란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정신은 얼빠진 것처럼 멍했다. 남편과 차를 타고 오면서 만약 숨이 안 쉬어졌더라면... 집에 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웠다.
집에 가니 아이들은 자기들 세상에서 한껏 어지르며 놀고 있었다.
현관을 들어가며 난장판이 눈에 들어와 아이들이 어지른 것을 치웠다. 치우면서도 죽음과 청소가 너무 극단인 상황이라 생각됐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한 마디 했다.
"너네 엄마 오늘 집에 못 올 뻔했어. 인마. 니들이 얼른 정리 해"
상황을 전해 들은 아이들이 그제야 심각했던 상황을 파악하고 내 옆에 붙어서 꼭 안아주었다. 따뜻하고 보들한 내 새끼들을 다시 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아이들을 꼭 안고 여러 번 대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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