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s 31. 욕정 libido
욕정 (libido)이란
성에 대한 욕망이나 성에 대한 사랑이다. (...)
성에 대한 이런 욕망은 적당한 경우에도,
그리고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통 욕정이라고 일컬어진다.
<에티카> 스피노자
<욕정> '프레스토'로 격하게 요동치는 영혼
금욕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금기와 금지는 욕망과 상상력을 더욱 부채질하는 법. "들여다보지 마세요!" 길을 걷다가 벽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으면 누구나 벽 안을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오만가지 상상이 작동하게 된다. "벽안에 무엇이 있는 걸까?" 결국 사회를 음란하게 만드는 것은 놀랍게도 금욕주의적 가치관이었던 셈이다. 정신적인 것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금욕주의가 오히려 육체적인 것을 추구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38
� 도서
<낭만적인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 음악 & 뮤직비디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제 1악장 (손열음 & 스베틀린 루세브 연주)
Stranger_선미
다행이다_이적
욕정은 '한순간의 충동으로 일어나는 욕심', '이성에 대한 육체적 욕망'으로 풀이된다. 리비도 (libido)는 정신분석학에서 파생된 용어로 프로이트는 리비도를 정신 활동의 에너지로 보았다. 남녀의 육체적 욕망이 아닌, 인간의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괘감 에너지로 본 것이다. 가령 갓난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빠는 것, 유아기 배변의 쾌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이 리비도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말하는 libido 혹은 욕정은 직관적으로 생각되는 '남녀 사이의 욕망'인 좁은 의미의 리비도를 말한다.
베토벤의 아홉번 째 바이올린소나타 [크로이처Kreutzer)]의 첫 번째 악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바이올린이 구애하듯 이어지는 구슬픈 선율에 따라, 이어 피아노가 그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고혹적이지만 격렬한 하모니가 시작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밀고 당기면서 만드는 묘한 긴장과 흥분 속에 몸을 던지다 보면, 누구나 남녀간의 격정적인 사랑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톨스토이가 베토벤의 아홉 번째 소나타에서 사랑의 긴장과 열정을 느낀 것도 어쩌면 위대한 작가로서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를 일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30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제 1악장 (손열음 & 스베틀린 루세브 연주)
<강신주의 감정수업>에 나온 표현대로 '욕정도 개체적인 의미를 지닌 소중한 감정'으로 보고 있다. 종족 보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과는 달리 열정적인 자유를 본질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개인적 욕정의 세계와 사회적 평판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결혼관을 담았다는 톨스토이의 단편 <악마>와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당시 금서였다고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톨스토이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온갖 판타지를 과격하게 해제하는 소설에 [크로이체 소나타]라는 제목을 붙인다. 또 다른 작품 [악마](크로이체르 소나타에 수록, 펭귄클래식)와 함께 톨스토이가 인생의 후반기에 자신의 결혼관을 담은 작품들이다. 이 소설들을 통해 톨스토이는 결혼이 참다운 사랑의 결실이라는 통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결혼의 본질은 정신적인 사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욕정에 있기 때문이다.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당시 금서 취급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30-331
톨스토이가 결혼의 본질을 사랑이 아닌 욕정으로 본다는 것은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쓰였다는 걸 상기해 보면 조금은 충격적이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묻는다면 '사랑'이라던 작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톨스토이는 '욕정'을 '악마'로 보았고, 음욕을 품은 것도 간음으로 생각했다.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을 소개하면서 결말을 예고한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더 유익하다." 결국 예브게니는 충동적으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고뇌를 덮어버린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37
톨스토이의 기준을 현대 사회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되긴 한다. 시대가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졌으니, 욕정도 사랑도 톨스토이나 스피노자의 정의를 기준 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동물적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욕정이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억압하고 억제할수만은 없지만, 부적절한 충동은 절제가 필요하겠다.
결혼했다는 것은 조심성, 보수적 경향, 소심함과 연관 지을 수 있지만, 결혼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더 무모하고 그래서 호소력이 더 큰 낭만적 제안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p58
알랭 드보통은 결혼'한'다는 것과 결혼'했'다는 것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낭만적인 제안으로서의 결혼과 윤리적 책임으로서의 결혼은 '한다'와 '했다'로 구분되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로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은 우리의 혼란스럽고 창피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을 우리의 연인이 다른 누구보다,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 최고조에 달한다. 이들은 우리를 간파해내고, 신뢰하고 나눌 줄 아는 우리의 능력 총량 아래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보고 공감해주고 용서해 준다. 사랑은 우리의 당황스럽고 난처한 영혼에 대한 연인의 통찰력에 바치는 감사의 배당금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보통 p35
결혼 축가로 많이 불리는 이적의 '다행이다'의 노랫말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해 보면 알랭드 보통의 다소 복잡한 문장들의 의미가 시각적으로 전해진다. 욕정이라는 감정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동물적 본능이 아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다행이다.
혼란스럽고 불가피한 정신적 사랑이 욕정이라는 육체적 사랑과 법적으로 맺어지는 결혼 제도. 낭만적 연애가 결혼이라는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사랑은 책임감을 동반한 숱한 감정의 파이프 라인이 된다. 물론 결혼이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좋은 부부관계라면 우량주처럼 '감사와 사랑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다. 욕정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사랑으로 마무리 해본다.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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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9. 적의 ira 정의 아닌 적의 없는 용서
Emotions 30. 조롱 irrisio 정정당당하게 롱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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