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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n 18. 2024

열린 우리주의(홍익인간)와 닫힌 우리주의(집단이기주의)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17. 한국인과 우리주의'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더불어 <내가 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인식될 수 있다>부터 이어온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묻따풀 마지막 글이 될 듯합니다.


한국인이 '우리'를 통해서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한국인은 우리를 통해서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에서 비롯하는 이기利己(나를 위하는 일)와 이타利他(남을 위하는 일)의 이분법을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다만, 전체주의적인 강요를 '우리'로 여기는 풍조가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인이 우리를 바탕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우리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다음 내용은 낯선 설명이지만, 어쩐지 그대로 납득이 가는 듯한 다발말[1]입니다.

한국인은 이러한 나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집이라는 공간에 담아서 가家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한국인은 나를 가家에 담아서 전문가專門家, 일가一家, 대가大家 따위로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전문가專門家가 되어서 일가一家를 이루어 대가大家가 되는 것이다.


열린 우리주의와 닫힌 우리주의

우리주의를 둘로 나누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볼 수 있는 우리주의는 우리가 밖으로 열려 있느냐, 아니면 안으로 닫혀 있느냐에 따라서 열린 우리주의와 닫힌 우리주의로 나눌 수 있다. 열린 우리주의는 우리의 안에 있는 것을 고루고루 하면서, 밖에 있는 것까지 두루두루 하려고 한다.

열린 우리주의 설명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안에 있는 것은 '고루고루'라 하고, 밖에 있는 것을 '두루두루'라 쓰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고루고루의 풀이에서 두루두루가 등장합니다.

「2」 두루두루 빼놓지 아니하고.

두루두로 풀이에도 '골고루'가 등장합니다.

「1」 여기저기 빠짐없이 골고루.

이번에는 닫힌 우리주의를 보겠습니다.

닫힌 우리주의는 우리 안에 있는 것을 고루고루 하면서 밖에 있는 것을 그냥 대상으로서 다룬다.

2010년 방송한 공익 공고 내용을 예시로 둘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하고,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고 가라 하고,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열린 우리 설명은 '생태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닫힌 우리에서 열린 우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존재가 함께 어울려 있음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하다.

제 과거를 돌아보면 컨설팅 회사를 그만둘 즈음에 비로소 '모든 존재가 함께 어울려 있음'을 처음 눈치챈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집단이기주의와 홍익인간

집단이기주의의 경계가 어디일까 궁금해지는 다발말입니다.

한국인은 닫힌 우리주의를 흔히 집단이기주의라고 부른다. 집단이기주의는 닫힌 우리가 오로지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남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제 생각도 한 때 집단이기주의로 부를 수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고루두루는 모든 사람을 크게 도와서 이루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을 바탕으로 삼아서 세상의 모든 사물을 크게 도와서 이루게 하는 '홍익세계弘益世界'로 나아간다. 한국인은 이를 통해서 우주에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어울리는 '나'를 이루어 보려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묻따풀 연재

53. 내가 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인식될 수 있다

54.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의 차림판

55. 과연 사람의 말이 서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56. 한국말 '나이'의 바탕에 있는 엄청난 비밀

57. 나의 갈래 그리고 내다, 나답게, 사람답게

58. 나와 남은 모두 난 것으로서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59.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가?

60. 내가 보는 사실과 다른 사람이 보는 사실을 함께 차리자

61. 온인 나로 또는 쪽인 나로 마주하기

62.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63. 우리의 네 갈래 그리고 남을 님으로 높이는 일

64. 한국인과는 다른 영국인과 중국인의 우리

65. 누리에 때와 틈과 함께 나는 낱낱의 존재

66. 한국말 살다, 살음, 살기, 삶, -살이와 살리다

67. 사람도 해를 닮아 살을 뻗어나가는 것이 삶이다

68. 마음에서 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한 살이

69. 욕심과 다스림: 추진력인 욕심을 바로 알기

70. 햇살처럼 펼쳐 나가는 사는 '맛' 그리고 새로운 독서법

71. 욕심이라는 원동력 그리고 마음을 갈고닦는 일

72. 느낌에서 비롯하여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 알아봄

73. 느낌을 만든 알음이 엮이면서 맥락을 형성하여 앎이 된다

74. 우리는 숨을 쉬는 유기체이고, 동시에 욕망하는 인간이다

75. 마주해서 보면 느끼게 되고, 이를 헤아리면 맛이 난다

76. 한국인은 상황을 즐길 때 '살맛 난다'라고 말한다

77. 맛보는 과정을 통해 본성이 습성으로 드러나는 배움

78. 생각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키우는 다양한 맛과 문화

79. 우리가 말하는 멋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는 맛

80. 대상이 비춰 주는 빙산 속 나의 줏대와 잣대

81. 떨림과 울림, 어울리다 그리고 매력

82. 차림과 알아차림 그리고 헤아림과 어림

83. 정신이 팔리면 NPC처럼 휘둘리기도 한다

84. 사람이 마음 그릇의 울림판을 통해 함께 떨고 운다

85. 몸과 마음을 통해서 대상에 대한 느낌과 앎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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