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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03. 2023

짐작이나 재촉하지 않고 묻고 기다리기

週末안영회 2023 - 들음의 여정

지난 글에서 만든 경청의 과정에 따르면 '적절한 묻기'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기록입니다.

거울처럼 상대를 비추는 물음

경청엔 거울처럼 상대를 비추는 물음이 필수라고 합니다.

경청엔 물음이 필수다. 좋은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자신의 상태를 직면하고 자신의 욕구를 파악한다.

다음 문장을 보면서 질문은 포수가 내는 사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1]

대화는 캐치볼에 곧잘 비유된다. 캐치볼은 상대가 받아들이기 쉬운 곳으로 볼을 던지는 것이 요령이다. <중략> 받기 좋게 넘겨주는 것이 캐치볼을 잘하는 요령이다.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

그리고 다음 내용은 얼마 전에 제가 썼던 글인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가 떠오릅니다.

어느 날 마사는 묵은 빵 속에 칼집을 내고 신선한 버터를 듬뿍 넣어서 남자에게 싸 준다. 이렇게 하면 자존심 강한 저 가난한 예술가에게 나의 마음이 전해질까?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얼굴이 붉어지는 마사.
 그때 남자가 격분한 얼굴을 앞세워 빵집에 돌아온다. 마사에게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며 욕을 퍼붓는다. 사실 그는 화가가 아니라 건축설계사로 설계 초안의 연필 자국을 지우려고 빵을 샀다. 지난 석 달간 심혈을 기울인 시 청사 설계도를 오늘에야 완성했고, 남은 연필 자국만 식빵으로 지우면 되는데 빵 속에 든 버터가 100일에 가까운 노고를 다 망친 것이다. 오 헨리의 단편 <마녀의 빵>의 줄거리다.

아이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저에게 '짐작 대신 묻기'를 떠올리기 위한 완벽한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위 장면에서 제가 느낀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성경 구절(잠언 18장 13절)이 있었습니다.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

한편, 아래 내용을 '적절한 묻기' 단계인 이 글에서 인용한 이유가 바로 짐작하느라 묻지 않는 태도를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의 듣기 능력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최악으로 발휘되는 경향이 있다. 갈등이나 습관, 감정의 압박 때문에 우리는 듣기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잘 듣지 못하게 된다. <중략> 이는 가족보다 친구에게 더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친구관계에서는 갈등과 분노라는 부담이 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바심에 의해 재촉하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글귀가 있습니다.

화자를 재촉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 주기. 말을 끊지 않고 듣기 <중략> 바수데바는 사람에 앞서 자연을 들었다. "듣는 법은 강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지요, 당신 역시 강한테서 배우실 것입니다." 자연을 들을 줄 아는 이가 사람도 들을 줄 안다.

자연을 듣는다? 저에게는 아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경지란 생각이 듭니다.


CEO의 높은 연봉은 경청의 대가

일부러 다음 문장을 인용한 후에 (직업이 경영자인) 나와 위대한 경영자의 차이가 드러나는 문장이라고 칭해 봅니다.

경청의 괴로움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화의 3분의 2를 듣는 데 투자한다.

P&G 회장 A.G.래플리의 말인데, 저도 듣는 양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대조해 보았습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 스콧 맥닐리도 자기 봉급의 40퍼센트는 경청의 대가라고 밝힌다.

경청의 본질은 공감이라고 합니다.[2]

공감은 자신의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이루어진다.

한편, 마이클 니콜스가 제시한 남의 말을 끊는 단골 문장과 그 본뜻을 여기 기록해 둡니다. 내가 앞으로도 무의식적으로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만행(?)을 반성할 때 점검표로 사용할 만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해석: 내 경험은 네 경험을 능가해)

"그 얘기 들어 봤어요?" (해석: 네가 하는 걱정은 지루해.)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해석: 당신이 속상한 일로 나까지 속상하게 만들지 마.)

"아, 이해해요." (해석: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돼).

"음, 내가 당신이었다면......." (해석: 불평만 늘어놓지 말고 대책을 세워!)


짐작 대신 묻기, 재촉 대신 인내를 각오하며

다혈질인 저에게는 ‘적절한 묻기’ 실천에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수록 관계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멈추어 거울이 된 듯 행동하는 훈련이 중요할 듯합니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남의 말을 끊는 단골 문장을 난사했는지 하루를 돌아보는 루틴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올리고 바로 실천해야겠습니다.


주석

[1] 화술 연구자인 후쿠다 다케시 선생의 <먼저 들어라> 중에서

[2] 마이클 니콜스, <듣는 것만으로 마음을 얻는다>


지난 週末안영회 2023 연재

1. 계획은 개나 주자

2. 측정, 단위 그 이전에 기댓값

3. 바둑판 같이 존재하는 우주인가?

4. 내가 책을 고르고 거르는 방식

5.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

6. OKR과 퍼스널 칸반 접목하기

7. 학습 피라미드와 코드 리뷰 피라미드 비교해 보기

8. 나의 경력관리와 직업사

9. 삶에서 문제 삼기와 함수의 활용

10. 기업 = 지속가능함 + 성장가능성

11. <강력의 탄생> 그리고 개인 차원의 창조적 파괴      

12. 이젠 어른이 돼야 해, 소년

13.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

14. 난 왜 람다 계산법이 생각나지?

15.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

16. 만남은 기회이니 피하지 말고 집중하자

17. 정원관리는 공동체 리더의 필수 덕목

18. 성공했냐가 아니라, 목적이 뭐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19.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0. 함께 존재하고 늘 희망을 품고 살기

21.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22. 대화를 하세요, 그게 관계예요  

23. 협력에서 방향성의 문제란?

24.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

25. 나를 흔드는 일들 고찰하기

26. 감정의 언어 지각하고 적극 대응하기 

27. 여유와 용기 그리고 감정이 하는 말

28. 전할 내용이 있다면 번거로움을 넘어 소통할 수 있다

29. 외면(外面)하기와 직면(直面)하기

30.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듯하다

31. 들음의 여정의 다시 시작하자

32. 멈추지 않고는 제대로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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