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末안영회 2023
뜻 맞는 분을 만나 야심 차게 시작했던 MSA 기술이전 사업을 1년 9개월 만에 그만두며 소회를 남깁니다.
<'나'와 무아無我의 공존>에서 시골 농부 김영식 님께 배운 대로 무아無我를 받아들입니다. 결과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인과관계를 따질 수는 있지만, 사전에 이를 예측한다고 믿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믿어왔던 단어들 즉, 정성, 꾸역꾸역 그리고 겸손을 다시 상기합니다.
예전에 천변에서 본 아프리카 속담이 있었습니다.
빠르게 바뀌고 뒤처지면 손해 보는 듯한 통념을 심어주는 한국에 살며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우연하게 북경 생활을 안 했다면 지금도 느리게 함께 가는 삶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MSA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전혀 아니죠. 기술은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성 조직에 오너와 리더가 모두 없다는 생각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사업을 그만둔 후에 택한 MSA 사업인데, 1년 반이 지나니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었지만, 힘들 때면 항상 직원 탓을 하는 모습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기독교 신앙도 있다고 하셨는데 성당에 가지 않으셔서 '내 탓이오'라는 자세도 모르시는 듯했습니다. 나름대로 고언도 했지만, 성인의 습관은 잘 안 바뀌는 듯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던 차에 링크드인에서 본 이분법 그림을 무릎을 탁 치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그 사장님의 습관을 비교해 보니 10개 중에 8개를 Boss로 행동하네요. 절실하게 리더가 되려고 하셨지만 방법을 모르는 장면이 아쉬웠습니다. 지인인 조환 님이 감명 깊게 읽었다던 네이비씰 관련 리더십 책도 사 드렸으나 읽지 않으셨을 듯합니다.
소회를 쓰고 나서 최근에 읽은 <듣기의 말들>에서 소개하는 이탈리아 지역경제개발 전문가 에르네스토 시롤리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기획한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그냥 현지인 곁에 앉아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을까. 스물일곱 살의 시롤리는 마침내 자신의 열정이나 계획을 캐비닛에 넣어 둔다. <중략> 사람에게는 제 꿈을 펼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중략> 현지인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주기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일이 더 어렵다. 변화는 어려운 일을 시도해야 일어난다. 듣자. 우선 듣자.
마침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내용인 듯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센치멘탈 한 마음에 글을 쓰는데, 갑자기 마무리 멘트가 떠오릅니다.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듯하다
지난 週末안영회 2023 연재
1. 계획은 개나 주자
8. 나의 경력관리와 직업사
11. <강력의 탄생> 그리고 개인 차원의 창조적 파괴
12. 이젠 어른이 돼야 해, 소년
18. 성공했냐가 아니라, 목적이 뭐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19.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2. 대화를 하세요, 그게 관계예요
23. 협력에서 방향성의 문제란?
24.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
25. 나를 흔드는 일들 고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