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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ug 15. 2023

들음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자

週末안영회 2023 - 들음의 여정

마침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편을 쓰면서 그린 그림 덕분에 <듣기의 말들>에서 마음에 들었던 표현과 그로 인해 생긴 생각들을 담을 기준이 생긴 듯합니다. 박총 작가님의 <듣기의 말들>은 분명 훌륭한 책이지만 내가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머지않아 신기루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즉흥적으로 그렸으니 논리적 허점이 있더라도 내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단계로 <듣기의 말들>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한다면 분명 익히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들음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자

아마 10년 전쯤의 일이라 기억합니다. 당시 멘토로 여겼던 대기업 임원이자 클라이언트(IT 컨설팅 회사 재직 시절)가 나에게 무언가 묻고 경청하는 모습에 너무 놀랐습니다. 흡사 잡아먹을 듯한 강한 기를 느낀 듯도 했습니다. 당시 저를 정말로 놀라게 한 사실은 다름이 아니라 듣기 능력을 심각하게 상실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그 후에 경청을 위해 노력을 해 보았지만, 미미한 실행력으로는 오랜 습관을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듣기의 말들>의 들어가는 말에서 이해인 시인의 인용문을 보는데 숙연해집니다.

말하기 전에
듣기를 먼저 배우는
겸손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중략>
들음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들음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말하기 중독에 빠진 어른들

어제 어른 넷과 식사를 하는데 저를 제외한 세 분이 각자 다른 말을 하다가 이를 눈치챈 한분이 저에게 나이가 들면 이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듣기의 말들>을 읽고 있던 터라 꼭 나이 든 분만 그렇지 않고, 요즘 잘 듣는 사람이 희귀하다고 대꾸를 했습니다. 그 일을 떠올리게 하는 인용문이 있습니다.

그 말은 곧 누구나 진정으로 들을 줄 안다는 것이다. 아이는 듣고 말하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중략> 하지만 계속해서 듣는 극소수가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나도 모르게 듣지 않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섬뜩합니다. 물론 저는 이미 듣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게 되었으니 그리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 술자리가 있을 예정인데 술잔만 기울이지 말고 귀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베너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잘 듣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경청이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그게 착각이라면 회복할 수 있지만, 착각이 아니라면 반대로 고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착각이냐 아니냐는 '대화의 기준'에 따라 판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듣기의 말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제 대화의 기준이 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더불어 제가(어쩌면 우리가) 말하기 중독 상태란 점도 처음 깨달았습니다.

말하기 중독에 빠져서 자꾸 상대의 말을 자구 끊는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는 듣기의 갱신은 요원하다.


들음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기도

<듣기의 말들> 101쪽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변화를 원한다면 개종을 방불케 하는 의지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 글귀 대사를 108일 동안 아침 기도 대신에 외운 탓에 그 내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훈습은 이런 식으로 해서 몸과 마음에 모두 흔적을 남겨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귀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다시 외울 때가 된 듯합니다. 이번에는 '들음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기도'가 되겠습니다.


한편, 책에서 배운 내용을 열심히 기록은 하면서 어머니 말을 듣는 데에는 여전히 야박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고맙게도 <듣기의 말들> 49쪽의 내용이 '자기 이해'의 거울이 되어 주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을 가진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건강과 인지 연령이 4년 이상 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잘 들어주면 혈관 질환 예방과 정신 건강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부모님의 건강과 치매 예방을 위해 말씀을 흥건하게 들어 드리자.


<당신이 옳다>를 읽고 실천을 마음먹으며 쓴 글이 <가족의 존재에 관심을 두는 행동하기>란 사실을 확인하면서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로 '들음의 여정 다시 시작하기'를 만들었습니다. 실천이 중요함을 확인시켜 주는 표현을 <듣기의 말들> 151쪽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잘 듣겠다는 의지는 몸의 훈습을 통과해야 현실이 된다.

후기

다행한 사실은 지금과 같이 꾸역꾸역 실천을 하는 과정에서 작은 차이라도 생긴다는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노트북을 열고 제가 쓴 글의 교정을 시도하는데, 옆에서 둘째 아이가 말을 걸었습니다. 나도 몰래 흘려들으려는 내 행동을 인식하는 순간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아이를 응시하며 먼저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 週末안영회 2023 연재

1. 계획은 개나 주자

2. 측정, 단위 그 이전에 기댓값

3. 바둑판 같이 존재하는 우주인가?

4. 내가 책을 고르고 거르는 방식

5.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

6. OKR과 퍼스널 칸반 접목하기

7. 학습 피라미드와 코드 리뷰 피라미드 비교해 보기

8. 나의 경력관리와 직업사

9. 삶에서 문제 삼기와 함수의 활용

10. 기업 = 지속가능함 + 성장가능성

11. <강력의 탄생> 그리고 개인 차원의 창조적 파괴      

12. 이젠 어른이 돼야 해, 소년

13.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

14. 난 왜 람다 계산법이 생각나지?

15.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

16. 만남은 기회이니 피하지 말고 집중하자

17. 정원관리는 공동체 리더의 필수 덕목

18. 성공했냐가 아니라, 목적이 뭐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19.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0. 함께 존재하고 늘 희망을 품고 살기

21.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22. 대화를 하세요, 그게 관계예요  

23. 협력에서 방향성의 문제란?

24.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

25. 나를 흔드는 일들 고찰하기

26. 감정의 언어 지각하고 적극 대응하기 

27. 여유와 용기 그리고 감정이 하는 말

28. 전할 내용이 있다면 번거로움을 넘어 소통할 수 있다

29. 영어 문장 AI가 알아듣게 읽기 놀이

30. 외면(外面)하기와 직면(直面)하기

31.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

32.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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